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H(Quispiam Habilis)

QH

[INTERVIEW] QH(Quispiam Habilis)

산업 혁명 이후 우리는 대량의 기성 제품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에 하나뿐인, 희소성이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다시금 돌아가곤 한다. 제작자의 손때 묻은 결과물에 열광하기도 한다.

예술적 가치를 위해 도자기, 금속, 그래픽 등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다. ‘Quispiam Habilis(이하 QH)’, 장인 정신 가득한 그들의 행보에 대중과 기업, 브랜드 등 이미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공예라고 단정 짓기에 그들의 행보는 아티스틱한 요소가 담겨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다다이즘(@dada.service), LMC(@lostmanagementcities), 미스치프(@mschfhouse), 발란사(@balansa), 헤리티지 플러스(@heritagefloss), VANS(@vans) 등 굵직한 협업을 통해 또 한 번 QH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QH와의 대화에서 그들의 진정성을 만나보자.

QH / ⓒfake magazine

Q. 도자기, 금속, 가먼츠, 그래픽, 3D,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한 크래프트 스튜디오 겸 브랜드. 아티스트 분들의 각자의 소개 부탁한다.

SH 세라믹을 만들고 QH를 총괄 디렉팅하고 있는 유승헌(이하 SH)이다.

JH 금속 및 3D 모델링을 다루는 이주호(이하 JH)다.


Q. QH의 시작점을 이야기하자면

SH 15년도 대학교 학부생 3학년 겨울방학. 그 당시에는 젊은 세대의 대중들은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현재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시점이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도자기, 세라믹을 활용한 작업물이 이미 자리를 잘 잡았고 내가 좋아하는 문화를 도자기로 내 취향의 것을 만들어본다면 미래성이 있겠다 생각했다. 브랜드의 이름은 달랐지만 제가 만든 도자기를 여기저기 입점시켜 보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하이드 앤 라이드’라는 편집숍이 저의 작업을 좋게 봐주었고 그 다음 연도 하반기에 팝업 전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QH가 시작되었다.


Q.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 ‘손으로 만드는 무엇’을 라틴어로 해석한 QH(퀴스피암 하빌리스). 네이밍의 유래가 있었을까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SH ‘QH’는 공예를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다루는 크래프트 브랜드이다. QH는 Quispiam Habilis의 약자로 손으로 만드는 사람들,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어떤 자신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쉽게 발음하지 못하는 이름을 선택하고 싶었다. Q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아보다가 라틴어에서 Quispiam을 찾았고 그 의미도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이념과 찰떡이었다.

QH / ⓒfake magazine

Q. 공예라는 분야를 젊은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각자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SH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대학을 도예과로 진학하게 되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대학원까지 공부하였지만 아직도 도자기가 어렵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 손발이 안 움직이 전까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JH 나 또한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든지 만드는 것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전공을 갖게 되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거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내 입맛에 맞고 생각한 걸 그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QH / ⓒfake magazine

Q. 아티스트 브랜드(?)를 지향하면서 스케이트, LP, 힙합, 패션 등 서브컬쳐신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라 보인다.

SH 어렸을 때 사촌 형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큰형은 모든 옷이 베이프였고 둘째형은 비즈빔신발을 신고 있었다. Fbt(visvim) 였는데 무슨 브랜드인지 궁금해서 형 몰래 신발 깔창을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눈앞에 있는 형들의 스타일이 너무 멋있어 보였고, 자연스럽게 농구와 힙합 등에 관심이 생겼다. 어렸을 때 사촌형이 차에서 틀어준 버벌진트(@freevjfreevj) 음악에서부터 지금 디제잉을 하기까지 음악에는 꾸준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JH 2008년쯤,  그때 당시 스토어가 생기기 전 무신사 커뮤니티를 했었는데, 글도 써보고 눈팅도 하며 자연스럽게 국내외 서브컬쳐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동시에 그 당시엔 메탈, 펑크, 하드코어와 같은 빡센 음악들을 주로 들었는데, 그 밴드들의 뮤직비디오에서 접할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패션, 문화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Q. 다다이즘, LMC, 미스치프, 발란사, 헤리티지 플러스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의 협업과 팝업, 전시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을 소개하자면

