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언제나 하나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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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대로 믿는 대중들의 집단적 오기억, ‘만델라 효과’
만델라 효과(Mandela Effect)은 불특정 다수가 거짓 정보를 사실로 인식하는 사회적 착각을 말한다. 어떤 개인이 근거 없는 사실을 말하는 것을 공화증(空話症) 또는 작화(作話)라고 하나, 만델라 효과는 개인의 병리적 상태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소통의 단절과 정보 왜곡 등으로 널리 퍼지게 된 사회적 착각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철자 정도를 헷갈리는 것'은 '어떤 사회적 현상이 구체적으로 존재했다고 믿는 오기억'과는 약간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후 '무언가 집단적으로 잘못 기억되고 있는 것'을 '만델라 효과'라고 일컫는 용례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유사 사례들을 가리키는 현상이 같은 범주에 묶이면서 지금과 같이 '집단적 오기억'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의가 구체화되었다.
< 저 아직 안 죽었습니다 >
만델라 효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둘러싼 루머에서 비롯되었다. 루머의 내용은 다름아닌 27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수감되었던 넬슨 만델라가 옥사했다는 것. 만델라는 멀쩡히 살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09년경 실제 만델라의 투병 소식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만델라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 것이 포착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에 석방되어 1993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되어 5년 후에 퇴임했으며, 그 10년 후인 2009년쯤부터 병석에 있다가 2013년 12월 5일 요하네스버그에서 향년 9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닐 대그널 영국 런던메트로폴리탄대 초심리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특정 정보를 인지할 때 있는 그대로가 아닌, 생각하는 대로 보는 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가 '바느질'이란 단어를 제시한 뒤 핀, 솜 그리고 실을 아주 잠깐 동안 보여줬다고 가정해 보자. 그 후 세 개의 물건 중 어떤 것이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바늘이라고 답할 것이다. 분명 바늘이 아닌 핀을 보여줬는데도 '바느질'이란 단어를 듣고 사람들은 핀을 바늘로 왜곡해서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만델라 효과는 자신에게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 지식이 진실인지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들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증거이기도 하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처음 한 것으로 알려진 DRX팀의 데프트 선수는 실제로는 이런 말을 하진 않았다. 실제로 그가 한 말은 2022년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패배 후,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정리한 기자가 인터뷰 영상의 유튜브 썸네일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으며 데프트가 내뱉은 말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는 다른 분야로 확산되었다. 2022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키움에도 언급되었으며 스포츠 말고 다른 연예 프로그램이나 방송에서도 사용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후 선수단이 관중이 던져준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했는데 여기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어서 당시 대표팀 상황과 절묘하게 매칭되어 큰 감동으로 다가오며 대한민국에는 ‘중꺾마’ 신드롬이 불기 시작했다. 여러 상황들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2022년도 하반기를 강타한 유행어가 되었다.
< 이경영은 진행시킨 적이 없다 >
이경영의 대표적인 명대사로 알려져있는 “진행시켜”. 하지만, 실제로 그는 그가 출연한 영화에서 단 한번도 해당대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사람들은 마치 이경영이 이 대사를 내뱉었다는 같은 착각에 빠졌는데 이는 배우 이경영 당사자의 의지와는 다르게, 네티즌에 의해 생산된 수 많은 짤들에 의해 해당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 2022년에 공개된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 에서 처음으로 이 대사를 진행하긴 했으나, 이는 밈의 인기가 많아지자, 작가가 의도적으로 대본에 해당 대사를 넣은 것이다.
< 교과서마저 속았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
흔히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말로 알려져 있다. “악법도 법이다”는 기원전 399년 아테네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그가 독배를 마시기 직전에 남긴 말로 ‘아무리 가혹한 법률이라도 사회가 합의한 이상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법전에 기록된 실정법만을 유일한 법으로 보는 법실증주의에 기초한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소크라테스가 동료들 앞에서 “악법도 법이라네”라고 말한 뒤 독배를 들이켰다는 식의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한국에서는 각각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시정 권고가 있기 전까지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 일화가 준법정신 예화로 수록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테네의 ‘악법’에 희생된 것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배심원단)의 ‘잘못된 판결’에 희생된 것임을 수차례 강조한다. <변론>에서 그는 “나는 구금이나 죽음이 두려워 여러분의 부당한 결정을 지지하느니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법과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시민들의 판결과 법 자체를 분리하고 있다. <크리톤>에서도 소크라테스는 “나는 법률이 아니라 사람들(배심원단)한테서 정의롭지 못한 일을 당했다”라고 명확히 밝힌다. 소크라테스는 판결을 비판할 뿐 아테네의 법을 악법이라 규정한 적이 없다. 악법을 위해 순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개똥벌레 친구 있습니다 >
가수 신형원의 노래 [개똥벌레]에서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라는 대사는 없다. 이는 노래 가사 중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와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를 섞어서 착각하는 것이다.
< 저 시력 좋아요 >
미국 파커 브라더스사가 개발한 보드게임 '모노폴리'. 우리나라에서는 부루마불의 원형인 게임으로도 알려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드게임에 등장하는 대표 캐릭터, 미스터 모노폴리가 안경을 쓰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는 다르게 미스터 모노폴리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다.
< 영화 [봄날은 간다] 라면 먹고 갈래요? >
영화 [봄날은 간다] 속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를 유혹할 때 사용한 대사. 정확한 대사는 “라면 먹을래요?”지만, “라면 먹고 갈래요?”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또한 “라면 먹을래요?”라는 대사는 원래 대사는 "커피 마시고 갈래요?"였지만, 이영애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대사이다.
