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teful Camp(CHS)

The Grateful Camp(CHS)

길었던 올여름 동안, 크고 작은 이슈와 잊지 못할 추억들을 가득 남긴 채 처서가 지나고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여전히 여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보내주기 싫은, 페스티벌이 주는 에너지가 아직 부족한 이들에게 소규모 부티크 페스티벌이자 자연과 음악, 캠핑, 콘텐츠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페스티벌 <더 그레이트풀 캠프 2024>를 소개한다. 밴드 붐을 이끌어 가고 있는 CHS가 주최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사람도,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원초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더 그레이트풀 캠프>의 준비 과정부터 비하인드 스토리, 독창적인 아이디어까지, <더 그레이트풀 캠프>를 이끌어가는 김세훈(이하 S)과 최현석(이하 H)의 이야기를 통해 여름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페스티벌 <더 그레이트풀 캠프>를 미리 상상해 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S. <더 그레이트풀 캠프>를 제작하고 있는 베리하이컴퍼니의 대표 김세훈입니다. 주로 수습과 뒤처리, 한숨과 하소연을 맡고 있습니다.(웃음)

H. 예술감독? 프로그래머? 막노동을 맡고 있는 최현석입니다. 밴드 CHS의 리더이기도 하지요.(웃음)

최현석(CHS) / ⓒfake magazine

Q. 올해로 3회 차를 맞이한 소규모 부티크 페스티벌 <더 그레이트풀 캠프>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S. 저는 십여 년간 여러 가지 공연과 페스티벌 등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해왔어요. 언젠가부터, 이름만 다르지 비슷비슷한 대형 페스티벌에 별로 흥미를 못 느끼게 되었어요.

20년 가까이 뮤지션으로 활동해온 현석과는 어릴 적 친구인데, 현석 역시 틀에 박힌 방식으로 음악이 소비되는 것에 지쳐있었죠. 마침 현석이 CHS로 음악 활동을 다시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일들을 함께 만들게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CHS가 가평에 있는 캠핑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이런 경험을 더 많은 아티스트들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처음엔 캠핑장에서 2, 3팀 정도의 뮤지션이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려고 했었어요. 캠핑을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던 것은 아니고, 자연 속에서의 공연이 만들어내는 유니크한 분위기와 집으로 돌아갈 걱정 없는 관객들이 만드는 에너지가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 근심과 고민 없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사람들.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관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거리도 없이 함께 어우러지고요.

서로 하고 싶은 것들, 재밌을 것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그레이트풀 캠프>라는 이름과 ‘페스티벌’이라는 형태가 그려지게 되었죠. ‘작지만 밀도 있는 페스티벌’. 그렇게 페스티벌을 준비하던 차에 코로나가 터졌고, 2022년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내놓게 되었죠.

그냥 재밌는 걸 만들어보고 싶었어요.(웃음) 소규모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관객들이 얼마나 밀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저 그렇게 즐길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겠죠. <더 그레이트풀 캠프>는 그런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해요.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게임 같은?

ⓒThe Grateful Camp

Q. <더 그레이트풀 캠프>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과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한 해에 캠프가 준비되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이 궁금하다.

S. 저와 현석뿐만 아니라 첫해부터 함께했던 키맨들을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저는 어쨌든 주로 관리하고 수습하는 일들을 하게 되니, 함께할 팀을 꾸리는 것 자체가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팀을 구성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이고, 모두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을 병행해야 하죠. 작은 규모의 페스티벌이라고 해도 프로그램, 프로덕션, 운영, 디자인, 홍보, 미술 등 해야 할 일은 똑같은데,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더 그레이트풀 캠프>는 베뉴를 선정하는 것부터가 페스티벌의 시작이에요. 매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고, 올해도 계획했던 일정에 임박해서야 장소를 찾을 수 있었죠.

개최를 ‘결심’하고, 적절한 공간을 찾고, 팀을 꾸리고, 예산을 확보하고, 공간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하고 티켓을 판매하는 여느 페스티벌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과정이에요.

그 사이사이에 우리들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조금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거죠.

