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MATERIAL(하드머테리얼)

HARDMATERIAL(하드머테리얼)

누구든 특정한 장소에서 느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이 깊어지면 취향이 되고 그 취향이 공유 되었을 때 진정한 친구가 된다. 그 중 망원동을 사랑하는 두 명의 친구와 그들이 운영하는 칵테일바 ‘하드 마테리얼’(@hardmaterialseoul)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드 마테리얼’은 망원시장 근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칵테일 바로 다양한 음식과 특별한 시그니처 칵테일 등을 소개한다. 바 테이블로 이뤄진 이 작은 공간의 첫인상은 꽤나 인상적이다. 바이닐과 술이 가득한 공간, 따뜻한 조명과 독특한 소품들이 공간을 채운다.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해 같은 곳에서 만난 ‘맷(이하 M)’과 ‘지만(이하 G)’의 공간을 소개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M. 안녕하세요. 저는 지만의 친구 맷입니다. 뉴욕에서 왔고, 한국에 온 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디제이 일을 하고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G. 안녕하세요. 저는 맷의 친구 지만입니다. 3D 영상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디제이도 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무에타이도 하고 있습니다.

Hard Material / ⓒfake magazine

Q. 망원동에 숨은 아지트, 칵테일 바 ‘하드 마테리얼’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A. '하드 마테리얼'은 망원동의 정서와 저희의 개인적인 취향과 경험을 담아낸 칵테일 바입니다. 저희는 독창성과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칵테일, 음악,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DJ 투어로 해외를 다니며 수집한 소품과 특별한 재료들로 공간을 꾸몄습니다. 그중 하나가 홍콩에서 가져온 빈티지 에로틱 잡지 컬렉션인데요, 바의 이름을 정할 때 이 잡지를 참고했습니다.

한자를 잘 몰라 번역기를 돌려보니 잡지 표지에 ‘음란물’로 분류되어 있더라고요.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Hard Material’이라 할 수 있죠. 배경 이야기를 모르면 다소 모호할 수 있지만, 거칠고 독특한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바 운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이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키워드가 있을지 궁금하다.

A. 맷은 대학생 때부터 뉴욕에 있는 여러 칵테일 바와 식당에서 일해 왔고, 지만 역시 칵테일 바 댐굳서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추구하는 맛있는 칵테일에 대한 기준이 비슷했고, 좋아하는 음악도 비슷했기에 자연스럽게 하드 마테리얼을 함께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서로 가장 중요하게 여긴 키워드는 ‘독특함’과 ‘친근함’이었습니다.

Q. 망원의 스피릿과 공동체를 담아내기 위한 방향을 지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의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해봤을텐데 망원동에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가장 큰 이유는 저희 둘 다 망원동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맷은 2020년에 이사 왔고, 지만도 그 후 곧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까이 살게 되면서 서로의 관계가 더욱 깊어졌고, 망원에서 지내며 이곳의 공동체와 문화에 매료되었습니다.

망원동은 올드스쿨한 매력이 있어 큰 도시의 일부분이라기보다는 따뜻한 동네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이곳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 모여 있어 강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망원동에는 서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독특하고 높은 퀄리티의 식당, 바, 카페, 상점들이 많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저희는 하드 마테리얼이 이 동네에 대한 사랑을 담고, 여기서 쌓아온 모든 관계를 반영하기를 원했습니다.

Hard Material / ⓒfake magazine

Q. 망원시장에서 칵테일을 위한 재료를 공수해 온다고 들었다. 망원시장에서 어떤 재료를 공수해 오는가.

A. 레몬, 계란, 허브, 그리고 다양한 계절별 채소와 과일을 구매합니다. 수제 참기름과 닭 육수 같은 재료도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칵테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을 때는 항상 먼저 망원시장을 방문해 제철 신선한 재료를 살펴보곤 합니다.


Q. 그래서인지 하드 마테리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창적인 시그니처 칵테일들이 눈에 띈다.어떤 칵테일들이 있는가.

A. 현재 판매 중인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인 ‘루고사’는 방아잎과 방아 시럽이 들어간 메뉴입니다. 저희 둘 다 강한 향을 가진 향신료와 나물을 좋아해서, 이 독특한 재료를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부산 여행 중 거의 모든 식당에서 산초가루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칵테일을 만들게 되었죠.

이처럼 저희의 칵테일은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여름 방콕에서 DJ를 하며 그곳의 바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균형과 향에 대해 배운 점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법과 맛에 대한 저희의 관심이 한국 전통 재료와 결합되어, 저희만의 차별화된 칵테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Hard Material / ⓒfake magazine

Q. 특별한 칵테일(시그니쳐 칵테일) 들을 제작하기까지 재미난 비하인드가 있다고 들었다.

A. ‘선데이모닝 마티니’라는 시그니처 칵테일이 있었습니다. 이 칵테일에는 한방 재료로 인퓨징한 진과 능이주, 그리고 망원동의 자랑 ‘혜성유통’의 닭 육수가 들어갑니다.

토요일에 같이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자연스럽게 혜성유통에 가서 해장을 하곤 했어요. 닭 냄새 하나 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이 육수가 특징이었는데, 문득 이 육수로 칵테일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날 바로 육수를 사 와서 며칠간 서로 취해가며 개선을 거듭한 끝에 만족스러운 칵테일이 탄생했죠.


