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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의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다. 스스로 ‘식집사’라고 부르며 빌딩 숲속 자신만의 정원을 가꿔나가고 있다. 서촌 한옥에 독특한 외형의 식물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있다. ‘CON(@conkr.official)’으로 활동하는 손재영, 그의 집이다. 멸종 위기의 식물이라 불리는 마다가스카르 괴근 식물을 수입해 판매·운영하며 식물들과 그의 일상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공간에는 괴근 식물을 비롯한 유희왕 카드, 디지몬 디지바이스 등 프로 수집가의 향을 풍기기도 하는데 그만의 공간을 가득 채운 아카이브와 인터뷰를 만나보자.

CON.KR / ⓒfake magazine

Q. 본인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서촌에서 가정식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재영이자 마다가스카르에서 식물을 수입해 판매·운영하는 ‘CON’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한옥에 괴근(Caudex) 식물이 즐비하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잘 어울린다. 어떤 계기로 괴근 식물을 접하게 됐는지 언제부터 괴근 식물을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A. 어머니가 식물을 되게 좋아하세요. 집에서 희귀 식물을 키우며 종종 저에게 자랑하시곤 했어요. 어느 날에는 멸종 위기의 식물이라고 독특하고 괴상하게 생긴 식물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개인이 멸종 위기의 식물을 소유하며 수집할 수 있다는 것에 궁금증이 생기고 매료됐어요. 그렇게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이것이 무엇인지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그땐 식물 사는 꿈을 꾸기도 하고 뜬금없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깨어나서 식물을 채집하는 꿈도 꿨어요.(웃음)

국내에 농장이 몇몇 있었지만 너무나도 고가여서 한 달에 하나 사는데 몇백이 우스웠어요. 그런데도 실제로 그 독특한 외형을 딱 눈에 보는 순간 꽂혀서 너무 가지고 싶다는 마음에 내가 직접 마다가스카르에 직수입해 보자라고 생각했어요. 한 번에 최소 주문 금액 단위가 커서 주춤했지만 분명히 이 멋진 걸 같이 좋아해 줄 분들이 많을거란 자신감에 첫 식물 마켓을 단독으로 진행하며 괴근 식물 문화에 더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CON.KR / ⓒfake magazine

Q.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지금의 괴근 식물이었는지

A. 그때 어머니가 사진으로 보여주신 게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Pachypodium Gracilius)라는 괴근 식물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괴근 식물인지 어떤 종의 식물인지는 인지하지 못했어요. 가까운 일본의 SNS나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걸 보게 되고, 관심이 생겨 찾아보니 괴근 식물이라는 큰 프레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종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관심이 생기면 꼭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괴근 식물 키우고 수집하고 있어요.


Q. 아가베, 파키포디움, 박쥐란 등 괴근 식물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A. 괴근 식물은 척박한 환경에 살아가기 위해 몸통에 많은 수분과 엄청난 일조량과 일교차를 견디기 위해 두꺼운 표피를 가지고 있죠. 여러 나라에 괴근 식물이 있지만 저는 *CITES라고 불리는 멸종 위기종으로 정식 수입허가가 필요한 마다가스카르의 괴근 식물을 판매하고 있어요. 아가베와 박쥐란은 괴근 식물류는 아니고 서로 같이 상호해주는 존재들이죠. 키우는 방식도 조금 다르지만 3개의 어우러짐은 아주 좋은 거 같아요

*CITES :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 범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포획·채취와 상거래를 규제, 야생 동식물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약이다.

Q. 어우러짐이 좋은 식물 중 선호하는 식물을 꼽자면

A. 말씀드렸다시피 아가베, 파키포디움, 박쥐란은 모두 다 다른 개체군이에요. 저는 그중에 주로 파키포디움 같은 괴근 식물을 선호하고 있어요. 꾸준하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바라봐야지 느린 성장과 자연 속에서 오랫동안 자란 것들에 대한 그런 그런 살아있는 뭔가 조각품 같은 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서브컬처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중에서도 괴근 식물을 제일 사랑하고 있습니다.


Q. 국내를 제외한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괴근 식물 문화가 많이 자리를 잡았다고 알고 있다.

A. 맞아요. 서양권의 나라보다는 일본과 홍콩 그리고 대만, 인도네시아 등등 동양권 나라에서 분재부터 시작되어 하나의 고급 식물 가드닝 문화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여러 가지 전시와 팝업 기획들이 열리고 있고 핸드메이드 굿즈들의 수요도 많이 있어요. 서양권의 나라보다는 동양권의 나라들의 동양의 미에 조금 더 부각되고 잘 조화가 되다 보니까 10년 전부터는 괴근 식물 서브 컬쳐 신이 되게 자리 잡고 지금까지도 꾸준하고 스터디하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에요.

