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IOTAPE(이디오테잎)

IDIOTAPE(이디오테잎)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마치 전자적인 신호로 짜인 파도 같다. 어떤 날에는 광활한 우주 속을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리듬으로, 또 어떤 날에는 귓가를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질감으로 다가온다. 비트가 쪼개지고 쌓이며, 사운드는 점점 더 증폭된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도 늘 새로운 결을 만들어 내는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익숙한 풍경조차 낯선 공간으로 변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단순한 청취를 넘어 하나의 공간을 통과하는 일에 가깝다. 익숙한 장르적 정의를 넘어, 그들이 창조한 소리의 세계 속에서 떠다니는 경험. 그 공간의 중심에 선 이디오테잎을 직접 마주했다. 그들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Z. 저는 제제(이하 Z)라고 합니다. 팀의 막내고요. 신디사이저를 맡고 있습니다.

D. 저는 디구루(이하 D)라고 합니다. 신디사이저를 만지고 여러 소리들을 모아서 믹싱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R. 반갑습니다. 저는 디알(이하 R)이고요. 드럼을 맡고 있습니다.


Q. 이디오테잎이라는 그룹에 대해서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Z. 신디사이저와 드럼을 사용해, 일렉트로닉 + 락 음악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노래는 하지 않습니다.(웃음)

R. 더 지니어스 게임, 국민 긴장송, 노동요, 브금의 제왕 우리는 이디오테잎 입니다.

IDIOTAPE / ⓒfake magazine

Q. 작년, 여러 무대에서 이디오테잎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2024년의 이디오테잎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는가?

D. 작년에는 저희가 항상 해오던 공연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해외에서도 간간히 공연했고요.

J. 맞아요. 작년에 특이한 거라면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공연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Q. 작년 11월 자카르타에서 진행한 조이랜드 페스티벌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데 또 이후로 해보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있는지?

Z. 앉아서 할 수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 가는 일은, 우리의 상상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R. 아직 기획 단계이지만 일반 사무실 같은 의외의 장소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해볼까 하고 있습니다.

IDIOTAPE 11111101 Live Stream

Q. 전자음악 밴드라는 구성이 결성 당시엔 국내에선 꽤나 흔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있다. 처음 전자음악 밴드를 결성하게된 이유와 결성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D. 제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부터 항상 같이 클럽에 놀러다니곤 했었어요. 그때부터 뭐 전혀 다른 거는 머리에 없었고 둘이 뭘 같이 하면 전자 음악이겠구나 싶었죠. 이후로 제가 DJ가 됐고 계속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제제한테 “이제 같이 한번 해보자” 했던 것 같아요.

그때도 항상 리얼 악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냥 막연하게 계속 있었었거든요. 초창기에는 기타리스트가 함께 했었어요. 그러다 2008년 <마이스페이스>라는 플랫폼의 한국 런칭 행사에서 처음 디알형을 소개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금의 이디오테잎이 된 것 같아요.


Q. 초창기에 이디오테잎이 결성됐을 때는 클럽 음악(댄스 음악)을 조금 포커싱을 하고자 했는지?

Z. 꼭 클럽음악 이어야 한다고 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디구루 형이랑 함께 매일매일 음악 얘기를 했었어요. 이런 음악이 좋고, 저런 장르가 좋고, 서로 새로운 음악들을 추천해주곤 했죠. 저희는 홍대의 ‘퍼플레코드’라는 음반점의 단골이었어요.

그 당시엔 한 달에 아르바이트를 해봐야 고작 몇십만 원 벌 땐데, 그곳에 들리는 날엔 10만 원, 20만 원씩 CD를 사오고 할 정도로 음악에, 특히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자 음악이라고 하면 댄스 음악 - 춤을 추기 위한 음악 - 이 많다 보니 클럽에 가서 듣게 되고 그랬던 거지 꼭 댄스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IDIOTAPE / ⓒfake magazine

Q. 밴드 사운드를 하던 디알에겐 신디사이저와 라이브 드럼이라는 조합이 생소했을 듯 한데 제안을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R. 제안 받기 전에도 제가 밴드를 굉장히 오래 했는데, 그런 악기들은 처음 봤었어요. 처음에 저한테 데모를 들려줬을 때 음악의 처음과 끝이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엔 좀 난감했죠.(웃음) 그 당시엔 이 구성이 제가 해왔던 음악들이랑은 너무 달랐어요. 그래서 되게 신선하고 제 입장에서는 도전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어요.


