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간(bongjein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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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간 (bongjeingan)

봉제인간은 그 이름처럼 여러 조각들을 실로 꿰맨 듯한 음악을 만든다. 첫 정규 앨범 <12가지 말들>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말과 장면을 꿰어 만들고, 남다른 기억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3월, 첫 단독 콘서트 ≪봉제인간 : 분노의 재봉틀 (Sewing Machine of Wrath)≫로 그 세계의 문을 활짝 열었다. 무대 위의 시간은 정교하게 계산된 혼돈이자, 세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진심 어린 충돌이었다. 그야말로 강렬한 섬광과 짙은 여운이 담긴 순간들이 마구 뒤섞인 봉제된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그 공연 이후, 열기와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순간에 진행되었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게 되었는지, 어떤 감정과 장면들이 봉제인간을 지금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묻고 싶었다. 긴 설명보다 느린 말투로, 조심스럽지만 단단하게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음악만큼 솔직하고 명확했다. 공연장 밖에서 마주한 봉제인간의 또 다른 얼굴, 그리고 그들이 계속 꿰매고 있는 이야기를 확인해보자.

ⓒbongjeingan

Q. 간단한 자기소개와 밴드 봉제 인간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Y. 안녕하세요, 봉제인간의 지윤해(이하 Y)입니다.

H.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봉제인간의 현제(이하 H)입니다.

J. 재밌는 거 하고 있는 봉제인간의 일준(이하 J)입니다.


Q. 멤버 모두가 밴드 결성 이전에도 화려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다. 데뷔때 부터 홍대 인디신을 필두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는데 결성하게 된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우리 앞으로 밴드를 하자,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작업을 해보자’처럼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같이 연주하다 보니 노래라고 할 만한 것들이 생겼고, ‘그럼 공연을 해볼까?’라는 흐름으로 이어졌어요. 당시엔 코로나로 인한 답답함과 분노들을 모아 연주로 분출했고,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낀 것도 큰 계기가 되었고요.(웃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밴드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과정들이 참 아름다운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지난 이력들이 봉제인간이라는 밴드의 음악적 요소나 작업에 있어 추구하는 사운드가 충동하거나, 새롭게 융합된 순간 또는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을 거 같다.

H. 사실 결성 이전 경력에서의 매력보다는 사람 자체로서의 매력을 느꼈고, 그게 새로운 소리가 나오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J. 새로운 사람들과 연주하면서 생기는 게 곧 새로운 사운드인 것 같아요.


Q. ‘봉제인간’이라는 밴드명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껴진다. 시각적, 개념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봉제인간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나 의미가 있는지.

A. 음악이 우선 시 되다 보니깐 밴드명은 계속 미루게 됐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첫 공연을 앞두고 이름이 급하게 필요해졌고, 시끄럽고 폭력적인 이미지의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저희를 떠올리며 ‘봉제인간’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거친 음악을 하고 싶지만 속이 솜으로 채워진 사람들 같기도 하고요.(웃음) 우연히 정해졌지만, 지금은 각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의미가 생긴 이름입니다.


Q. 봉제인간의 음악은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감정적으로 매우 날 것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 강하다. 일관된 감정선이나 철학이 깔려 있다고 느껴지는데, 본인들이 생각하는 봉제인간만의 사운드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Y. 산낙지.

H. 재미.

J. 좋은 거.

A. 생동감 있고 충동적인 감정, 재미있고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공통된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LIVE] 봉제인간 (bongjeingan) with Wrath Mask / ⓒYouTube

Q. 최근 단독공연 ≪봉제인간 : 분노의 재봉틀 (Sewing Machine of Wrath)≫을 통해 팬들과 마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단독공연에 대한 소감과 의미가 궁금하다.

Y. 너무나 행복했고, 그 공간에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H. 함께 준비해 준 멤버들과 한 몸처럼 똘똘 뭉쳐 공연을 꾸려주신 회사 직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고요, 무엇보다 공연에 오셨던 관객분들이 즐거운 얼굴로 돌아가신 것 같아서 얼른 또 공연하고 음악 작업하고 싶어요.

