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ME JOE(알타임 조)
ARTIME JOE
[ISSUE No.0] Artime Joe(알타임조)
그래피티(GRAFFITI)는 캔버스(canvas)가 아닌 큰 그림을 위해 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림을 그리며 도시의 생기를 더불어다 준다. 기준에 따라 낙서와 미술의 경계에 서있던 그래피티는 여러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 작업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누군가는 하찮게 여길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꿈을 꾸는 사람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그래피티 라이터(GRAFFITI WRITER)' 알타임 조. 그 자신 또한 묵묵히 걷는 그 길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Q. 그래피티 라이터(GRAFFITI WRITER) 알타임 조, 자기소개 부탁한다.
A. 2001년 'JNJ크루'라는 이름으로 제이플로우 라는 친구하고 그래피티를 함께 시작했던 알타임 죠 라고 합니다. 2010년에 '스틱 업 키즈'라는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팀에 들어가서 두 크루에서 소속되어 있어요.
Q. 그래피티 신(scene)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소속된 크루(crew)에 대해서 짧게 소개도 부탁한다.
A. 처음으로 시작했던 2001년도에는 혼자서 그래피티를 하기가 힘들었어요. 그 당시엔 어떻게 시작하고 샘플도 없이 해야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혼자 할 자신이 없었죠. 그래서 JNJ라는 크루를 결성해서 시작하게 됐고, 한국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좀 더 서양의 색, 오리지널에 가까운 작업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다가 한국에서 독보적인 팀이 됐고 기세를 몰아 외국으로 길을 넓혔어요. 2007년도에 처음 독일에 가서 평소 가장 좋아했던 작가였던 '캔투(cantwo)'라는 사람을 만나 2009년, 2010년에 지속해서 만났는데 그분의 초청으로 '스틱 업 키즈'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어요. 1993년에 결성된 팀이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굉장히 유명하기도 하고 전설적인 팀이었어요. 들어가게 돼서 영광이었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죠.
Q. 홍대와 이태원 이외 다양한 젊은 사람들의 거리라면 어디든지 그래피티가 보인다. 불법행위에서 젊고 트렌드(trend)한 길거리 문화 중 하나가 되었는데, 그래피티에 대해서 정의한다면
A. 그래피티는 어쨌든 행위에 더 가까운 예술이에요.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낙서 문화라는 것이 이미 존재하고 또한 뿌리이기도 하며 본질이기 때문에 내 이름, 닉네임을 길거리에 쓰고 기록하고 나의 흔적을 무작위로 불법적으로 남기며 쾌감을 얻고 이런 행위를 통해 이 도시의 한 부분을 소유했다는 느낌을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래피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번 이상은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행위이지만 내 행동에 책임도 가져야 하거든요. 단순히 낙서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람은 갇혀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퀄리티나 두께가 많이 높아져서 이제는 분명 현대미술이라고 해야 할 수밖에 없어요. 젊은이들이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점에서 저는 그래피티라는 예술이 현대 문화의 한 부분이자 가장 현대적인 미술 다운 예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Q. 길거리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피티, 국내 그래피티라는 문화의 1세대로서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었나
A. 제가 JNJ 크루로 한창 활동할 당시 가장 자신 있었던 부분은 그래피티에서도 프로젝트(project)라는 분야였어요. 하루 이틀 만에 그리는 게 아닌 며칠 동안 여러 명이 모여서 하는 작업을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보통은 돈이 있어야 하거든요. 지금 같으면 기업의 후원이나 의뢰가 있어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그 당시엔 열정이 넘치다 보니 돈이 생기면 스프레이를 사서 분당에 있는 여러 다리 밑에 우리 그림이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그게 제가 했던 가장 그래피티다운 그래피티 아니었나 싶어요. 인생에서 돈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에 집중했으니까요. 이런 방식을 해외에 나가서 반복했고 그런 활동들이 한국 그래피티 문화의 한 부분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이 더 지난 오래된 영상이지만 이때 유럽에서 활동했던 저희의 모습이 궁금하시면 '유튜브에서 <seoulmates graffiti>'를 검색하시면 나올 거에요.