< 미란다는 모델이에요 >
1959년 스페인에서 처음 생산되었고, 현재는 다국적 기업 펩시코가 인수해 운영하는 브랜드 미린다(Mirinda).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란다’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상호명은 ‘미린다’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미란다 커’, ‘미란다 법칙’, ‘장미란’ 등 ‘미린’보다는 ‘미란’에 익숙하기 때문에 발생한 착각으로 추측된다.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어디에도 없는 말 >
해당 격언은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2010년대 초에 한국의 인터넷에서 신문기사를 비롯해 방송, 책 등등 분야를 막론하고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 격언이 사용된 예는 너무 많아 셀 수조차 없을 정도.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을 신채호와 연결 지은 첫 사례는 다름 아닌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은 2013년 5월 11일과 18일 2주에 걸쳐 한국사 특집 방송을 했는데, 해당 방영분에서 제작진은 위 문장에 ‘단재 신채호’ 이름표를 단 자막을 각각 한 번씩 두 번 내보냈다.
이외에도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의 축구 한일전에서 응원 현수막으로 등장하기도 하였으며, 몇 년 전 불거졌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집회에도 신채호의 말로 인용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신채호의 며느리마저 ‘아버님의 말씀’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신채호가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가 옥중에서 집필한 <조선상고사>에 해당 문장이 나온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총 12편으로 구성된 <조선상고사>에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약 37차례 등장하는데 한 번도 알려진 명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쓰이지 않는다.
그 외에도 <독사신론>, <조선혁명선언>, <조선사연구초> 등 단재의 저작을 다 뒤져봐도 비슷한 말이 없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말로는 대신 1908년에 쓰인 <독사신론> 서론의 두번 째 문장이 유사한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민족을 버리면 역사가 없을 것이며, 역사를 버리면 민족의 그 국가에 대한 관념이 크지 않을 것이니, 아아, 역사가의 책임이 그 또한 무거운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장 구조에 차이가 크고 ‘미래가 없다’고 직접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는 않다.
< 묘하게 닮긴 했어 >
꼬마돌의 최종 진화체는 롱스톤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는 외관이 비슷해 생긴 착각이다. 꼬마돌은 실제로 첫 번째 진화인 데구리를 거쳐 ‘통신교환’을 통해 딱구리로 진화한다. 또한 롱스톤은 사실 최종 진화의 모습이 아닌, 진화 전의 모습이다. 롱스톤은 금속코트를 지니게 한 뒤, ‘통신교환’을 통해 강철톤으로 진화한다. 여기서 ‘통신교환’이란 포켓몬스터 게임의 통신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포켓몬과 상대방의 포켓몬을 교환하는 행동을 말한다. 일부 포켓몬은 통신 교환을 통해서만 진화하는데, 롱스톤과 꼬마돌 역시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 백설공주가 제일 이쁘다니까 >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진실만을 말하는 마법 거울에게 건네는 말은 "거울아 거울아(Mirror, Mirror on the Wall),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니?"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왕비가 한 말은 "거울아 거울아"가 아닌 "마법의 거울아(Magic mirror on the wall)"이다.
<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말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망언이다. 사실 이는그녀를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언비어이다. 이러한 유언비어가 퍼진 이유는 그녀의 출신지가 오스트리아였기 때문. 프랑스는 유럽 패권을 두고 오스트리아와 오랜 기간 적대관계에 있었고, 프랑스 사람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결혼을 반기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프랑스인들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왕비를 '오스트리아의 암탉'이라고 부르며 악의적으로 해당 유언비어가 앙투아네트가 남긴 말이라고 퍼뜨린 것이다.
< "아윌 비 백"이 아니었다 >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에서 T-800이 용광로에서 마지막으로 I'll be back을 외쳤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실제 T-800이 용광로에 들어가며 외치는 말은 I'll be back"이 아니라 "Good Bye"이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엄지손가락 세우면서 I'll be back이라고 말하면서 용광로로 내려가는 장면을 따라하는 것에서 잘못된 기억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T-800이 용광로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자신의 존재를 지워 스카이넷을 탄생하지 않게 하려는 자기희생이기 때문에 영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면 저런 상식을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 I'll be back은 마지막 용광로 장면이 아니라 사이버 다인 전투 장면에서 나온다.
< C-3PO 오른쪽 다리는 은색? >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C-3PO는 흔히 온 몸이 온통 금색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잘못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C-3PO의 오른쪽 다리, 정강이 아랫부분은 은색이다. 이는 스타워즈의 골수 팬들마저 잘못 기억하고 있는 요소중에 하나다. 이는 그는 영화 내에 등장할 때 보통 허리 위부터 촬영되고, 영화 내에서 C-3PO의 전신 샷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 분명 오른쪽이 진짜 피카츄였다니까 >
사실 피카츄 꼬리 끝은 노란색이고 디자인에 검은색이 들어간 적이 없다. 일부 포켓몬 팬들은 심지어 그들이 생각했던 피카츄 꼬리의 모습으로 팬 아트를 만들기도 했다. 피카츄 꼬리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기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혼동은 피카츄의 꼬리가 검정색이 포함된 귀와 겹쳐보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피카츄의 진화 전 모습인 피츄는 외관상 피카츄와 유사성을 띠는데, 피츄가 검정색 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도 해당 혼동의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Editor / 김성욱(@wookk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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