Q. 국내의 다른 밴드에서 쉽사리 찾아볼 없던 신디사이저와 라이브 드럼이라는 조합은 이디오테잎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구성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 전통적인 밴드와 비교하면 사람들이 충분히 익숙한 악기들과는 다른 소리와 다른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것 같고, 다른 전자음악들과 비교하면 리얼 드럼만이 표현할 수 있는 다이나믹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둘이 만나서 보다 강렬한 청각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Q. 전자음악이라는 장르의 곡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어떠한 곳에서 영감을 받고 어떤 방식으로 곡을 만들어나가는지?

Z. 신디사이저를 켜고 연주를 하다보면 가끔 흥미로운 멜로디를 발견하게 돼요. 그 악보를 컴퓨터에 옮긴 후 다른 여러가지 장비들로 소리를 만들어 봅니다.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게되면 약간의 편곡을 거쳐 디알형에게 보내고, 리듬이 더해지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해요. 이 과정을 몇번 거치다보면 곡이 완성되어 있어요.(웃음)

전자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악기의 영향을 많이 받게 돼요. 신디사이저가 소리를 만드는 알고리즘, 심지어 악기에 달린 노브나 버튼의 특성에 따라서도 소리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좋아하는 신디사이저를 주로 사용하기도 하고, 종종 새로운 악기를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IDIOTAPE Live at Pentaport Rock Festival 2023
IDIOTAPE Live at Festival MED 2024 (Loulé, Portugal)

Q. 이디오테잎의 라이브 공연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유명하다. 관객들이 열광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D. 저희가 1집이 나왔을 때 누군가 “되게 선이 굵은 음악이다"라는 표현을 해준 적이 있어요. 저희 음악이 묘하게 되게 헤비니스한 요소가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음악이 좀 많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여리여리한 음악들을 단맛이라고 하면 뭐 이렇게 짠맛이나 매운맛도 내가 매일 먹지는 않아도 항상 당기잖아요. 근데 이제 저희가 그런 걸 하고 있다 보니 더욱 좋아해주시는게 아닐까 싶네요.

Z.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디알 형이 저희의 첫 공연에서 곡을 다 못 외운거에요. 그래서 주최 측에 부탁을 해서 컴퓨터 모니터를 하나 준비해 달라고 했어요. 시퀀서(전자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는 보통 화면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거든요. 그럼 노래가 어느 위치 쯤 왔는지를 알 수가 있어요. 디알형이 모니터를 확인하며 연주를 할 계획이었는데, 준비된 모니터의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잘 안보였던 거에요. 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드럼을 세게 친 거예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더 열광하게 되었죠. 사실 처음에 저와 디구루형이 기대했던 연주는 그런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게 사람들에게 더 어필이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저희도 이디오테잎의 음악에 대한 관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Q. 쉬는 시간 없이 내리 달리는 라이브 공연은 아티스트에게도 도전일 것 같다. 하나의 공연에서도 드럼과 신디사이저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 장치들을 넘나드는 것이 특징인데, 각자의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R. 저희의 악기들이 다른 록 밴드들의 사운드와는 다르게 신디사이저 자체에서 나오는 소리가 없는 하우스 사운드 위주의 밴드에요. 그러니까 그 무대 안에 사운드는 드럼 하나 밖에 없는거죠. 각각의 악기에 앰프가 있다든가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제약이 좀 있기도 해요.

