[all-time favorite]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 - 우미코'
올타임
[all-time favorite]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 - 우미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우미코는 발 끝에 닿는 파도를 감각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섞여 영화를 만든다. 그녀의 객석엔 누가 앉아있을까.
여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에어컨을 찾다가도 너머에서 흔들리는 이파리들을 보면 조금 설렌다. 그리고 바다를 찾게 된다. 한적한 해수욕장에 차를 세우고 신발을 벗고 한 걸음씩 바다로 향한다. 옅은 바람 끝으로 소금기 어린 바다 냄새가 느껴진다. 무릎 아래로 파도가 밀려온다. 눈앞에 바다가 있다.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의 우미코는 맨발로 파도 앞에 서있다. 그리고 배를 띄울지 말지, 사실 배는 누구든지 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65세. 영상 전공의 미대생 카이를 만나 함께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레옹, 노인과 바다, 샤이닝, 스탠 바이 미. 남편과 사별한 우미코는 혼자 밥을 지어먹으며 지난 영화들을 본다. 자동 판매기를 통해 발권하는 영화관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거대한 스크린 앞에선 두근거림을 느낀다.
우미코 씨. 영화, 만들고 싶지 않아요?
영화관에 앉아 영화보다 객석을 신경쓰는 우미코를 향해 카이는 말한다. 그 순간 전율을 느끼는 우미코는 영화를 보는 사람이 아닌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각오가 가능한 사람, 각오와 함께 밀려갈 수 있는 사람이 겪는 순간. 그녀는 캠퍼스 투어에 참여한다. 65세라는 나이를 안고 입학 원서를 제출한다.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녀는 매우 간단히 대답한다.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시기가 지나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우리는 다시 새로운 삶의 시기에 접어든다. 맞부딪혀 싸워야 하는, 그런 도전일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저 밀려오는 흐름일수도 있다.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뜨거움도 있지만 밀려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의 감정은 괜히 더 소중하다.
여전히 낯선 순간들이 남아있다는 것. 우미코는 때때로 카이를 통해 새로운 순간에 접속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낀다. 도망치지 않는다. 밀려오는 파도에 배를 띄우고 나아간다. 우리 역시 무언가 해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바다의 방향으로 몸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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