H. 공간이 결정되면, 그곳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뮤지션을 섭외하고, 다양한 파트너들과 그 공간을 채워가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반적인 프로세스는 비슷하더라도 접근하는 방식은 다른 페스티벌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세훈이 주로 내부적인 파트너들과 협업한다면, 저는 주로 외부의 파트너들과 협업을 하게 되는데, 아티스트, F&B, 스폰서, 액티비티 등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 파트너들이죠.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협업 파트너들이 저희 페스티벌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보니,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죠. 여타 페스티벌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특히 세일즈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더 그레이트풀 캠프>에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아티스트들, F&B 부스, 스폰서 등을 모두 ‘프로그래밍’한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그들 간의 관계와 시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죠. 이들이 우리에게는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페스티벌의 관객이어야 하니까요. 이러한 파트너들 역시 ‘얼마나 밀도 있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다시 찾고 싶은 축제인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Q. 국내에도 다양한 페스티벌에 생겨나고 있으며 대중적인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페스티벌 신에서 <더 그레이트풀 캠프>만의 차별점이나 주목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S. 정말 다양한 페스티벌이 생겨나고 있나요? 대중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나요? 그 부분에서 저는 조금은 부정적인 생각이 있어요. 타이틀과 장소만 다를 뿐, 거기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은 거의 비슷하고, 특정 장르에 특화된 페스티벌들은 관객들에게 외면받고 있죠. 저희도 쉽지 않은 현실이고요.

<더 그레이트풀 캠프>는 누가 출연하느냐가 중요한 페스티벌은 아닌 것 같아요. 앞에서 소개했듯이 ‘오픈월드 게임’ 같은 페스티벌이니까, 유저의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캠프 사이트를 꾸미는 것부터가 축제의 시작이에요.

어떤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저기서 뭐 하고 놀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페스티벌인 거죠. (웃음)

H. ‘라인업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해요. 저는 ‘모래내 극락’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매주 공연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거기서부터가 <더 그레이트풀 캠프>에 어울리는 팀들을 찾는 과정이죠.

매년 1팀씩 해외 뮤지션을 소개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대중적 인지도 같은 비즈니스적 접근이 아니라, 이 축제에 어울리는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를 선보이려고 노력하죠. 2023년에 함께했던 일본의 ‘Maya Ongaku’나 올해 <더 그레이트풀 캠프>를 찾는 대만의 ‘MONG TONG’ 같은 아티스트들은 아마 다시 한국에서 보기 힘들 거예요.

다시 한국에 온다면, 그땐 티켓팅이 어려울 정도로 성장해 있겠죠. 그 외에도 ‘박문치 에어로빅 클래스’, ‘운동회’와 같은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페스티벌 내에서 공식 애프터 파티 역할을 하게 될 ‘호랑이 나이트클럽’ 같은 부대 프로그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결국 이런 부분들이 다른 대형 페스티벌에서 선보이기 어려운 형태의 콘텐츠이고,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더 그레이트풀 캠프>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단순한 음악 페스티벌이 아닌 박문치와 함께하는 에어로빅 클래스, 전문가에서 배우는 시가캠프 등 다양한 워크숍과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준비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와 기획했던 또다른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있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H. 2022년에 ‘겁부부’라는 캠핑 유튜버들과 캠핑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는 소소한 부스를 만든 적이 있는데, ‘겁부부 상담소’라는 부스 타이틀 때문에 ‘부부 상담’을 받으러 온 분들도 있었어요. (웃음)

아직까지 예산 문제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디스코 토일렛’이라는 1인 디스코텍을 만들려고 해요. 겉에서 봤을 때는 간이 화장실인데, 문을 열면 디스코텍인 거죠. 이동형으로 만들어서 사전에 다른 페스티벌이나 거리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에서 <더 그레이트풀 캠프>를 알리는 부스의 역할도 하며,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일종의 포토부스가 되는 거죠.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아이템인데... 파트너분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S. 개인적인 일 때문에 최근 2, 3년간 해외 페스티벌을 자주 다니게 되었어요. 그런 해외 페스티벌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는데, 독일의 ‘Fusion Festival’은 영감 그 자체였죠.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재미있었던 건 ‘Looser’s Arcade’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말 그대로 화려한 페스티벌에 적응 못하는 Looser들을 위해 조그만 트램폴린이나 젠가, 알까기 같은 소소한 게임을 하는 공간이었죠.