SH 최근 진행했던 P.shines(이하 Post)와의 작업. 콜라보라기보다는 그래픽을 의뢰하였고 그 그래픽을 활용하여 QH의 제품들을 제작했다. Post는  AOW와 VSOP의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뉴욕의 레전더리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폴로 컬렉터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세계 언더그라운드 그래피티 신(scene)에서는 굉장히 존경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Better gift shop의 보스인 Avi Gold를 통해 소개받아 작업을 의뢰하게 되었는데, Post는 커머셜 한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아 성사되었을 당시 매우 기뻤던 기억이 난다. 판매하지 않는 작품으로서 그의 반신상을 도자기로 딱 3점 제작하여 Post와 Avi 그리고 내가 가졌고 판매 제품으로 트레이, 크루넥, 비니, 캡, 벨트를 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나만의 만족으로써 기획한 프로젝트였고 국내에는 Post의 인지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반응이 대단하지는 않겠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해외 쪽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게끔 도화선이 되어준 프로젝트이다.


Q. 어떤 작업을 한다고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만큼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각자의 업무 당당 및 작업 프로세스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SH 세라믹을 제작하고, 세라믹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디렉팅 한다. 공예의 전반적인 요소들을 다루고 싶다.

JH QH 내의 금속 제품들을 제작하고, 세라믹 제작을 위한 3D 모델링을 주로 하고 있다.

작업의 프로세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크게 ‘기획 - 리서치 - 모델링 - 본제작’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QH / ⓒfake magazine

Q. 개인 작업 활동과 작업실에서 시작해 당당히 주목받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시작점으로 돌아가 나와 같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있는가

SH 많이 부딪히고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면서 외부적인 활동을 해보는 걸  추천한다.

JH 아직 우리도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의심을 하기보단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다.


Q. 이번에 오픈한 쇼룸 공간 소개나 참고하면 좋을 만한 것들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SH 남영동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맛집이 많다. 와서 찬찬히 살펴보면 기성품이 아닌 우리가 직접 제작한 여러 기물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공간 구성을 변경해 앞으로 QH만의 전시장, 숍으로써 활용될 예정이고 올해 몇 번은 멋진 친구들의 작업들을 소개하는 전시들도 구상 중이다. 가끔 주말엔 친구들과 음악을 틀면서 즐겨볼까도 생각 중이다.(웃음)

QH / ⓒfake magazine

Q. 2016년부터 오랜 기간 활동해왔는데, 23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나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면

SH 전 질문에서 말했듯이 저희는 국내 범주를 좀 넓게 바라보기로 했다. 숍을 활용한 친구들의 전시도 기획 중이고 올해 하반기쯤에 vol.2까지 진행되었던 “Audio smith”의 세 번째 앨범을 구상 중인데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JH 많은 작업들을 통해 QH 작품 전시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QH / ⓒfake magazine

Q. 예술, 공예 그리고 놓치지 않은 대중적인 인식들까지 마치 작은 바우하우스가 떠오른다. 더더욱 QH의 앞으로의 방향성과 목표가 궁금해지는데

SH 우리의 방향성은 공예가 무엇인가 하는 우리들의 고민과 생각들이다. 막연한 목표는 언젠가 가동시킬 모든 공예를 다루고 생산하는 ‘QH factory’이다. 아카데미처럼 1층에는 개러지, 2층에는 도자기 등(웃음)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QH에게 ‘FAKE’란?

A. 우리에게 ‘FAKE’는 사람들이 우리를 스케이트, 힙합 등 서브컬쳐에 관련된 브랜드로 보는 시선들이다. 우리는 공예에 진심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 말고 내면에는 장인 정신에 대한 갈망이 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연서로 183-8, 1F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