그리고 서로 케이블과 케이블끼리 연결하다 보니 이제 케이블의 길이가 정해져 있어서 이 스테이지 안에 이제 그 셋업이 좀 제한이 되는 것도 있기도 하고.. 이거 애로사항 얘기한 건가?(웃음)

Q. 이젠 과거보다 새로운 장비도 많이 나오고 기능들도 많아진 것 같은데 전자 음악을 하다 보면은 새로운 장비들로 사운드를 만들어내볼까라는 고민을 할 것 같다. 요즘에서 관심 가지는 새로운 사운드가 있는지?

Z. 음악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새로운 장비를 사서 극복에 보려고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약간 핑곗거리를 찾았던 것 같긴 해요. 아무리 새로운 악기로도, 결국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만들게 돼 있거든요. 그게 무슨 장비인지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디알형이 아무리 세련된 전자 드럼을 갖다 놔도 메탈을 치고 있거든요.(웃음).

D. 전자악기라는 게 20세기 초부터 개발되기 시작해서 60~70년대에 양산되고 지금까지 쭉 왔는데 뭔가 새로운 기능들이 계속 추가되어서 요새는 거의 니가 컴퓨터야 악기야 막 이런 수준까지 왔어요. 근데 저는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제가 좋아하는 소리의 성향이 어느 시기에 딱 고정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찾다 보면 결국에는 “그 시기에 나온 제품을 구해야 되는구나”라고 귀결이 되는 것 같아요.


Q. 이디오테잎은 그간의 음악 동안 전자음악 신에서 독보적인 색깔을 유지해왔다. 꾸준히 지켜온 이디오테잎만의 음악적 철학은 무엇인가?

A. 셋의 음악 취향이 꽤나 다른 편인데 셋 다 동의하는 무언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서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IDIOTAPE / ⓒfake magazine

Q. 대중들이 점차 다양한 아티스트는 물론 레이브 및 행사를 통해 전자음악신에 관심을 기울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전자음악의 선구자로서 이 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흘러가야 할 것 같은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Z. 저희가 처음 이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앞으로 이런 밴드가 정말 많아질 거다, 이런 음악이 세상을 지배할 거다! 같은 식의 기대를 했었어요. 근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16년이 지났는데, 같이 하는 팀이 오히려 예전에 비해 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뛰어나고 훌륭한 전자 음악가들이 많긴 하지만, 이게 막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거나 혹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거나 그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찌됐든 이 음악이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꼭 그거에 목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에요. 저희가 막 선구자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일단 나나 잘하자’라는 마음인 것 같아요. 이게 신이라는 걸 만드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리고 신은 계속 변하고요.

D. 제가 진짜 막 이런저런 시도를 꽤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너무나도 이 신과 이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좋아하면 좋겠는건 당연하죠. 그런데 오랫동안 음악을 하니까 안 되는 이유를 이제는 알았어요. 저는 그걸 정말 인정하기 싫었는데 그거는 내 힘 그냥 몇 명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즐기는 거가 모든 영역이 그렇듯이 어느 수준이 넘어가면 더 예민해진다고 생각해요. 미식의 영역도 그렇잖아요. 어느 수준이 넘어가면 되게 미묘한 이런 거를 이렇게 즐기는 게 되는 건데, 음악도 다 그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영역에 들어가는 건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거기를 그 영역 넘어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신이 되게 풍성해지고 뎁스도 생기고 이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R. 저는 예전에 비해서 전망을 밝게 보는 것 같긴 해요. 옛날에는 장르별로 구분 짓기를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근데 얼마 전에 되게 놀란 경험을 한 게 저희가 연말 페스티벌에 나갔었는데 외국 곡은 잘 몰라도 국내 밴드 곡은 모두 다 따라 부르는 거에요.  제가 어렸을 때하고 굉장히 반대되는 상황이었어서 신기했어요. 제가 어릴땐 야 "락밴드면 이런걸 해야해” 같은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다들 재밌게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디오테잎의 음악을 통해 듣는 이들에게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가?