Q. 깨진 유리창 이론에 근거해 그래피티가 범죄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피티 라는 예술 행위를 불법적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래피티를 불법적으로 보는 시선도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길거리에는 그래피티 라이터로써 자신의 만족을 위한 'throw up'이 점점 늘어났고 이것이 불량한 젊은이들의 문화라고 생각될 수 있겠죠.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범죄율과 그래피티를 연관시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부분입니다. 미국이나 몇몇 국가에서는 그래피티가 어떤 갱 집단의 구역을 상징하는 도구로도 쓰이지만 한국에서의 그래피티는 어떤 조직폭력 또는 범죄와 딱히 관련이 없어요. 이 질문을 미국에서 한다면 답변이 다를 수 있을 거예요.(웃음)
Q. 알타임 조의 캐릭터인 'The Cappers' 시리즈는 그래피티(graffiti), 비보이(b-boy), 디제이(dj), 엠씨(mc)를 모토로 작업하고 있다.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A. 그래피티라는 문화가 힙합(hiphop)이랑 되게 밀접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느덧 10년이 가까워진 '쇼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라는 프로그램이 유명해지면서 힙합 하면 사람들이 무조건 랩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힙합을 생각할 때 비보이 디제이 그래피티는 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보니까 힙합 안에서 이렇게 멋진 문화들이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앞서 말한 힙합의 4대 요소를 나아가 패션, 사진, 아트토이, 설치미술, 작문, 영상 등 힙합 문화의 영역은 한계를 알 수 없게 되고 있어요.
Q. 가장 좋아하는 비보이팀과 그래피티의 연결점이 있다면
A. 한국에 정말 멋있는 비보이팀이 많지만 제가 20대였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리버스 크루'가 아무래도 제일 멋있었어요. 그래서 이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리버스의 루틴을 볼 때는 온몸이 감전된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제일 가까웠던 팀은 '20센츄리 비보이즈' 였고요. 예전에 'R16' 같은 멋진 비보이 대회가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열릴 때 항상 참여했었어요. 비보이들의 무대를 작업하는 건 굉장히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제가 그려놓은 그림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쿨한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죠. 그 열정 넘치는 댄서들의 백그라운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두근거리는 일로 느껴집니다. 지금도 열리고 있는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로고 작업에도 참여했었고 앞으로도 멋진 대회들에 제 작업을 남기고 싶어요.
Q. 아티스트로서 이것만큼은 결여시키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A. 작업에서 또는 일상에서 저의 주소를 항상 명확하게 하고 싶어요. 나는 스틱업키즈이며 JNJ 크루이고,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이다. 이 문화를 플레이하고 있는 선수이다. 이런 부분들이 항상 제가 지켜야 하는 자세 같아요. 그래피티 라는 문화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기간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좋은 팀 동료들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고 나는 이 문화를 사랑하고 있다 뭐 그런 거죠.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 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도 스스로 당당할 것 같아요.
Q. 학창 시절 꿈이 만화가였다고 한다. 그래피티 이외 다른 업이나 취미가 있었다면
A. 만화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계속 꿈을 꾸고 그 세계관에 빠져들어서 상상하는 게 행복했었어요. 그래서 나도 이런 새로운 세계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저한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그런 재주가 없었어요. 굳이 꼽자면 드래곤볼 같은 이야기였어요. 제 그림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도 낙서를 시작한 것도 이 만화의 영향이었어요. 이렇게 기상천외한 작품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으면 만화가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도 같아요. 또 그 정도로 좋아했던 건 게임, 영화, 음악이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답답했던 어린 시절에 상상하게 만들어 주고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콘텐츠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Q.그래피티 라이팅 이외 전시 활발하게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전시를 꼽자면
A. 확실히 꽤 많은 전시를 했었어요. 그중에 내가 스스로 빌드업(build-up) 한 전시는 5~6번 정도이지만 그중에 3번은 JNJ 크루로서 했던 거고 개인전 2회를 서울에서 했었는데, 인생 첫 번째 개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으로 개인전을 하다 보니 혼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할 수가 있었어요. 다른 개인 작가들에게는 당연한 거지만 오랜 시간 크루로 활동해온 저에게는 스스로 벽을 또 부술 수 있었던 계기였기도 하고요.
