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3(윤삼)

[ISSUE No.2] YOON3(윤삼)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일러스트, 타투, 조형, 벽화를 아울러 작업하고 있는 정윤삼이라고 합니다. 만화나 삽화를 모티브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소재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내 이야기하는 민화 작가입니다.

Q. 윤삼(Yoon3)으로 활동 중이다. 네이밍의 유래가 있다면?

A. 어렸을 적 별명을 사용하고 있어요. 본명이 정윤식인데 어렸을 때부터 다들 ‘윤삼이’, ‘윤삼이’ 하고 부르더라고요. 이유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등장하는 인삼이 영삼이가 모티브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장난을 많이 쳐서 그런가. (웃음) 그래서 그런지 현재에 와서는 ‘윤삼’을 본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본명보다 윤삼이라고 불러주면 좋아요.

Q. 타투이스트라고 하면 세련된 네이밍을 짓고는 하는데, 어릴 적 별명 말고 따로 생각해 본 네이밍은 없었는가?

A. 타투 한정으로 블랙핑크(Black_Fink)로 활동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작업을 하다 보니 인스타그램 계정이 너무 정신이 없다고 느꼈어요. 특히 타투가 생업이다 보니 새로운 아카이브를 생성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요즘 말로 ‘부캐릭터’를 생성했는데 이름을 대충 블랙핑크로 지었어요. 내 맘대로 한류에 편승해볼 심산이었나 봐요. 처음에는 Yoon3이라는 것을 숨기고 작업할 생각이였는데, 다들 저인 것을 알더라고요. (웃음)

사실 지금도 블랙핑크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웃음)

Q. 타투 이외에도 그래피티나 세라믹 작업, 그래픽 작업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본인을 표현하는 다양한 작업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A. 그림과 타투로는 표현의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어서 다른 작업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중이에요. 재료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작업하고 싶어요. 관심 있는 분야를 보면 다 해보고 싶어서요. 사실 뭔가를 만들고 부수고 하는 게 그냥 좋아요. 방법은 유튜브가 다 알려주니까. (웃음) 친구들 소개로 전문가들을 만나볼 때도 있어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누군가는 어설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 자체로 좋아요. 타투이스트는 타투만 해야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는 일러스트만 해야 하고, 요즘은 그런 게 없으니까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는 거죠. 좋은 세상인 것 같아요. (웃음)

최근에 해본 실크스크린과 세라믹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 그림이 판화에 적합하기도 하고 실크스크린 자체가 수작업으로 그림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 더 잘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은 것으로는 모자이크 작업이 있어요. 일용직으로 타일 일을 한 적이 있었어요. 타일을 깨서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여 벽화나 오브제 만드는 작업인데 그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막노동 현장에서 치이다 보니 너무 힘들기도 했고, 하청업체 일용직으로서는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는 없어서 그만뒀었어요. 그때 허리를 많이 혹사시켜서 아직도 디스크가 헐렁헐렁합니다. (웃음)

Q. 일러스트레이터 겸 타투이스트라고 확정 지어 얘기를 하자면, 업으로 삼게 된 이유도 남다를 것 같다.

A. 다들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짓 하면서 돈 벌고 싶어서. 이십 대 때에는 하고 싶은 건 이것저것 많은데 돈은 없고 그렇잖아요. 파트타임과 일용직을 전전했죠. 그러다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는데 거기에서도 지긋지긋하게 청소하고 페인트칠하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워킹만 하고 홀리데이는 없었어요. 그때 든 생각이 막일만 하다가 50살 찍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는 안 돼! 내 청춘!” 하고 한국에 돌아와 ‘올데이타투’에 들어가서 도제 생활을 일 년 하고 타투이스트로 데뷔했어요. 그러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7~8년이 지나 지금이 되었네요. 시간은 정말 놀랍습니다. 타투 가르쳐준 ‘스틸로’ 형에게 아주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Q. 그간 해왔던 작업들을 아울러 미술이나 그림이라고 했을 때, 앞으로 이런 작업들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하는 것이 있는가?

