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타탄체크, 전통을 넘어 반항의 상징으로

영국 출신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는 1970년대 펑크 패션을 선도하며 반항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영국 패션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인물이다.

그녀의 브랜드는 고전적 요소와 파격적 디자인을 조화롭게 결합한 것으로 유명하며, 패션을 단순한 장식이 아닌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매체로 활용해왔다. 2022년 12월 29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여전히 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반항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상징하는 패턴이 있다. 바로 ‘타탄체크(Tartan Check)’. 그녀는 타탄체크의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패션에 녹여내어, 이를 단순한 의류를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타탄체크를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상징으로 재탄생시켰다.

타탄체크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직물 무늬로, 수 세기 동안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의 중요한 상징이었다. 특히 1746년 스코틀랜드 왕위 계승을 둘러싼 ‘칼로든 전투’ 이후 타탄체크가 전격 금지되면서 타탄체크는 저항과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타탄체크가 금지된 이유는 영국 정부에서 반란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즉 스코틀랜드 클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타탄체크는 각 클랜을 상징하는 무늬였고, 금지는 스코틀랜드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억압하는 행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타탄체크 금지는 약 40년 후인 1782년경에 풀렸고, 그 이후 타탄체크는 스코틀랜드 정체성 회복의 상징으로 부활했다. 즉 해당 무늬는 단순한 직물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자존심과 전통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었으며,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반란과 자유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와 같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타탄체크를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89년 ‘Time Machine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1993년 ‘Anglomania 컬렉션’에서 이를 중심 소재로 사용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확립했다.

당시 웨스트우드는 하나의 의상에 12가지 이상의 타탄체크를 결합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각기 다른 문양과 색상, 질감이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 스타일은 패션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타탄체크를 전통과 현대, 저항과 자유의 상징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녀는 타탄체크를 통해 영국의 전통적 패션과 펑크 스타일을 결합했다. 평소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패션은 펑크 운동의 정신을 대표했고 타탄체크를 통해 반항적 성향을 녹여냈다. 전통적인 타탄체크의 이미지와 그녀가 추구한 혁신적이고 반항적인 스타일이 결합되어, 비비안 웨스트우드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단순히 전통적인 타탄체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타탄체크를디자인하고 ‘스코틀랜드 타탄 등록부(The Scottish Register of Tartans)’에 등록하기도 했다.

그녀가 디자인한 가장 유명한 타탄체크 중 하나는 ‘맥안드레아스 타탄(MacAndreas Tatan)’. 이는 1993년 Anglomania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남편이자 디자이너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Andreas Kronthaler)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타탄체크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직물 업체인 ‘로크캐론(Lochcarron)’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그 해 ‘스코틀랜드 타탄 등록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었다.

결과적으로 ‘맥안드레아스 타탄’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가장 상징적인 타탄체크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이후 그녀는 다양한 컬렉션에서 타탄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또 다른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주요 타탄체크는 ‘브루스 오브 킨나드(Bruce of Kinnaird)이다. 이 타탄체크는 녹색 바탕에 분홍색과 빨간색 포인트가 들어간 독특한 디자인으로, 강렬한 색상 조합이 그녀의 브랜드 특유의 스타일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브루스 오브 킨나드 타탄’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핸드백, 스카프, 장갑 등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되며, 그녀의 디자인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타탄체크에 대해 “이 직물들은 모두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바람에 휘날리는 킬트의 이미지나 산을 오르는 영웅적인 모습이 떠오른다.”라고 설명하며, 타탄체크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극찬했다. 이처럼 그녀는 타탄체크를 단순한 패션 소재가 아닌, 역사와 전통을 담은 상징적인 직물로서 사용했다.

ⓒVivienne Westwood®

이처럼 비비안 웨스트우드에게 타탄체크는 독보적인 상징이다. 1981년 첫 컬렉션 ‘Pirate’부터 최근까지의 약 70개의 컬렉션을 담은 책 표지 역시 타탄체크로 디자인될 정도로 그녀를 통해 타탄체크는 단순한 패션 요소가 아닌, 역사를 담은 상징적인 패턴으로 재탄생했다.

비록 그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타탄체크는 앞으로도 패션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혁신적인 디자인 정신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Editor / 노세민(@vactionwith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