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험한 심연을 노래하다. '포티스헤드(Portis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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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ped 와 Hiphop의 합성어, 트립합(trip hop). 여기서 Tripped는 약에 취한 환각상태를 의미하는 영국의 은어이다. 느리고 처지는 템포의 힙합 비트와, 귀에 속삭이는 듯한 몽환적인 보이스, 그리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섞여 만들어진 것이 트립합이 시사하는 장르적 특징이다. 1990년대 영국 브리스틀의 언더씬에서 태어난 트립합은 소위 ‘브리스틀 사운드(Bristol Sound)’라고 불리기도 한다.
포티스헤드는 이러한 트립합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 영국의 밴드이다. 어두운 블루로 뒤덮인 앨범 커버, 느린 호흡의 반복적인 비트, 보컬 베스 기븐스(Beth Gibbons)의 흐느끼며 절규하는 블루스 창법의 보이스, 그리고 일관된 우울로 점철되어 있는 수록곡들. 모든 음악적 요소들이 단 한 줌의 빛조차 보이지 않는 깊은 심연으로 수렴한다. 이에 더해, 종종 담배를 입에 물며 무대를 서는 보컬 베스 기븐스의 모습은 포티스헤드가 전개하는 농도 높은 블루에 짙은 설득력을 더해주는 듯하다.
평단의 예술적 극찬과 더불어 360만 장이 팔리며 상업적으로도 매우 큰 성과를 거둔 트립합의 효시이자 포티스헤드의 첫 앨범, [dummy]. 우리에게 세련된 우울이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Editor / 김성욱(@wookk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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