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을 공부하던 학생에서 터너상을 수상한 최초의 사진작가

[Wolfgang Tillmans]

:컬트 문화를 대표하는 사진가의 전기와 그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2000년, 영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상 중 하나인 ‘터너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수상자는 독일에서 온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그전까지 회화에 기반한 현대 예술 작품에만 수상한다는 인식이 강했기에 사진작가였던 그의 터너상은 개인적인 영예를 넘어 더 큰 의미를 담는다. 터너상 수상 이후 그는 뉴욕 현대 미술관(MOMA)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온타리오 미술관(AGO) 등에서 개인 회고전을 열며 작가로의 입지를 굳혔다.


<런던에서 느낀 새로운 감정>

1968년 태어나 독일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던 ‘볼프강 틸만스(이하 틸만스)’는 1983년 런던으로 떠난 어학연수에서 어두운 곳에서 펼쳐지던 지하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 그곳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후 독일로 돌아와 그의 어린 시절은 모히칸 머리를 하고 강한 베이스의 전자 음악을 듣는 1세대 테크노 레이버(raver)이자 퀴어 문화의 일원으로 함께했다.


<시선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다>

이후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고 사진으로 이름이 알려지자 자신이 매료되었던 문화가 있는 런던으로 이주 하며 클럽의 사람들, 동성애자, 친구들을 피사체로 하여 유명 매거진들에 기고 하였고 그 사진들이 주목받으며 본격적인 컬트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사진을 보아하면 꽤나 공격적이고 솔직하지만 편안하며 직관적이다.

1980년대 당시 틸만스의 사진이 떠오르게 되었던 이유는 그야말로 ‘날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가 이끄는 주류 문화에 대한 불만과 움츠러든 서브 컬처에 대한 강한 욕구들에 불을 지필 불쏘시개가 필요한 당시의 사회상에 당당하게 돌을 던진 그의 사진은 총알이 되어 시대의 억압을 깨부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그의 사진을 보자면 카메라가 그의 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솔직하게 본인이 소속된 커뮤니티의 깊은 곳을 포착했으며 어두운 곳에서 강하게 터뜨린 플래시는 은밀히 행해지던 서브 컬처의 모습들을 날카롭게 조명했다.


<회화적 가치로의 사진>

1990년대 이후 틸만스는 조금 더 회화적 의미의 사진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촬영 기법을 연구하며 사진으로서의 고전적 역할에서 벗어나 추상 사진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표적으로 그의 시리즈 <Freischwimmer No.>에선 현상 과정에서의 특수 작업을 통해 손상된 사진을 만들어내거나 물에 잉크를 떨어뜨려 우연성에서 나오는 패턴을 찍어냈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사진이 상업성만을 띄고 있는 사진이 아닌 회화적 가치를 지닌 사진의 방향성을 제시했고 터너상을 수상하며 이를 증명해 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변화>

2009년에 들어서며 필름을 이용해 작업하던 틸만스는 돌연 디지털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한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그가 필름을 통해 실험한 다양한 추상적 기법의 디지털화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디지털 촬영을 하며 오히려 추상적 이미지보다 조금 더 명확한 시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보던 일상의 한 부분을 근접적으로 촬영하며 명확하게 표현했고, 본질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순수성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외부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 사진을 시작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그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 솔직했다.


<욕구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은>

지난 2023년 온타리오 미술관에서 진행된 그의 회고전 <두려움 없이 보기 위해>을 통해 그가 사진을 대하는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앞선 인터뷰에서 틸만스는 자신의 사진들에 대해 “나의 사진들이 모두 각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의 바람처럼 그의 회고전은 여타 전시와 달리 액자를 거부하며 크기가 제각각 다른 작품을 대부분 클립과 테이프를 통해 걸어둔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틸만스는 전시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두려움 너머의 진솔한 욕구들을 직면하길 원했다.

“작품을 복잡하게 보이게 하여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나는 보는 사람과 사진 사이에 장벽을 두지 않을 때 더 유창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치와 전시회의 모든 본질은 끊임없는 질문과 재고의 산물이지만, 내가 찾은 것에 대해 항의가 아니라 다시 질문하고 장난을 부리는 것이다”

회고전 <두려움 없이 보기 위해> 인터뷰 中

런던 지하 문화를 시작으로 현대 추상 사진을 거쳐 일상 모습을 담아내는 지금까지 그가 담는 주제는 언제나 자유분방하게 튀어 올랐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우리의 불완전한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가공된 미디어와 이미지 진짜와 가짜의 선이 모호해지는 지금. 우리는 명확한 본질을 이야기하는 틸만스의 작품들을 통해 솔직한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Editor / 김수용(@_fu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