A. 딱히 정해놓은 인생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도 불명확하고요. 하다 보니까 그림을 그리고 있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네요.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살기가 죽기보다 싫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창조와 파괴 활동이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완성도나 평가를 떠나서 창작활동을 멈추게 되면 공허해질 것 같아요. 매일매일 하고 싶은것을 하고 재밌게 살려고 해요.

Q. 어릴 때 그림 외에 해보고 싶은 것들은 없었는지?

A. 애니메이션과 조형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두 개가 합쳐져 있는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었죠. 어렸을 적에 ‘월레스와 그로밋’ 이나 ‘보거스는 내 친구’의 뒷부분에 잠깐 나오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환장하면서 고무찰흙으로 보거스를 따라 만들곤 했어요. 중학생 때 혼자 인터넷 찾아보면서 자료 찾아두고 했었는데, 당시에 자료도 별로 없었지만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 정도에서 그쳤습니다. (웃음) 지금도 미련은 있어요. 나중에 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꼭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Q. 같은 그래픽 작업이지만 원화 작업부터 사이즈가 큰 그래피티, 직접 몸에 새기는 타투까지, 다른 장비들을 사용함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가?

A. 어렵습니다. 타투도 여전히 어렵고 스프레이 작업은 아직 초심자 수준이에요. 반복숙달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중 타투 머신이 배우기 가장 어려웠어요. 연습할 곳이 없으니 제 허벅지와 친구들 피부를 많이 버려놨죠. 고맙고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킬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파지법부터 속도와 깊이까지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내려놓았어요. 힘을 쭉 빼고 러프하게 그리니까 스트레스도 안 받고 시원시원하게 그려져서 좋아요.

Q. 본인만의 그림체와 스타일이 잡혀있다. 윤삼(Yoon3)의 그림 또는 작업을 통해서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A.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아주 감사합니다. 아직도 나의 스타일을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은 딱히 할 말이 없네요. 느껴지는 것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사실 저는 저를 위해 그림을 그려요. 내 안에서 나오는 걸 그릴 때가 만족도가 큰 것 같아요. 그렇게 그렸을 때 보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사람들 말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으려고 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뭔가를 만들어 내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할 수가 있겠네요.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작업물 사이에 갭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어요. 작업물을 보고 “윤삼이가 그렸네” 하는 작업이 좋아요.

Q. 강아지, 보드, 생선 등 자주 사용하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A. 제가 이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개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관찰대상 중 하나에요. 바보처럼 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죠. 개는 원초적이고 솔직하고 엉망입니다. 똥오줌을 아무 데나 싸고 사랑을 갈구하죠. 그런 모습을 개 같다고 하는데 가끔 나도 개 같을 때가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개를 그리나 봐요. 똥은 이제 바닥에 안 싸지만요.

Q. 작업을 하시면서 그런 것들이 영감이 되어서 삶 자체가 그림이나 일러스트에 묻어난다고 얘기하셨는데 영감을 받는 포인트 요소가 있는가?

A.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요. 내가 본 것들을 그리는 거죠. 친구들, 내 집, 내 퇴근길, 내 여행지. 그림에 등장하는 담배도 친구가 피우는 담배로 그리고. (웃음) 이 질문도 자주 받는 질문이어서 최근에 검색도 해보고 생각도 많이 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저는 ‘민화’를 그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민화’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아무개가 그린 단순한 삶의 상황을 표현하는 그런 그림. 제 그림이 우리가 알고 있는 ‘민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설명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민화 작가라고 말하고 다녀요. 하하하

Q. 영감이 살아온 것들 경험에서 포인트가 되는 것 같은데 요즘 생각나는 것들 중 작업으로 녹여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가?

A. 이 바닥 이야기를 그려볼 수도 있겠죠. 타투씬이요.  저는 매일 보는 이야기라서 익숙한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흔히 타투이스트들을 떠올리면 제멋대로에 사납고 골초에 술도 매일 먹고 문란할 거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맞아요. 그런 사람들 많죠. 다른 그룹에 비해서는요. 재미있는 사람도 많고 재미없고 꽉 막힌 사람들도 있어요. 근데 다들 하나같이 순수한 부분이 있어요. 인상 구기고 앉아 있다가도 말 걸면 상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웃겨요.

