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어야 했던 그의 죽음” 홍콩 영화의 아이콘, 장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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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일 홍콩 센트럴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장국영이 세상을 떠났다.”
만우절이라는 날과 어울리지 않는 비보였기에, 많은 팬들은 그의 죽음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이길 바랐던 이들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 그를 추모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4월 1일이 되면 그의 음악이 흐르고, 그의 영화가 다시 상영되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한다.
장국영(张国荣, Leslie Cheung)은 1956년 홍콩에서 태어나 가수이자 배우로서 시대를 초월하는 명성을 남겼다. 《영웅본색》,《아비정전》,《패왕별희》,《해피투게더》등의 작품을 통해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였으며, 그의 영화 속 모습은 지금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가수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당년정〉,〈바람 계속 불고〉,〈추억은 흐르는 물처럼〉같은 노래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는 성별과 정체성을 초월하는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으며,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장국영이 살아있는 곳>
장국영의 작품 세계는 시대를 초월한 감성과 예술적 깊이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이상주의적인 경찰의 고뇌, 영원한 방랑자의 고독,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극적 사랑과 이별의 쓸쓸함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체화한 예술 그 자체였다. 장국영은 성별과 정체성을 초월한 존재로,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감정을 기록한 시대의 산물이며, 그의 노래와 연기는 스크린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아비정전》(1990)
장국영의 작품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예술적 깊이를 지닌다. 왕가위 감독과 함께한 <아비정전>에서 그는 공허함과 고독을 품은 아비 역을 통해 아시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에서 그의 감정선은 절제되면서도 강렬하며, 그의 존재 자체가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했다. 특히 녹색 배경 아래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홍콩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패왕별희》(1993)
<패왕별희>에서는 경극 배우 '두지' 역할을 맡아, 성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비극적 운명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장국영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영화로 남아 있다. 두지는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을 온전히 바쳐야 하는 인물이고, 장국영 역시 이 역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의 깊은 갈등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연기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두지가 되어버린 듯한 연기를 선보였다. 두지가 경극 무대에서 보여주는 손짓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내며, 영화는 그의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해피투게더》(1997)
그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해피투게더>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왕가위 감독과 함께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비극을 만들어냈다. 장국영은 여기서 연인 사이의 권태와 사랑, 외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대사는, 그의 삶과 영화 속 캐릭터의 운명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탁월한 감정 연기와 파스텔 톤의 영상미가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영웅본색》(1986)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으로, 장국영의 스타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그는 정의롭고 이상주의적인 경찰 '기걸' 역을 맡아, 범죄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형(적룡 분)과 그와 얽힌 의리의 사나이(주윤발 분) 사이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 냈다. 기걸은 형이 범죄 조직과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지만, 동시에 형제애를 포기할 수 없는 인물이다. 장국영은 이 역할을 통해 순수함과 냉철함, 분노와 애정을 동시에 표현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형과 재회하며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는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장국영이 남긴 유산>
장국영은 단순한 배우, 가수를 넘어 한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그의 연기는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서 빛났고, 가수로서도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로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평론가들은 그를 "아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중 한 명"으로 평가하며, 그의 작품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또한 패션과 스타일 면에서도 시대를 앞서갔다. 성별을 초월한 스타일링과 자유로운 자기표현으로, 젠더와 고정관념을 허물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였으며,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어느덧 20여 년이 흘른 지금 장국영의 작품을 다시 보면, 당시엔 느끼지 못했을 슬픔이 함께한다. 마치 그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여전한 얼굴과 눈빛에 담긴 은은한 슬픔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만 같다. 거짓을 말하는 장난 같은 날인 4월 1일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장국영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화려한 홍콩의 거리 속에 살아있다. 거짓말처럼 생생하게



Editor / 김수용(@_fu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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