상품은 심지어 페스티벌 사이트에 굴러다니는 신발 한 짝, 병뚜껑, 텐트 스트링 같은 것들이었어요. 이런 것 말고도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올해는 장소가 해변이다 보니 ‘비치발리볼’ 대회라거나 ‘보물찾기’ 같은 소소한 이벤트를 몇 가지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엔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실현할 수 있겠죠! 파트너 여러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웃음)

FYRE: The Greatest Party That Never Happened / ⓒNETFLIX YouTube

Q. 최근 <투모로우랜드 뮤직 페스티벌>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다른 스타일이지만, 작은 페스티벌이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성장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봤다. <더 그레이트풀 캠프>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축제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이미 많은 매니아층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방향과 계획, 10년 뒤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가?

S. 그렇다면 <FYRE>라는 다큐멘터리도 보셨겠네요? (웃음) 저는 최근까지 다른 페스티벌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 관객이나 스태프로 국내외 다양한 페스티벌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어요. 현석 역시 뮤지션으로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페스티벌 무대에 섰었죠. 그래서 특별히 페스티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뭔가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은 10년 뒤에도 <더 그레이트풀 캠프>가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때까지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축제를 즐기는 사람도, 축제를 만드는 사람도.

H. 동의합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한 거니까, 10년 뒤에도 <더 그레이트풀 캠프>가 재밌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경계해야 할 유혹들이 많겠죠. 긍정적으로 본다면 말이죠. 어쨌든 만드는 사람들에게 숙제가 되어버린다면 이 페스티벌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10년 뒤에도 재밌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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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teful Camp

Q. 다가올 <더 그레이프풀 캠프 2024>에서 방문객들이 어떠 경험을 하고 가기를 바라는가

S. 우선은 좀, 너그러워졌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에 어떤 페스티벌을 운영하면서 팀 내에서 가장 논쟁이 많았던 부분이 ‘돗자리 존’이었거든요. ‘돗자리 존’은 해외 페스티벌에서는 볼 수 없죠. 당연히 무대 앞에서는 서서 공연을 보고, 그만큼 부지가 넓어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기도 하지만요. 어쨌든 페스티벌은 불편하기 마련이에요. 여러 사람이 부대끼고, 그 사람들이 항상 내 마음 같지는 않잖아요.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죠.

작년에는 페스티벌 기간 내내 비가 많이 내렸어요. 우천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힘들었고, 관객들도 힘들었죠. 그런데, 평가는 너무 좋았어요. 비가 오면 불편한 게 당연하니까요! 그렇게 다들 마음을 열고 온전히 페스티벌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좀 더 너그럽고 다정하게 페스티벌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것들, 내가 몰랐던 것들을 받아들이고 경험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거든요.

H. <더 그레이트풀 캠프>는 진입 장벽이 높다고 흔히들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 겪어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브컬처 체험들, F&B들을 마음껏 즐겨봤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캠핑장에서 자면 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도 해보고, 해변에서 큰 캠프파이어 앞에서 불멍도 하고, 바다에 몸도 담그며 그 순간순간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르는 관객들과도 인사도 나누고, 혼자 왔건 여러 명이 함께 왔건, 이 축제 안에서 모두 동등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더 그레이트풀 캠프>을 기다리고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H. 와서 몸으로 느껴보시라!!

S. 아껴주시고, 성원해주시고, 후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보태주시고, 밀어주시고, 염려해주시고, 근심해주시고, 걱정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은혜를 내려주시고, 신경 써주시고, 배려해주시고, 두루두루 보살펴주시고, 많이 웃어주시고, 박수도 주시고, 오셔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더 그레이트풀 캠프(The Grateful Camp)>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