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우디오’라고 불러주세요

철권 8, 굴러들어 온 ‘신클라’ 박힌 ‘구클라’ 빼냈다

2025년에도 격투 게임 장르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시리즈인 <철권>. 격투 게임의 장르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이는 많지 않다. 이 시리즈는 격투 게임 장르 게이머들 사이에서 필수 교양처럼 여겨지고 있고, 어느덧 8번째 시리즈가 발매된 상황인 만큼 유구한 전통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반다이남코

< 콜라보 캐릭터들의 등장 >

격투 게임은 별다른 복잡한 서사 없이 캐릭터끼리 승패를 나누며 싸우는 단순 명료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격투 게임 장르는 여러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한 편. 철권 시리즈 역시 전통적인 격투 게임 장르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캐릭터 외에도 원작이 존재하는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협업하여 만드는 ‘콜라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해왔다.

예를 들어, 철권 3 가정용 플레이스테이션판의 등장한 만화 <GON>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체구가 작은 공룡 체구가 작은 공룡인 ‘곤’부터, SNK의 대전 격투 게임 <아랑전설> 시리즈에서 온 게스트 캐릭터 ‘기스 하워드’, 캡콤의 격투 게임 시리즈 <스트리트 파이터>에 등장하는 빌런 ‘아쿠마’(일본 명칭은 고우키), 파이널 판타지 XV에서 넘어온 게스트 캐릭터 ‘녹티스 루시스 카일룸’, <워킹데드> 시리즈에 등장한 잔혹한 메인 빌런 ‘네간’, 그리고 가장 최근 철권 8에서 등장한 파이널 판타지 XVI의 주인공인 ‘클라이브 로즈필드’ 등 다양한 찬조 출연 캐릭터가 출시되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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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 갈등의 시발점 >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2024년 12월 20일(금)에 정식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 XVI과의 콜라보 캐릭터인 클라이브 로즈필드는 지나치게 불합리한 캐릭터 밸런스, 게임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 억지스러운 콜라보라는 이유로 기존 유저들의 반감을 사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철권 7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클라우디오 세라피노’와 마찰을 빚게 된다.

이는 바로 두 캐릭터 간의 약칭이 겹친다는 것. 새로운 캐릭터 클라이브 로즈필드는 제법 긴 이름 탓에 줄여 부를 경우 ‘클라’라는 익히기 쉬운 약칭이 생기게 되는데, 때문에 출시 직후부터 유저들은 클라이브 로즈필드를 ‘클라’라고 줄여 부르게 된다. 하지만, 이는 클라우디오 세라피노 경우 역시 마찬가지. 클라우디오 세라피노는 1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클라’라는 약칭으로 불려왔던 것이다.

'철권 8' - '클라이브 로즈필드'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

이러한 이유로 철권 유저들은 두 캐릭터의 약칭을 두고 혼선을 막기 위해 한동안 클라이브 로즈필드와 클라우디오 세라피노를 각각 신클라, 구클라로 부르고 있었다. 양 캐릭터 유저들은 한참동안 ‘클라’라는 약칭을 차지하기 위해 은은한 신경전을 펼치던 와중, 신클라 유저들이 구클라를 우디오라는 약칭 부르며 ‘클라’의 약칭을 빼앗기 시작한다. 이에 철권8 갤러리에서 한 클라우디오 유저는 약칭을 되찾기 위한 제법 황당한 비공식 대회를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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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 전쟁의 서막 >

“우리 우디오단이 클라라는 이름을 뺏긴 지... 벌써 일주일! 우리 우디오단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파판(파이널 판타지) 캐릭이 신캐를 기대하는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기존 캐릭 이름을 빼앗은 것에 개탄하여(?) 개최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철권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대회방식은 아래와 같았다.

1. 대회 일시 : 2024년 12월 30일(월) 밤 9시 30분

2. 진행 방식 : 클라우디오 세라피노(구클라) 팀 5명 vs 클라이브 로즈필드(신클라) 팀 5명을 선발. -인당 목숨은 2개. 밀어내기(승자 연전) 방식으로 진행. -패배한 팀은 맵 선택 가능. 단 첫 맵은 랜덤. -참가 계급은 상관 없음.

3. 팀원 선정 : 내가 댓글에 참가 신청 글 링크를 올릴 것 -해당 링크 글에 댓글로 참가할 팀을 작성(클라우디오 or 클라이브.)

4. 승리 보상 :
-승리한 팀원에겐 각각 싸이버거 단품 1개
-자신 팀의 캐릭터가 '클라'라는 줄임말 이름을 가짐
-상대 팀 캐릭터의 이름 줄임말 투표 및 선정 (상대 이름 선택은 승리한 팀원이 각각 겹치지 않게 이름 선정하고 갤에서 투표할 예정)

이로써 약칭을 두고 두 클라 유저들이 한데 모여 철권 사상 초유의 “이름 빼앗기 대회”가 개최되게 된다. 결과는 클라우디오 유저인 대회 주체자의 바람과는 반대로 10대 8로 신클라 ‘클라이브 로즈필드’의 승리. 그렇게 클라이브 로즈필드는 ‘클라’라는 약칭을 얻게 된다.

그 후 우디오의 유저였던 대회 주체자는 “앞으로 클라우디오를 우디오로 불러주십쇼 그러니 뉴비들이 클라 공략글을 보실 때 2024년 12월17일 이전의 클라는 클라우디오 그 이후는 클라이브라 보시면 되겠습니다.”라며 클라우디오 세라피노는 10년간 사용했던 약칭을 새로운 콜라보 캐릭터 클라이브 로즈필드에게 빼앗기게 되며, 새 약칭 투표를 통해 ‘우디오’라는 약칭으로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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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패배 하지만 잘 싸웠다 >

경기 후, 클라이브 로즈필드 유저를 상대로 클라우디오 유저가 8승을 챙겼다는 것도 대단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낮은 난이도에 비해 과도하게 스펙이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명 ‘딸깍형’ 캐릭터로 자리 잡은 클라이브 로즈필드를 상대로 8승이나 챙긴 것이 경이로운 기록이라는 것.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재미가 전무했던 철권 신에 활기를 불어 넣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디오 유저들의 오랜 노하우가 출시 1달도 채 되지 않은 캐릭터에 의해 손쉽게 격파되는 불합리한 모습에, 철권 8의 고질적인 밸런스 문제가 다시금 조명받기도 하였다.






Editor / 김성욱(@wookk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