Q. '쿨레인'작가와 했던 작업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협업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과 또 다른 협업을 꼽자면
A. 쿨레인형과 작업은 사실 저와 협업했다기보다 형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와주었던 작업이에요. 형의 노하우가 들어가서 그런지 완성물 자체의 퀄리티가 매우 안정적이었어요. 이후 또 기억에 남는 콜라보는 '트웰브닷' 작가와 함께한 아트토이인데요. 유명 캐릭터인 'Bug Bunny' 와 제 캐릭터 'The Cappers'를 섞어서 만든 스케치(sketch)를 트웰브닷이 자신의 스타일(style)로 구현해 주었어요.
Q. 최근 작업 중 '젠지 E스포츠'와 '한성 자동차'와 함께한 래핑(wrapping) 디자인 작업이 눈에 띈다.
A. 자동차와 프로게이머들의 강력함, 속도감, 승리를 향한 욕망 들을 제 표현 방식으로 그려보았어요. 오랜만에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려보면서 완성된 이미지가 평면이 아닌 강력한 곡선과 직선이 있는 입체물에 들어가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후 또 다른 기회가 있다면 '지바겐' 차량에 멋진 그래피티를 입혀보고 싶어요. 이제껏 작업한 세단(sedan)과는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Q. 의류, 자동차, 아트토이, 게임 이외 다양한 협업과 전시를 진행하면서 항상 새로운 행보를 그려가고 있다. 스펙트럼이 넓어져 가면서 ‘알타임 조’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작업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이후에 행보가 궁금하다
A. 제 작업을 보게 되는 사람들이 알타임 조 그래피티 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순수하게 제가 저 자신이 되는 것. 자기만의 욕구. 이건 꼭 보여주고 싶다는 올해의 또는 지금이나 나의 색깔 이러한 것들을 계속 쌓아둬야 하는데요. 최근 그게 없으니까 스스로는 약간 정체 상태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고 그런 걸 파괴하기 위해서 개인전이 시급하다고 생각이 들었죠. 내년에 코로나 문제가 해결된다면 하반기에 저의 세 번째 개인전을 통해 저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어요.
Q. 국내 그래피티 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시작할 때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그래피티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에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가장 좋은 변화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피티용 스프레이를 지금은 쉽고 전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요. 대중들의 시선은 예전보다 사람들이 그래피티를 예술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요. 이 문화의 트렌드는 한계를 조금씩 넘어가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Q. 궁극적으로 바라는 목표
A. 어떤 작가들은 작업에 관해서 설명하는 걸 매우 좋아하고 스토리텔링(storytelling)형 작품이 되게 많아요. '뱅크시(banksy)' 같은 작가가 대표적일 수 있는데 제가 뱅크시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게 스토리텔링형 작품을 하는데 그 자체도 되게 멋있고 비주얼(visual)적으로도 대단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제가 선 하나 긋고 점하나 찍고 스토리텔링 하는 작가들과는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때그때 오늘 생각한 것들을 표현하고 작업에 대한 긴 이유와 장황한 설명이 없어요. 떠오르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거기서 쾌락과 희열을 얻는 그런 편이어서 제 작품에 관해서 설명하거나 목표나 궁극적인 걸 잡아놓고 하는 편이 아니지만, 굳이 나중에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걸 얘기하자면 어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저의 대표작들을 시리즈로 만들고 싶은 것.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들에서 전시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죠.
Q. 그래피티 라이터 1세대로서 새로운 신인 그래피티 라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팁이나 조언
A.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디에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부분에서 요즘 시대에 정보를 찾고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 가장 우선순위는 자기의 내공을 익히는 것이에요. 저도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했었는데 그곳에서 방법도 찾고 익혀 나갈 수 있었거든요. 스스로 반복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제자였다기보단 내가 스스로 이런 작업을 통해 커왔다라고 하는 게 분명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시작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알타임죠에게 'FAKE'란?
A. 그래피티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질문했던 것은 그래피티를 하고 싶은데, 이게 어렵고 이게 안 되고 하며 확고함 없이 에둘러 말하더군요. 그래서 하고는 싶지만 선택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저에게 했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시작점에서 이것보다 좋은 것을 찾지 못했고,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단 하나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선택을 하고 집중을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삶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거든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만의 FAKE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포커싱(focusing), 일방통행 질주라고 생각해요. 'One Wa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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