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대에서 거리로, Stüssy의 8 Ball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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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캘리포니아에서 션 스투시(Shawn Stüssy)가 설립한 스투시는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 티셔츠로 주목받으며 스트리트웨어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자유분방한 감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스트리트 브랜드로 성장한 스투시는 수많은 상징적인 그래픽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스투시 링크 로고(The Stüssy Link Logo)' 그래픽, '크라운(Crown)' 그래픽, '주사위(Dice)' 그래픽 그리고 '8볼(8 Ball)' 그래픽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8볼은 브랜드의 반항적인 정신과 스트리트 문화의 정수를 담은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8 Ball'의 의미>
8볼은 포켓볼 경기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마지막 공으로, 경기의 흐름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소다. 모든 공을 넣은 후 마지막으로 8볼을 포켓에 넣으면 승리하지만, 경기 도중 실수로 넣으면 즉시 패배하게 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8볼은 신중함과 전략이 필요한 동시에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8볼은 단순한 게임 요소를 넘어 행운과 불운, 승리와 패배, 그리고 인생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Hot Rod'문화와 '8 Ball'>
이와 같은 8볼은 핫로드(Hot Rod) 문화에서 중요한 그래픽으로 쓰였다. 핫로드 문화는 1930~40년대 클래식카를 개조해 빠른 속도를 내도록 튜닝하며, 드래그 레이싱(Drag Racing)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짝이는 크롬 장식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꾸며진 차량들 속에서 8볼은 행운의 부적이자 개성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또한, 미국의 거리 문화 속에서는 8볼이 1/8온스(약 3.5g)의 마약을 의미하는 속어로도 사용되며, 힙합 음악과 대중문화 속에서 반항적이고 위험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요소로 등장하기도 했다.




<스투시만의 '8 Ball'>
이처럼 다양한 문화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8볼을 스트리트웨어로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한 브랜드가 바로 스투시다. 스투시는 8볼이 지닌 의미와 스트리트 문화 속 깊이 자리 잡은 상징성을 자연스럽게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녹여냈다. 8볼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스트릿웨어에서 이를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으로 활용한 브랜드가 스투시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초기부터 스투시는 독창적이고 강렬한 비주얼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축했으며, 그중에서도 8볼 그래픽은 빠르게 브랜드의 대표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수십 년 동안 티셔츠, 후디,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며 스투시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한동안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기 위해 8볼 그래픽이 자취를 감췄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다시 등장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018년 런던 소호(Soho) 챕터 스토어 오픈 당시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거대한 8볼이 런던의 주요 명소를 굴러다니는 장면이 연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버킹엄 궁전 앞, 지하철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8볼은 마침내 매장의 쇼윈도에 자리 잡으며, 스투시의 강렬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스투시는 여전히 '8ball'>
이후 2020년, 스투시는 브랜드 설립 40주년을 맞아 8볼을 중심으로 한 한정판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그중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아이템은 40주년 기념 바시티 자켓. 이 자켓에는 스투시의 대표적인 슬로건인 ‘International Stüssy Tribe’와 함께 8볼을 지구본 형태로 표현한 그래픽이 더해져, 브랜드의 글로벌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복원이 아니라, 브랜드의 뿌리를 되새기고 스투시의 핵심 정신을 재확인하는 의미 있는 컬렉션이었다.


스투시의 8볼 그래픽은 단순한 패션 디자인이 아니다. 행운과 불운을 동시에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인생의 예측 불가능성을 담아내며 스트리트웨어의 본질인 자유로움과 도전 정신을 표현한다. 또한, 브랜드가 지닌 저항적이고 독립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투시의 핵심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심볼이 되어왔다.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 속에서도 스투시는 8볼을 통해 브랜드의 뿌리를 잊지 않으며, 여전히 스트리트웨어의 중심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8볼은 스투시의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 스트리트웨어 문화를 대변하는 강렬한 상징이 될 것이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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