Q. 바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무엇인가.

A. 술을 사서 집에서 마시면 바에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저희의 가장 창의적인 칵테일도 레시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아서,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바에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칵테일이 맛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음악, 향, 조명, 분위기 등 손님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Hard Material / ⓒfake magazine

Q. 여느 바와는 다른, 하드 마테리얼만의 매력이 있다면.

A. 저희 하드 마테리얼은 메뉴, 음악, 독특한 분위기 외에도 주로 동네 바입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망원동 주민들로, 퇴근길에 간단하게 한 잔 하러 오거나 지루할 때 들르곤 합니다. 망원 주민들은 연령, 배경, 취향 등에서 다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저희는 누구나 환영받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객들의 개성이 저희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하드 마테리얼에 오시면 어떤 분과 옆자리에 앉게 될지, 혹은 대화를 나누게 될지 모릅니다.

또한, 저희 하드 마테리얼은 동네 로컬 바입니다. 대부분의 고객은 망원동 주민들로, 퇴근길에 간단하게 한 잔 하러 오거나 심심할 때 들르곤 합니다. 망원 주민들은 나이, 배경, 취향 등에서 엄청 다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은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바를 매개체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과 새롭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기획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 바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그리고 왔던 이들과 앞으로 올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는가.

G. 가끔 오시는 노부부 손님이 기억에 남아요. 들어오실 때 항상 정중히 인사해 주시고, 피트한 위스키 하이볼 한 잔씩 드시고 가시는데, 가시기 전 항상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가세요. 그 외에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손님으로서, 그리고 사장으로서 서로 상호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처럼 손님은 저희가 준비한 서비스를 최선을 다해 즐겨주시고, 저희는 손님께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것들을 서비스해 드리고 싶습니다.


Q. N년차 마포구인이다. 망원동을 포함해 마포구에 추천하는 공간이 있다면.

A. 하드 마테리얼을 열기 전에도 저희가 사랑하는 많은 장소들이 있었고, 그곳의 많은 분들이 저희를 지원해 주셔서 지금도 친구이자 고객으로 남아 있습니다. 망원동과 마포구의 소상공인 커뮤니티는 굉장히 강력하며, 대체로 서로를 지원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강해지는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망원동에서는 빌라 마리아나, 슬로우 서퍼 클럽, 타케리아 엘 돈미고, 맨하탄 바버샵, 한강 에스프레소, 나이트 앤 데이, 나우 오어 네버, 그리고 서퍼스 부스를 추천합니다. 마포구와 그 밖의 지역에서는 리퍼, 댐굿, 챱스, 다이치, 그리고 물론 마카로니 펑키 클럽을 사랑합니다.

Hard Material / ⓒfake magazine

Q. 둘다 국내외를 오가며 디제이신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매장에서의 사운도 특별할 것 같은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음악을 트는가.

A. 사운드와 음질은 매우 중요하죠. 저희 공간이 작기 때문에 적절한 음향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어요. 운 좋게도 하이파이 매니아인 노신사분께 빈티지 ‘그룬딕 하이파이 박스 450’ 스피커 한 쌍을 찾았고, KRK 모니터 스피커와 함께 3개의 스피커 배열을 만들어 선명도, 다이내믹 스테레오 밸런스, 그리고 따뜻함을 우선시하여 배치했습니다.

저희는 레코드를 보관할 공간이 많지 않아서 매장에서 사용하는 레코드와 집에 두고 있는 레코드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상 저희의 사운드 시스템에 잘 어울리고, 바의 분위기에 맞게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레코드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저희 둘 다 희귀한 리믹스를 좋아해서, 찾기 어렵거나 다른 곳에서는 듣기 힘든 곡들을 플레이하곤 합니다. 그리고 가끔 손님들이 자신의 바이닐을 들고 찾아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반갑게 틀어드리고 있습니다.


Q. 칵테일바와 디제잉 외에도 각자 다른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M. 저는 원래 몇 년 동안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지만, 회사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기반의 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항상 기존 능력을 활용하고 새로운 능력을 쌓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려고 합니다. 물론,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죠.

가끔 영상에 출연하거나 모델 일을 하기도 하고, 파티와 이벤트 기획을 도와주는 것도 좋아하며, 소규모와 대규모 클라이언트를 위해 프리랜서 마케팅 작업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G. 저는 3D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처음엔 광고 프로덕션 회사에서 일을 해왔는데, 규모가 큰 프로젝트 작업을 자주 하다 보니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이 많이 힘들었어요.

마침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싶기도 했고, 개인 외주가 점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그만두고 바 일에 좀 더 전념하게 되었어요.

Hard Material / ⓒfake magazine

Q. 흔히 N잡을 이어오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A. 하드 마테리얼을 운영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저희에게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하드 마테리얼은 저희에게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자 중심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또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쉽게 네트워킹할 수 있어서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질 때도 있죠.


Q. 맷, 지만 그리고 하드 마테리얼이 꿈꾸는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진다.

A. 프랜차이즈요! 농담입니다. 더 크고 좋은 공간과, 더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맷의 고향인 뉴욕에서의 미래를 꿈꾸고 있어요. 하지만 미래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죠.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하드 마테리얼에게 ‘fake'란?

A. 하드 마테리얼에게 fake는 ‘솔직함’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우린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솔직했고 그런 솔직한 취향들이 지금의 하드 마테리얼을 만들어 준 것 같거든요. 물론 저희의 취향이 모두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누군가를 위해 나의 취향을 속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순간의 느낌과 커뮤니티에서의 감각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도 저희의 공간에서 우리의 취향을 느껴보면 좋겠어요. 혹시 모르죠 여러분의 취향도 저희와 같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