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나, 하나의 천조각이 닦아온 수많은 상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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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아이템 중에서도 반다나만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아이템은 드물다. 단순한 천 조각처럼 보이지만, 반다나는 문화와 세대를 초월하며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하위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 카우보이, 혁명가, 갱단, 힙합 아티스트, 그리고 하이패션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반다나는 시대와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반다나의 시작>

반다나(bandana)라는 단어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bandhana'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묶다, 매다, 리본’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후 힌디어 ‘bāṁdhnū’로 변화하며 ‘묶다, 연결하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원래 인도에서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되던 반다나는 영국 식민지를 통해 서구로 전파되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특히 반다나에 흔히 사용되는 페르시아 문양은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직물 생산 도시인 ‘페이즐리(Paisley)’에서 이름을 따왔다.

반다나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 되었다. 노동자, 농부, 군인 등이 땀을 닦거나 먼지를 막기 위한 실용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는 카우보이와 무법자들이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했다. 20세기 들어서는 사회 운동과 반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등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녀왔다.


<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다>

그중 대표적으로 반다나는 갱단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블러드(Bloods) 갱단이 빨간색 반다나를, 크립스(Crips) 갱단이 파란색 반다나를 사용하며 소속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는 1960~70년대 치카노(Chicano)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후 갱 문화와 로스앤젤레스 힙합 신(Scene)이 결합되면서 반다나는 자연스럽게 힙합 패션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팍 샤커, 스눕 독, 맙 딥, 우탱 클랜 등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반다나를 스타일의 일부로 활용하며 아이코닉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투팍 샤커의 반다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이후 힙합 문화 전반에서 반다나는 정체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반다나, 주류 문화로의 도약>

반다나가 스트릿웨어 세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06년 슈프림(Supreme)의 캠페인 사진이다. 포토그래퍼 케네스 카펠로(Kenneth Cappello)가 촬영한 딥셋(Dipset, The Diplomats)의 사진이 티셔츠 디자인으로 사용되면서, 반다나는 갱 문화의 상징을 넘어 트렌디한 스트릿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되었다. 이는 반다나가 단순한 소속과 구별의 기능을 넘어,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힙합 문화와 패션에서 반다나는 계속해서 변형되고 재해석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반다나가 주목을 받았다. 바로 래퍼 에이셉 라키(A$AP Rocky)로 인해서다.

그는 반다나를 기존 래퍼들과 다르게 ‘바부슈카 스타일’로 활용했다. 바부슈카(Babushka)는 러시아 할머니들이 쓰는 스카프를 뜻하는데, 그는 2018년 ‘LACMA Art + Film Gala’에서 처음으로 구찌(Gucci) 스카프를 바부슈카 스타일로 착용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2019년 ‘Babushka Boi’ 뮤직비디오에서 노란색 반다나를 바부슈카 스타일로 활용하며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공연과 인터뷰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란색 반다나를 착용하며 반다나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갱 문화에서 유래한 요소를 하이패션과 결합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기존의 래퍼들이 반다나를 사용하는 방식과 차별화된 스타일을 통해 패셔니스타다운 영향력을 보여주었고, 국내외 많은 이들이 그의 패션을 따라했다.


ⓒThe Elephant Brand Bandanna Museum

<장르적 의미의 반다나>

지금까지 반다나는 하나의 스타일적인 요소로 활용되어 왔다면, 반다나 자체를 브랜드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정착시킨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일본의 패션 브랜드 KAPITAL이다.

KAPITAL에게 반다나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상징적인 요소다. 일본 오카야마현 고지마를 기반으로 한 KAPITAL은 아메리칸 빈티지 워크웨어와 일본 전통 기법을 결합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브랜드 초기부터 미국식 데님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며 다양한 워크웨어 스타일을 재현해왔고, 이후 반다나 패턴을 활용한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히 했다.

반다나의 전통적인 패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빈티지 워크웨어와 결합한 KAPITAL의 스타일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패션 팬들에게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반다나가 아시아에서 태어나 유럽을 거쳐 미국에서 신화적인 존재가 된 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재탄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KAPITAL이 반다나에 진심을 담았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엘리펀트 브랜드 반다나 박물관(The Elephant Brand Bandanna Museum)'이다. 이 박물관은 KAPITAL의 본사가 위치한 고지마에 있으며, 100년의 반다나 역사를 아우르는 희귀 반다나 250점을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 창립자의 아들인 키로 히라타(Kiro Hirata)의 아이디어로 탄생했으며, 반다나 컬렉터이자 연구자인 조너선 루카첵(Jonathan Lukacek)이 큐레이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반다나의 기원부터 갱 문화, 정치적 상징, 워크웨어, 그리고 현대 패션에 이르기까지 반다나가 거쳐온 다양한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박물관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미국의 전통적인 반다나 브랜드인 'Elephant Brand'의 희귀한 빈티지 반다나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 이를 통해 KAPITAL이 단순히 반다나 패턴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다나가 가진 역사적 맥락을 깊이 연구하고 이를 현대 패션과 연결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다나는 여전히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과 상징으로 남아 있다. 힙합 문화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스트릿웨어와 하이패션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던 반다나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