Z. 우와 XX 개쩐다.

D. 음악을 듣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이 안나는 걸 추구하는 듯 합니다.

Take Me Home (IDIOTAPE Remix) - ATEEZ

Q. 음악적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밴드로 알려져 있다. 커리어 중 가장 도전적이었다고 생각했던 작업이나 시도는 무엇이었는지?

Z. 기억나는 것 중에 2022년 겨울에 작업한 ATEEZ의 곡 <Take Me Home>의 리믹스 작업이 있어요. 소셜미디어 X에서 ATEEZ 팬들의 반응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모 아니면 도의 느낌으로 ‘난 너무 좋다’라는 반응과 ‘(역사상) 최악의 리믹스’라는 반응으로 나뉘더라구요. 가끔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세상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좋아요.(웃음)


Q. 이제 음악을 시작하는 어린 분들과 나이를 어느정도 먹고 나서 조금 안정적인 시기가 됐을 때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이 음악 시장 안에서 오래 이제 활동을 한 입장에서 팁이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R. 제가 그런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거든요. “후배들이 이제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많이 물어봤었어요. 근데 그거는 아무도 모르죠. 그래서 저도 꽤 오래 했는데 아직도 그거에 대해 고민을 되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느낀 바로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첫째, “현실적으로 직업을 구해라.”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을 위해서 해라”에요. 정작 사람들이 음악을 이제 하다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되면은 난 왜 안 될까 뭐가 문제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이거를 왜 시작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결국 자기가 선택한 건데 다들 그걸 까먹고 남의 탓을 돌리기도 하고 뭔가 세상에 불만도 갖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결국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걸 얼만큼 좋아하는가에 대해 확실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은 일단 수익 구조를 생각 안 하고 꽤 오래 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러다 보면 뭐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래 할 수 있는 직업과 항상 음악에 대한 자신의 만족도가 얼마큼인가를 생각하라고 하고싶네요.

Z. 음악을 하면서 들었던 조언들 중에,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느냐.”는 얘기가 있어요. 이디오테잎을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이런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 때에는 우선 첫번째로 제가 제일 기분이 좋아야겠죠. 그리고 두번째로는 우리 멤버들이 좋아해야 하고요. 그래야 곡을 만들어 갈 수 있어요. 근데 이 두번째 과정이 없으면 그 음악은 완성이 안 돼요. 그러니까 시작조차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그 음악이 세상 사람들을 움직이게 될 거다’라는 얘기가 제 인생에서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결국 음악만큼 중요한 건 제 동료들 이라는 거죠.

IDIOTAPE / ⓒfake magazine

D. 저도 가끔 DJ 동생들이 “어떻게 하면 DJ이 잘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거든요. 저는 그럴 때 항상 “오래 해~” 이렇게 얘기를 해요. 재능의 영역을 떠나서 진짜 오래 하면 뭐든 잘해져요. 그리고 잘해지면 더 재밌어지고요. 또 재밌으면 더 더 오래 할 수 있고,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하면 이걸 오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음악도 돈이 될 거야”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제 그런 생각을 안 하거든요. 그냥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구라다. 그냥 판타지다” 이렇게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그냥 중세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되게 유명한 작곡가들 있잖아요. 모차르트니 베토벤이니 바하니 다 그냥 부잣집에서 스카우트 해가지고 거기서 먹고 살면서 음악 만들었거든요. 애초에 음악가들은 그렇게 살았어요. 베토벤은 좀 달랐나?(웃음)

쉽게 얘기하면 그러니까 음악만으로 이 생계를 산다라는 건 저는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빨리 그 부분을 인정하고 이걸 오래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아까 디알형이 말한 것처럼 내가 이걸 시작한 이유가 있는데 돈을 벌겠다고 그만두는 건 말이 안되는것 같아요. 내가 원래 이게 정말 좋아서 시작했다면 이게 돈이 될 것 같아서 이걸 시작한 게 아닐거니까요. 그러니 내가 돈을 벌고 싶은건지 아니면 음악이라는 것을 계속하고 싶은 건지를 냉정하게 생각해서 빨리 이렇게 노선을 정하면 좋겠다 싶네요.


Q. 그동안의 이디오테잎의 모습은 폭발적인 에너지의 연속이었다. 앞으로의 이디오테잎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밴드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Z. 우와 XX 개쩐다.(웃음)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이디오테잎에게 'FAKE'란?

Z. 실수와 우연.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모두 거기에서 시작 되었어요.

D. 각자 다른 색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다른 색이 서로 겹쳐졌을 때 새롭게 만들어지는 색을 찾아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