나라를 허물어 여러 브랜드 간의 콜라보 제품도 출시 중인데 근래에 본 팝업 전시 중 홍콩에서 디즈니와 괴근 식물의 콜라보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일본은 고급 백화점에도 입점 돼있는 만큼 괴근 식물 컬처가 많이 알려져 있고 자리 잡고 있어요. 해외는 이렇게 크게 성장이 돼 있지만 한국은 꾸준히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중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이런 식물들을 뭔가 나 말고도 한국에서 공유하고 같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국내에 뭔가 없다 보니 제가 직접 수입해서 판매를 해보자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Q. 국내에도 괴근 식물 문화가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괴근 문화를 위해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들도 많이 주최, 참여했던 걸로 알고 있다. 진행했던 전시를 소개해줄 수 있는가

A. 괴근 식물 서브컬쳐에 대해 마음 맞는 분들(acetreeman, agave of seoul)을 만나면서 작년 4월 부암동의 ‘Ace Four Studio’를 필두로 마포의 데스툴, 1984 성수의 아모레까지 다양한 곳에서 우리가 지지하고 있는 괴근 식물 서브컬처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할 수 있었어요. 여러 사람이 가까이에서 괴근 식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우리가 좋아하는 괴근 서브컬쳐를 위해 기획과 전시는 꾸준 할 거예요. 좋아하는 걸 공유한다는 건 외롭지 않고 좋은 일이잖아요.


Q. 괴근 식물을 판매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A. 처음에 수입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막막했어요 마다가스카르를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현지 셀러를 찾아야 했어요. 아침저녁으로 구글어스를 통해 마다가스카르 지도만 봤어요. 어딘가쯤에 있는 괴근 식물 농장을 발견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쳐있었죠. 그렇게 한두 달 정도를 찾다 보니 마다가스카르에서 밥을 먹는 꿈을 꿨는데 그때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어요. 자세한  사업적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어서 죄송해요.(웃음)

그 후에는 멸종 위기종을 핸들링 하기는 위해서 양국가에서 CITES라는 서류를 발행 받고 기내에 물건을 실기 위해 선착물 예약, 환경청 식물 검역 등 준비 마쳐 수입을 하는데 많은 양의 식물들이 박스에 포장되어 오다 보면 압력에 의해 몇몇이 죽기도 해요.

식물들의 뿌리는 해충 문제로 인해 전부 잘려서 들어오고 뿌리가 잘려서 들어온 식물들을 '벌크'라고 부르는데 괴근 식물은 '벌크'인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조건을 완성시켜 '루팅'이라는 작업을 거쳐 다시 뿌리를 만들어줘야 완벽하게 살아난다고 볼 수 있어요. 종에 따라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는 식물들도 있는데 그래서 '벌크'인 상태와 '루팅'인 상태, 두 개체의 가격차이는 많이 나죠.

괴근 식물 컬처에는 '벌크마켓'이라는 수입된 식물을 뿌리가 없는 상태로 구매하는 문화가 있어요. 일종에 도전의식과 함께 고가의 개체를 보다 저렴하게 콜렉트 하기 위함이죠.


Q. 미적 요소가 뛰어난 꽃과 다른 외형의 괴근 식물이 국내에 자리 잡기까지 어떤한 과정들이 필요할까

A. 국내로도 많이 수입되고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짐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가 커진다면 식물과 다양한 관련 제품들의 수요도 많아지고 괴근 식물 컬처도 점점 자리 잡아갈 거 같아요. 외적 요소로만 보고 미적 요소가 뛰어나서 이거 집에 있으면 예쁘겠다는 느낌도 있겠지만 오브제의 요소로 인테리어적으로도 역할을 해주고 있어 반려동물과는 맞지 않은 환경을 가진 분들과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또, 감각적인 부분을 보자면 식물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괴근 식물들은 자연 원산지에서 60년 적어도 최소 10년에서 크게 된 거는 60년 70년 동안 자란 아이들인데 이런 친구들을 옆에 두고 바라보면 식물 특성상 큰 몸통과 두꺼운 표피가 왜 이렇게 됐을까에 대한 재밌는 스토리를 항상 저는 생각을 해보고 하거든요.(웃음)

