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PIE BREWING(맥파이)

MAGPIE BREWING(맥파이)

최근 한국의 수제맥주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예전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개성 넘치는 수제맥주의 독창적인 맛과 향을 즐기고 있다. 다양한 맛의 조화와 브루어리의 열정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다.

이미 많은 곳에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브루어리이자 약 12년간 300여종의 맥주를 출시하고 맥주를 넘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맥파이의(@magpiebrewing) 문배석 CO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문화를 만드는 이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엿보고, 새로운 맥주 세계의 매력을 빠져보자.


Q. 본인 소개와 브랜드 소개.

A. 안녕하세요. 수제 맥주 회사 맥파이에서 COO로 일하고 있는 문배석입니다. 맥파이는 2012년, 4명의 친구들이 고향에서 마시던 맥주를 마시다가 의기투합해 한국에 좋은 맥주를 소개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맥주와 달리, 약 12년간 300여 종의 맥주를 출시했으며, 맥주 그 자체를 넘어 맥주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MAGPIE BREWING

Q. 까치를 뜻하는 ‘맥파이’, 까치를 선택한 이유. 네이밍에 대한 에피소드.

A. 해외에서는 까치가 흉조로 인식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길조로 여겨집니다. 저희 파운더들은 본인들이 알고 있는 까치의 이미지와 달리, 한국에서는 까치가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로 인식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까치는 텃새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새인데,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좋은 맥주를 가지고 와 한국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는 의미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COO라는 직책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 부탁한다.

A. Chief Operating Officer로, 사업 총괄 책임자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사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 역할과 책임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맥파이에서는 판매, 생산, 경영, 마케팅에 있어서 대표의 주요 의사 결정을 도우며 일상 업무를 관리하는 직책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전공과 시작점에 비해 맥주브랜드와의 접점이 적어보인다. 법학과를 전공해 수제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A. 맞아요. 특이한 이력이죠.(웃음) 법을 전공한 사람이 화장품을 전혀 쓰지 않으면서도 화장품 회사에서 법무 담당자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화장품 브랜드 기획 일을 맡게 되었어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그 안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제가 의도한 건 전혀 아니었고, 그때그때 주어진 기회 속에서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재미를 느끼는 부분에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 브랜드에 대한 관점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 건 처음 기획 일을 가르쳐준 서민성 선배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 재미로 시작된 것이 지금 저를 이끌어 왔다고 생각해요.

ⓒMAGPIE BREWING

Q. CEO 에릭 모이니한(Erik Moynihan)의 최종 의사결정에 맞춰 다양한 업무를 맡고있는데 같은 지향점에 있어 같은 시선과 다른 시선에 대해서 다른 선택점이 있을것 같다.

A. 에릭 대표와 공통적인 부분은, 브랜드를 바라볼 때 페르소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취향과 접점이 잘 맞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이 외국인이다 보니,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건 나쁘다, 좋다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긴 해요.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저도 모르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습이나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이 가능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Q. 그렇게 맥파이와 함께 한지 8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문화적인 차이에 있어 결과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을까

A. 저희 맥파이가 수제 맥주인 것은 맞지만, '수제 맥주다'라고만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점이 있어요. 브랜드 지향성은 수제 맥주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맥파이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전개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나 다른 산업과의 협업, 패션과 음악 등 다양한 서브컬처를 저희 브랜드 안에 녹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모든 제품을 한글로 출시하는 부분도 저희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Q. 그간 수제 크래프트 비어 1세대 브랜드로서 국내외 수많은 브랜드들과의 협업 및 서포터즈도 주목할만하다.

A. 음식, 음악, 스케이트보드,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저희와 함께해 주셨던 모든 파트너분들이 소중하고 정말 감사해요. 어떤 행사나 협업이 좋고 나쁘다를 떠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게임 회사인 블리자드와 함께한 디아블로 콜라보레이션이에요.

많은 협업 중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 다른 프로젝트들이 소외될까 조심스럽지만, 가장 어려웠던 프로젝트라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게임을 맥주에 어떻게 녹일지, 레거시 IP를 어떻게 다룰지, 이벤트성 유통을 어떻게 풀어갈지, 블리자드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하나도 쉬운 게 없던 프로젝트였지만, 결과적으로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Q. 협업에 있어 맥파이만의 중요 포인트를 얘기하자면.

A.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저희가 이해하는 콜라보레이션의 개념은 밸류와 밸류가 만나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콜라보를 새로움과 가치 제공의 측면에서 함께 바라봐야 하는데, 만약 새로움에만 집중하게 되면 끊임없이 새로움에만 매달리거나 이미지에만 치중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맥파이는 새로움뿐만 아니라, 가치 제공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민하는 편인 것 같아요.