Q. 일러스트나 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나 신경 쓰는 부분이나 디테일이 있다면?

A. 캐릭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요. 캐릭터화하는 걸 좋아해서요. 그림 속 캐릭터들에 성격을 부여해요. 이 캐릭터는 어떤 상황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들요. 캐릭터들이 성격을 확실히 가지게 되면 그림 그리는 것이 수월해지거든요.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구성하기도 하고요. 보는 사람에 따라 엉뚱하게 이해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웃음)

Q. 윤삼(Yoon3)의 성장 과정 또한 궁금하다.

A. 어렸을 적엔 친형이랑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형은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빨리 깨우치는 특출난 사람이었어요. 저는 형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형이 보는 만화도 보고 영화도 보고, 오락실도 따라다니고 어깨너머로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웠죠. 어렸을 땐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다 형만큼 잘 그리는 줄 알았어요. 이제야 느끼는 건데 형이 특출나게 잘 그리는 거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나도 따라 그리고 만들고 하다 보니까 앉아서 그림 그리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까지 오래 앉아서 몰두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벌써 오늘이 되었네요. 새삼 또 느끼네요. 시간 정말 빨라요. (웃음)

Q. 아직도 성장 중이시지만, 다양한 작업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A. 군 전역 이후 허송세월 보내다 만들게 된 삼겹살 그래픽 머천다이즈, 디자인부터 제작, 패키지까지 너무 재미나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좋아했어요. 많이 팔리기도 했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만들었던 세라믹 인센스 홀더가 기억에 남네요. 조형하면서 나 자신이 몰입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기분이 좋았어요. 기획 당시에는 혼자 힘으로 양산까지 하는 게 목표 였지만, 도자기 양산 난이도는 비전공자에게 너무 어려워서 공방에 찾아가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서 아쉬웠죠. 덕분에 많이 배웠고 최근 한 것 중에 ‘이거 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업이었어요.

Q.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것들, 추후 진행하고 싶은 것들, 앞으로 이런 것도 더 해보고 싶다 또는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 등이 있나.

A.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애니메이션, 타일작업, 그리고 아주 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 그림이 대비가 확실한 편이니까 큰 건물이나 오래된 아파트 외벽에 그리면 멋질 것 같아요. 보는 사람들이 전율을 느낄만한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하고 싶어요.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은 어디든 시켜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겠습니다.(웃음)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A. 그림은 엉덩이로 그린다는 말이 있죠. 무슨 작업이든 마음을 많이 쓰고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작업 시간뿐만 아니라 구상 시간까지도요. 오래도록 몰두하려면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을 즐겨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밖에 필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과 카페인입니다. (웃음) 만약 천부적 재능이 있다면 오래 앉아 있을 필요도 없겠지만요.

Q.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이들, 학생처럼 관심은 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A.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아서 책상 앞에 앉아 흰 종이를 깔아놓고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난 안될 놈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인스타그램 재밌게 보세요! 몇 시간, 몇 날 며칠을 흰 종이 앞에서 커피도 마시고 친구들이랑 얘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보세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림을 그릴 차례가 옵니다. 그때 그리세요! 저는 맨날 그렇게 그려요. (웃음)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윤삼(Yoon3)에게 페이크란?

A. 아직 목적을 달성한 사람은 아니지만  ‘Fake’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면, 저의 페이크는 ‘진심’이에요. 진심은 어디에서든 통한다고 생각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숨기지 않아도 돼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표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라이프스타일과 작업 사이의 간극이 적을수록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