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세대, <EP.2 YoonHyung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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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세대, <EP.2 YoonHyung Park>
[2] YoonHyung Park
최근 영 국왕 찰스3세 대관식의 콘서트 아트윅을 제작하고,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MU Hybrid Art house의 Reproduction Otherwise 전시를 비롯해 유럽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윤형은 표현 형식의 번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을 포착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그는 Ai 제너레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미지를 생산, 왜곡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조명한다. 그는 최근 런던 White city에서 전시한 Object(s) of Misunderstading 작업과 Salisbury Hotel에서의 퍼포먼스 공연을 통해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1. 당신의 작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만약 내가 어떤 거대한 회화 작품 위에 먼지만한 크기로 서 있다면, 나는 붓터치의 산맥에 올라가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니터를 눕혀놓고 그 위에 먼지만한 크기로 서 있다면,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평평한 픽셀 데이터 뿐일 것이다. 시립대 교수 정현의 저 <PBT: 포토샵 브러쉬 텍스트>를 읽고 가장 깊게 남은 표현입니다. 2D에서 3D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날 때 새로 생겨나는 것들에 대해 다루고 싶어졌어요. 이 번역 과정은 2D에서 3D뿐만 아니라,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혹은 역 방향으로도 작동합니다.
2. 번역이라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A. 표현 형식은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와 같습니다. 그렇기에 표현 형식의 변화는 번역이라고 볼 수도 있구요. 다만 형태의 변화 이후 정확하게 동일한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의미가 추가되고 제거되는 등 의미의 왜곡이 발생하기 때문에 Translation 이라는 표현과 conversion 이라는 표현 중 적절한 표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3. 번역 과정에서 추가되는 데이터들은 본인의 감각에 의존하는 편인가?
A.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모든 Input은 내가 의도를 가지고 만들고 있지만, 그 구조 안에서 우연성이 존재하니까요. 쉽게 말해서 프로세스는 의도를 바탕으로 제작되지만 해당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우연하게 만들어진 수 많은 결과물 중 나의 결에 맞는 결과물을 선택하는 데에는 나의 디자인적 미감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거죠. 개인적으로 미감 역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의도와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언어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감각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을것 같네요.
4. 최종 도안을 선택 하는 기준은? 그 선택을 하는 이유가 곧 작업의 의도성이 되는것이 아닌가?
A. 논리적 구조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선택은 프로세스의 제작과 평면 이미지를 제작하는 과정에 포함됩니다. 프로세스가 만들어낸 랜덤한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은 조금 더 디자인적 미감의 영역이구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적 미감 역시 은폐된 의도성의 영역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5. 디지털 매체를 주로 다루는 작가로서 본인은 변화를 주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혹은 변하지 않는 것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A.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은 여러 의도가 쌓여 순차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제작 이후나 중간에 근본적인 수정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지금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노드 베이스 시스템의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수정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 할 수 있겠네요. 즉 변화의 관점에서 제 작업을 설명 하자면 저는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변화 하니까요. 그리고 저는 변하는 것들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작업 프로세스는 100프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모래사장에서 조개 껍질을 줍듯이 나열된 여러 가능성 중에서 선택한 오브젝트들을 선보이는 느낌입니다. 항상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제 작업이 매력적인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우연성을 마주 했을 때 재미를 느낍니다.
6. 작업에서 색을 쓰지 않는 이유는?
A. 변수가 더 많아 지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아요. 무엇인가 주어진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컬러를 쓸 때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전하려는 것에는 컬러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직은 생각합니다. 컬러의 활용을 통해 전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저에게 아직은 없어요. 지금 다루고 있는 형태의 영역을 조금 더 이해하고 난 이후에, 제가 컬러를 활용하게 된다면, 그때는 분명한 의도가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7. 본인의 역사성 속에서 작업의 변화가 있었나?
A. 작업 초기에는 평먼성 속에서 패턴을 만드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때는 형태의 변환 보다는 의도적으로 배치된 프로세스 이후에 발생하는 우연한 결과물에 더욱 재미를 느꼈어요. 이 계획성 위에 발생하는 우연성에, 형태 변화에 의해 왜곡되는 데이터에 대한 관심 더해져 지금의 작업을 하게 되었구요. 하나의 계단을 넘어 온 느낌입니다.
8. 앞으로 작업적으로 변화하고 싶은 방향이 있나?
A. 지금 하는 작업의 결과물들은 실용성이 있는것은 아닙니다. 이 결과물을 쓸모가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저의 사상의 발전과는 아직까지 관련이 없지만, 막연히 작업물을 용도가 있는 형태로 연결 시키는데 흥미가 있어요. 또, 형태의 변환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형태의 변화과정에서 추가되는 것 뿐만 아니라 반대로 축소하고 제거 되는 것에도 관심이 있어요. 예를 들어 3D 작업물을 포스터로 뽑고 스캔 했을 때, 새로운 질감이 생길 뿐만 아니라 입체작업에서 느껴지는 물성이 제거되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거든요.
9. 나의 Fake는?
A. 저만의 Fake는 매 순간에 충실하는 것. 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최대한 잘 수행 하는것입니다. 저의 작업 방식이 프로세스 하나 하나를 이성적인 방식으로 설정하다 보면 우연성이 겹쳐져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방식인데, 인생도 눈 앞의 것을 하나씩 길을 잃지 않고 잘 처리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우연성이 결합되어 놀라운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 매번 충실한 ‘순간성’이 나의 Fake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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