Q. 맥파이의 근본이자 가장 오래된 기둥 맥파이 페일에일, 그리고 이후에 출시된 여러 종류의 맥주들까지 몇가지 맥파이의 시그니쳐들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

A. 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맥주는 '고스트'와 '첫차'입니다. 이 둘은 화려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으면서 각 스타일이 구현해야 할 요소들을 잘 정리된 맛과 향으로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고스트'는 고제(Gose) 스타일로, 맥파이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사워 맥주입니다. 대부분의 사워 맥주는 식전주로 추천하시지만, 저는 1차에서 2차로 넘어가기 전에 입안을 리프레시하는 용도나, 집에 가기 전에 입가심하는 기분으로 마시길 추천드려요.

'첫차'는 프릳츠와 협업하여 만드는 커피 발틱 포터입니다. 벌써 6년이 넘었는데, 매년 계속 만들고 있는 맥주입니다. 발틱 포터라는 흑맥주 계열로, 프릳츠에서 매번 추천받은 원두를 바꿔가며 만들고 있는데, 원두에 따라 산미, 로스팅, 과일향 등 묘한 매력을 즐기실 수 있어요. '첫차'는 꼭 대형 채널에 공급하고 싶은 맥주이기도 합니다.

Q. 국내외를 통틀어 기억에 남는 맥주도 몇가지 꼽아줄 수 있을까.

A.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산미가 있는 맥주 계열에서는 '삼분수'로 알려진 3 Fonteinen의 크릭을 추천드립니다. 산미와 더불어 쿰쿰한 맛이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접한 뉴잉글랜드 스타일의 'Other Half' 맥주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잘 만드는 분들이 많지만, 6년 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강렬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또한, 옴니폴로(Omnipollo)에서 나오는 스무디한 맥주들도 가끔 즐기는데, 과일류가 들어간 맥주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맥주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맥주들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맥파이 맥주와 페어링하기 좋은 가장 사적인 음식도 물어보고싶다.

A. 저는 개인적으로 견과류나 작은 새우튀김과 함께 맥파이 맥주를 마십니다. 맥주가 주가 되어야 하고,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적당히 즐기는 편이에요.

MAGPIE BREWING / ⓒfake magazine

Q. 맥주와 가깝지 않은 이들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맥주를 즐기기 좋을 만한 팁을 공유해준다면

A. 맛의 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맛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그렇기에 우리는 맛을 즐기는 것이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다양한 경험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맛있으면 맛있는 이유를, 맛 없으면 맛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더 맛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과 분위기 속에서 맛에 대한 취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다양한 맛들이 있을까요? 모든 사람에게 맛있을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너무 획일화되지 않을까요? 싫어하는 것을 찾는 것도 맥주를 즐기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 맥주와 음식도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경험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 맥주를 통해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요.

MAGPIE BREWING / ⓒfake magazine

Q. 왜 결국 맥주였을까.

A. 결국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하지만 맥주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맥주는 단순히 맥주니까요. 즐거울 때, 힘들 때, 쉴 때 등 어떤 상황에서도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 매력입니다.


Q. 앞으로 맥파이 그리고 본인의 먼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A. 에릭 대표와 제가 종종 하는 이야기가, 맥파이는 우리가 생을 마감하더라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기를 희망해요. 가능하다면 맥파이와 항상 함께 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 사업을 꿈꾸는 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지금의 삶을 바꾸어 도전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 사업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Q. 국내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에 대해서 한마디 부탁한다.

A. 이 시장에 8년 정도 있었지만, 양조사가 아니었고 한 브랜드의 관리자로서 시장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2002년 하우스 맥주 붐과 2017년 수제 맥주 붐은 규제의 변화에 따라 수제 맥주 시장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통신 판매를 통한 주류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제 맥주를 즐기는 고객층의 저변 확대가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식습관의 변화는 몇 번의 경험으로는 바뀌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수제 맥주를 즐기는 고객층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함께 협력했으면 합니다.

MAGPIE COO '문배석' / ⓒfake magazine

Q. 크래프트 비어(수제맥주)를 꿈 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보통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분들은 자신만의 양조장이나 펍을 운영하려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본인만의 양조장이나 펍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고,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길을 찾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이것 역시 일이고 업종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면보다는 본인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영역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맥파이에게 'FAKE'란?

A. 좋은 관점의 네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저는 비난할 수 있는 이들이나 경쟁자들에게 거짓으로 무언가를 설명해서 목적을 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데, 다른 이들을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맥파이에게 페이크라면 “Take it easy”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대에 너무 빠르게 따라가기보다는, 저희에게 좀 더 맞는 방향을 찾는 것이 맥파이가 맥파이답게 있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