J. 멤버들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한 번만 하기엔 너무 아쉽다는 마음이에요. 그래도 이 에너지로 또 좋은 작업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언제가 봉제인간의 공연이 있는 행사에서 마주한 적이 있는데 독특한 메이크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공연에는 항상 독특한 메이크업이 함께했는데, 해당 메이크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Y. ‘오혁’ 군이 처음 메이크업 아이디어를 제시해 줬고, 그 후로 이벤트처럼 종종 하게 되었네요. 혁아 고마워~(웃음)

H. 항상 저희 메이크업을 책임져주시는 오성석 실장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J. 오성석 실장님도 저희 얼굴에 하고 싶은 거, 재밌겠다 싶은 걸 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bongjeingan

Q. 봉제인간의 음악은 어딘가 모르게 충동적으로 타오르는 감정이 떠오른다. 봉제인간이 평소 음악을 만들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순간들이나 영감을 받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주길 바란다.

Y. 연주하는 순간순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응이라고 말을 해줘’는 예전에 영상 콘텐츠를 촬영하다가 준비 시간에 현제가 연주했던 기타 리프가 좋아서 음성메모에 녹음해 두고 나중에 작업했어요.

H. 멤버들과의 대화에서 작업과 음악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 같아요.

J. 좋았던 순간을 되새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곡을 만들 때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업과정에서 각자 분담되는 역할이나 특별한 프로세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Y. 모두가 할 수 있는 걸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작사는 제가 해왔네요. 언젠가 다른 멤버들도 작사를 해보지 않을까요?

H. 각자 맡은 악기로 역할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있는 멤버가 추가로 작업한 뒤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에요.

J. 언제나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요.

봉제인간 (bongjeingan) - GOOD M/V / ⓒYouTube
[LIVE] 봉제인간 (bongjeingan) at Asian Pop Festival 2024 / ⓒYouTube

Q. 공연 포스터나 앨범 커버는 물론 미디어로 표현되는 요소들에도 봉제인간만의 독창적인 철학과 비주얼이 가미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 시 따로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지?

H.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한데요. 그때그때 재미를 느끼는 형태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J. 대화를 통해 갑자기 떠오른 것 중에 재밌겠다 싶은 것들이 구현되는 것 같아요.


Q. 특히나 봉제인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라이브 공연에 열광하는 것 같다. 봉제인간의 에너지는 직접 보아야 더욱 와닿기 때문인 것 같은데, 공연에 대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피드백이 있는지 궁금하다.

Y. 이번 공연에서 처음 연주했던 신곡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H. 단독 공연 중 곡이 끝날 때마다 ‘Yes’를 외치시던 한 남성분이 기억에 남아요.

J. 저는 정신이 없어서 반응을 보지 못했습니다.

ⓒbongjeingan

Q. 봉제인간의 음악을 듣는 청자들에게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은가? 또 밴드 활동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밴드의 철학이 있는지 궁금하다.

Y. 지금까지 저희를 좋아해 주신 분들, 앞으로 좋아해 주실 분들 모두. 그들이 원하는 어떤 모양으로든 기억되면 좋겠어요.

H.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사람들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J. 재밌는 거 하고 사는 사람들로 기억되고, 다들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Q. 봉제인간의 음악은 기존 신의 흐름의 다른 독특한 방향성의 지닌다. 현재 한국 음악 신에서 본인들이 어디쯤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Y. 서대문구쯤?

H. 앞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죠!

J. 어디쯤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잘 가다가 갑자기 뒤돌아서 가거나 옆길로 새더라도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이지 않을까요?

봉제인간 bongjeingan - 너의 뒤 Know You Did (Visualizer) / ⓒYouTube

Q. 밴드뿐만 아니라 음악 신의 많은 이들이 라이브 외에도 영상 콘텐츠, 아트웍, 협업 등 다양한 통로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다. 봉제인간도 앞으로 준비 중인 시도들이 있는지 혹은 시도하고 싶은 분야나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음악을 중심에 두되, 사운드트랙이 담긴 동화책처럼 새로운 시도에도 열려 있어요. 음악 외적인 콘텐츠로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봉제인간에게 'FAKE'란?

A. 진심을 담으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