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머리카락에 이야기를 담다, ‘Taiba Akhuetie’
d
쓰레기가 될 뻔한 것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어 또 다른 이야기를 품은 존재로 거듭난다. 버려지는 것을 새로이 소생시키는 행위를 두고 재활용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재활용은 제법 예술적 행위에 가깝다.
나이지리아 출생의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타이바 아쿠에티(Taiba Akhuetie). 헤어스타일리스트 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버려지는 많은 머리카락들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그녀에게만큼은 미용실 바닥에 널부러진 머리카락이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다. 그녀의 손을 거쳐 재활용된 머리카락들은 다양한 형태로 창조되곤 한다.
이처럼 그녀에게 머리카락 혹은 헤어피스는 더이상 쓰레기로 머무르지 않는다. 가발에 지나지 않았던 머리카락들은 곧장 가방이 되기도, 신발이 되기도 한다. 물론 옷까지.



< 머리카락의 새로운 정석 >
2020년 팬데믹의 해, 봉쇄된 사회 분위기에서 진정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 나간 Taiba Akhuetie. 헤어 스타일리스트였기에 ‘머리카락’만큼은 버릴 수 없었을 터. 그녀에게 머리카락은 실, 나무, 가죽이 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변모한다.
니팅한 듯한 모습, 반듯하고 일정한 만듦새. 거울 틀의 모습을 한 새빨간 브레이드 헤어, 그녀의 첫 도약은 가구와 디스플레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공부를 할 정도로 영화광이었던 이유에서인지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통해 다듬어진 다각화된 안목이 단순 사물을 머리카락과 접목시켜 아트 피스로 거듭나게끔 했다. 브레이드 헤어는 거울 틀에서 더 나아가 의자, 캔들 홀더, 테이블 등 무궁무진한 변신을 선보였다.




< 머리 위에 쓰지마세요, 가발 아닙니다 >
수많은 작업을 해왔던 그녀는 변화무쌍한 머리카락에 문화와 이야기를 담기 시작한다.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들의 고충, 악성 곱슬. 뻣뻣한 습성까지 갖고 있던 이들의 머리는 100이면 100, 레게머리뿐이었다. 자연스레 이들은 곡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합성 모발의 가발을 찾게 됐고, 이후 염색을 하거나 펌을 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본인만의 추구미를 뽐냈다.
이처럼 각자의 취향이 담긴 흑인 여성들의 ‘WIG’는 특별한 개성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이들의 염색된 가발, 긴 생머리, 자연스러운 펌은 헤어 아티스트인 그녀에게도 다양한 질감을 연상케 했고, 자신의 문화이기도 했던 가발과 브레이드 헤어에 공예적 요소를 더해 ‘body hair’라는 용어에 ‘입을 수 있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body hair',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은 의류 라인을 탄생시켰고, 여성 흑인 문화의 시초가 되었던 재료인 ‘합성 모발’을 이용해 염색하고, 꿰맸다. 마르지엘라의 Spring 2009 컬렉션 속 피스가 떠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Taiba Akhuetie의 ‘body hair’ 컬렉션은 보다 짙은 생명력을 갖는다.
가발로 얼굴을 가리고 걷는 모델들, 마네킹이 된 듯 생명력이 휘발된 마르지엘라 컬렉션과 달리 그녀의 컬렉션은 흑인 문화와 이야기를 담아내며 생기 있는, 진취적 해방을 외쳤다. 들끓는 야망을 알아본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졌고 나이키, 루이비통, 버버리 등 세계적인 브랜드는 물론 하이패션까지 섭렵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Taiba Akhuetie. 버려진 머리카락의 변신은 오직 가발뿐이라고 확신했던 것에 의구심을 가졌듯, 언제나 충격적인 새로움을 선사하고 싶다던 그녀의 행보는 예측불허. 어쩌면 그녀가 원했던 수식어였을지도 모른다.





Editor / 이정민(@jeongmlnlei)
Fake Magazine Picks
웨스 앤더슨이 제작한 단편 영화 같은 광고 6선
YELLOW HIPPIES(옐로우 히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