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EZNY(더즈니)

[ISSUE No.2] DOEZNY(더즈니)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스텐실과 페이스트업을 주재료로 활동 중인 더즈니라고 합니다.

Q. 그래피티 또는 스텐실 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A.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우연히 미디어를 통해 길거리 예술을 접하게 되었는데, 내가 알던 미술과 다르게 이런 기동성이 있고 익스트림한 그림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활동적인 미술이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 매력에 더 빠졌고, 직접 길거리 예술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전념해오고 있습니다.

Q. 아티스트 이전에 특수체육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경험이 지금의 'Doezny'만의 작업 방향성을 잡아주게 되었는지?

A. 특수체육 지도사였던 제가 ‘더즈니‘로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서로 연관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겠지만, 더즈니라는 이름을 만들고 주제를 고민할 때 제 직업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보다는 제가 추구했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중점적으로 했었어요. 미술을 안 했다면 사회복지사 쪽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그림에 조금씩 특수아동이 아닌 아이라는 큰 주제로 녹아나오는 부분에 만족하고 있어요.

Q. 본인의 아트웍를 직업적으로 분류하자면?

A. 제가 하는 작업들은 스트릿 아티스트가 될 때가 있고, 그걸 준비하는 작업은 그래픽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어요. 굉장히 다양한 믹스미디어가 담겨 있다 보니, 페인팅, 스텐실 등등 다양한 것을 아티스트 앞에 붙일 수 있겠지만, 스텐실도 그렇고 페스트 업(종이를 풀로 붙이는 작업)도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굳이 꼽자면 그래픽 아티스트인 거 같아요.

Q. 대중들에게 'Doezny'(작가님)은 어떻게 인식되었으면 하는가?

A.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아가야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꾸준히 열심히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인식되고 싶어요.

Q. ‘Doezny'로서 성장 과정을 알고 싶다.

A. 4년 전 미디어를 통해 접한 길거리 예술을 따라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움의 과정을 거친 후 적용하기까지 약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스프레이를 처음 써보고 스텐실을 컷팅하면서 초반엔 고민보단 무작정 만들고 칠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컷팅하는 것들과 뿌리고 벗겨내는 행위들은 미술이라는 분야 중 만족도가 높았고, 저만의 프로파간다를 보여줄 시그니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미 유명한 것들을 합쳐야겠다 하는 다짐에 건물 어디에나 있는 출구 표시와 전국적인 프렌차이즈 이미지인 로날드 이 두 가지를 합치게 된다면 “비상구를 보더라도 햄버거를 먹을 때도 나를 떠올리지 않을까?“라는 시작점에서 욕심이 불어나면서, 더 다듬어진 그림과 전달력 있는 표현을 하고 싶어서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폴리티컬 아트부터 로날드의 달려가는 모습의 런포드엑시트 등 다양하게 새로운 시도들을 했습니다. 현재도 그와 같은 시도 중입니다.

Q. 나 자신과 'Doezny'에게 바라는 점은?

A. 마음속에서는 당연히 열심히 하고 싶죠. 하지만 육체가 마음을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어요. 그럴 때는 항상 주변에서 좀 쉬라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사실 그게 너무 안 돼요. 워커홀릭이고 안 좋은 유형의 완벽주의이다 보니 쉴 때도 컴퓨터를 켜놓고 멍하니 앉아 시간을 낭비할 때가 많아요. 그렇게 앉아 있어도 작업이 풀리는 건 아닌데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작가‘Doezny’에게 바라는 점은 심리적인 부분을 잘 이겨내서 작업할 때와 쉴 때를 잘 조율했으면 해요. 반대로 작가 ‘Doezny’가 저에게 바라는 점은 쉴 때나 내려놓을 때는 제가 놀고 싶어 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부분에 대해 작업적인 생각들을 내려놓고, 아티스트가 아닌 저로서 완전히 활성화가 되어 그 상황을 오롯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기억의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A.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몇 가지 말씀드리면 우선 노티스 스텐실이 있습니다. 노티스라는 작품을 2019년 7월에 전시할 때 제작한 대형 스텐실이에요. 지금까지는 만들어 보지 못한 큰 사이즈의 작품이었고, 마음에 들어서 아카이브 할 겸 스텐실 작업 후 대형 액자로 만들어뒀어요. 대형 스텐실이다 보니 무게도 무게고 컷팅부터 액자화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지만 존경하는 아티스트들과 전시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작업물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최근 개인전에 전시했던 EXIT STAMP. 한국의 고증이 있는 문양과 제 시그니쳐를 잘 어우러지게 조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시그니처로 쓰고 있는 건 로날드 러닝맨인데 로날드는 서양 패스트푸드 패키지 구석에 있는 작은 그림이에요. 그 때문에 그 조합이 재밌고 액자와 고리까지 한국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Q.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것들이나 추후에 진행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A.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서 작업을 하려고 해요. 공사장 패널을 활용해 만든 작품처럼 흥미로운 매트리얼에 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기획할 예정이에요. 또, 헤라와 작업했을 땐 정말 새로웠어요. 이처럼 다른 결을 하나로 예쁘게 묶는 게 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외의 사람들과 더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Q.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A. 디테일이에요. 제 작업은 그래픽 디자인과 스텐실 스프레이의 과정을 거쳐요. 백그라운드를 만드는 작업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치밀한 비율계산을 통해 디자인이 만들어져요. 스텐실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부 살려서 표현해요. 상업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에요. 사람들이 공감하며 소비할 수 있게끔 염두에 둔 디자인 또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Q. 메인 캐릭터 '로널드' 이외에 'Doezny' 만의 새로운 시그니쳐 캐릭터를 제작한다면 생각해둔 것이 있는지?

A. 새로운 시그니처는 없을 것 같아요. 로날드를 계속 재해석하면서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제 포스터를 보면 EXIT가 메인인 것 같지만 사실 달려가고 있는 로날드의 포즈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출구는 가만있어도 거기 있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가까이 오지 않아요. 그래서 중심은 달려가는 포즈에 있고 그게 로날드예요. 언제든 달려가는 포즈를 그릴 수 있지만 로날드의 익살스러운 포스는 앞으로 계속 메인 시그니처로 쓰고 싶네요.

Q. 그래피티 아티스트 또는 스텐실, 스트릿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A. 그냥 해버리는 거요.

Q. 그래피티 아티스트 또는 스텐실, 스트릿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조언을 드리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냥 해버리세요. 모르면 따라 해보세요. 따라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예요.

Q. 새로운 직업을 선뜻 선택하고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시작점에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A. 새로운 도전에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해요. 창피하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이나 말들을 견뎌야 하니까요. 새로운 것을 하는 데 고민이 된다면 정말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는, 확실히 하고 싶은데 주변에 뭐라고 말할지, 태클 거는 말들을 들으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인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런 시선들과 태클들은 새로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채찍질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