CON.KR / ⓒfake magazine

Q. 괴근 식물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식물과 몇 가지 상식과 팁을 소개하자면

A. 처음으로 괴근 식물을 접한다면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라는 개체가 제일 눈에 먼저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로도 전 세계에 괴근 식물 마니아들이 각기 다른 모양 때문에 하나가 아닌 여러 개체를 수집하곤 해요. 구름 없이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은 적은 고산 바위지대에 살다 보니 그 환경 속 거친 느낌이 몸체에 많이 나타나 독특한 모양이지만 봄철이 되면 가지에서 긴 꽃대가 올라와 노란색의 조그마한 꽃을 피워요. 사계절 동안 새순이 올라오고 꽃을 피우고 낙엽이 지죠.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즐길 수가 있는 게 특징이에요. 이런 점에서 크게 성장하지 않지만 살아있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느린 성장만큼 관심이 없다면 하루하루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수도 있어요. 지속적인 관찰로 미세한 차이를 알아가는 게 팁이에요.


Q. 괴근 식물 이전에 한식 다이닝 ‘서촌 식당(@seochondining)’을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A.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같이 요리하는 걸 좋아했어요. 전역을 하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동네에서 어머니와 식당을 하면 어떨까 문득 생각이 들었죠. 저희 둘 다 식당을 해본 적은 없지만 우리가 맛있게 만들어 먹던 집 요리를 팔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6년이 됐지만 저희 둘 다 이정도까지 힘들면서 잘 될 줄은 몰랐던 거 같아요. 항상 식당에서 서로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면 그 생각은 해요. 남을 배부르게 하는 일은 내가 복받는 일일 거라고, 앞으로도 마음 편안한 동네 식당으로 남고 싶어요.

Q. 식당의 위치와 함께 거주하는 곳 또한 서촌이다. 서촌에 자리 잡은 계기도 궁금하다.

A. 중학교 때부터 줄곧 자라온 곳이라 익숙하고 편하다고 느껴요. 부모님도 근처에 살고 계시고 저 또한 여기에 둥지를 틀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도 한옥에 오랫동안 살았던 경험이 좋았어서 지금 살고 있는 공간도 한옥으로 골랐어요.


Q.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걸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괴근 식물도 그 일부였을 거 같은데

A. 저한테는 수집가 DNA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릴 때 증조부 댁에 놀러 가면 온갖 잡동사니가 수두룩 쌓여있었어요. 가끔 무릎에 앉혀두고 미제니 일제니 신기한 걸 아기 때부터 많이 보여주셨었죠.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무언가에 빠지시면 푹 빠지시고 수집하시는데 그 산물이 저인 거 같아요.


Q. SNS를 통해 포켓몬과 유희왕 카드도 눈에 띈다.

A. 어렸을 때 포켓몬 게임기나 디지몬 디지바이스 그리고 유희왕 푸른눈의 백룡, 이런 장난감들을 좋아했어요. 너무나도 이쁘지만 비싸서 쉽게 가지지 못해서 더 바라던 장난감들이었던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것들은 여전히 이쁘고 비싸요. 시간이 흐름에도 가치가 변치 않는 것이 신기해요. 집안에 혼자 앉아서 내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그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곤 해요. 그 시절의 마음을 변치 않게 가지고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사회생활하며 지칠 때 어렸을 때 좋아했던 그때,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보며 만져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Q. 좋아하는 것들을 향유하는 모습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괴근 식물 이후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겼을지도 궁금하다.

A. 오래된 이집트나 아프리카 조각상들, 종교적 용품들이나 아카이브 된 빈티지 굿즈들, 한국 작가들 작품, 영화 포스터, 절판 만화 도서, 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찾아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인터넷으로 하루종일 여행할 수있어요.

CON.KR / ⓒfake magazine

Q. 벌써 23년의 반이 흘러갔다. 한 해 세웠던 목표가 잘 이뤄져 나가고 있을까

A. 펜데믹이 거의 종식되고 6개월간은 식당 일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요. 남은 6개월도 식당 일도 식물 일도 열심히 할 거 같아요. 여름이 곧 오는 만큼 다양한 식물을 또 들여올 예정이어서 새로운 마켓과 기획, 멋있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올해는 식물 관련해서 여러 가지로 더 기획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게 목표예요. 목표치에 달성할 수 있게 열심히 해봐야죠 둘 다 너무 좋아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본인에게 'FAKE'란?

A. 꾸준함, 변하지 않는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