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DYINDAHOUSE(루디인다하우스)
rudy
RUDYINDAHOUSE(루디인다하우스)
최근 농구를 하다 복사뼈 골절이 난 그는 처음 신고 다친 농구화(르브론 XX EP)를 탓하며 농구화를 해체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한정판이나 희소성 있는 스니커즈를 과감히 해체해버리는 이가 있다. 그에게는 리셀가 보다는 리테일가가 중요해보였다. 디테일이 많은 신발일수록 눈이 뻔뜩인다. “이 비싼 걸 왜 뜯어? 미쳤어?” 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시레 미소를 짓는 그의 작업실에는 이미 신발로 기능을 다한 값비싼 스니커즈들이 즐비했다. 이미 스니커 업계에서는 국·내외로 많은 조명을 받은 루디인다하우스에게 아티스트의 행보와 현실적인 직종의 어려움에 대해 낱낱이 물어봤다.
Q. 루디인다하우스(@rudyindahouse), 본인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A. 스니커즈를 해체해서 아트워크를 만드는 루디인다하우스라고 한다.
Q. 뉴욕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부했다. 스니커를 해체 아티스트로 거듭나기까지 어떠한 과정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A. 집안이 예체능 쪽이 뛰어난 사람들이어서 어릴 때부터 미술이나 예술을 항상 잘해왔다. 항상 상을 받아왔고 자연스레 내가 재능이 있구나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을 10년간 했었고 중간에 팀이 해체되며 친동생이 먼저 미국으로 넘어갔고 1년 후 나도 미국으로 가게되었다. 공부하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사진과 영상을 배웠고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 보니 재미있게 활동했다. 미국에서 3년간 활동하고 한국에 넘어와 프로덕션 회사를 차려서 잘 이어가기도 했다. 갑자기 신발 내부가 궁금해서 뜯기 시작했던 일이 지금의 내가 되었다. 항상 새로운 기회에 대한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컸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바꾸면 안 될 것 같다.(웃음)
Q. 아트토이 아티스트 ‘쿨레인(@coolrainlee)’작가의 피규어 스니커를 보고 처음으로 집에 있는 업템포를 해체했다. 단순 해체에서 그칠 수 있던 상황에서 지금의 시그니쳐 쉐잎으로 아트웍을 완성시켰다.
A. 처음 시작할 때는 호기심에 신발 해체를 시작했다. 가장 눈에 피스가 많아 보이는 업템포를 해체했고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는데 생각보다 파급력이 없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더텐 에어조던1 하이 시카고(THE TEN : Air Jordan 1 Retro High Chicago)'가 당첨됐고, 신발 자체의 파급력이 있었다 보니 해체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해체를 했다. 당시 신발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만 두고 보더라도 오프 화이트 시카고 자체로 멋스러웠고, 해체했을 때 파츠와 컬러들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입비스트를 필두로 다양한 해외 매체에서 바이럴이 됐고 자연스레 나만의 시그니쳐 쉐잎으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웃음)
Q. 결국 첫 작업물이었던 업템포는 망가졌다.
A. 첫 작업물인 만큼 가공하는 부분이나 재료 선정에 있어 많이 서툴렀다. 크고 작은 전시에도 많이 다뤄지다 보니 결국 망가졌다.(웃음)
Q. 이후 션우더스푼 맥스, 오프 화이트 더 텐 시리즈, 나이키, 아디다스, 발렌시아가 등 다양한 스타일의 스니커를 해체했다. 스니커를 선택하고 작업하는 요소들도 궁금하다.
A. 확실히 예전에는 사람들이 비싼 신발, 구하기 어려운 신발들을 해체해서 “이걸 안 신고 해체한다고?” 하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방식으로 신발을 선택했었다. 질문해 준 션우더스푼, 더텐 시리즈 등의 작업이 그런 예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잡혔다고 생각해서 최근에 작업한 나이키 SB덩크 블루 칠(NIKE SB DUNK LOW BLUE CHILL)처럼 비싸거나 화제가 되는 신발은 아니지만 콘셉트를 확실히 살려서 화제가 되는 방식의 작업을 선호한다. 나아가 이베이 덩크(eBay Nike Dunk Sandy) 같은 경우에도 이베이 담당자가 팔로우 오는 등 콘셉트를 확실하게 해서 재미요소와 구성요소를 덧붙여 스토리텔링을 해준다면 보는 이들에 하여금 충분히 스니커 해체 작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Q. 스니커 해체 아트웍을 하며 3-5일 정도의 작업과정 중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A. 사실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없다. 그저 ‘어떻게 해야 잘 완성이 될까, 완성된 모습은 어떨까’라는 생각하고 만든다.
Q. 패션과 리셀 시장이 커지며, 팬으로서든 금전적인 부분에서든 작업하기 아깝기도 신경 쓰이기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A. 많은 분들이 내가 부자인줄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자는 아니다.(웃음) 워낙 비싼 신발들은 거침없이 해체해 버리니 그렇게 생각이 드는가 싶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내가 해체했던 운동화들 중에는 현재 100만 원, 200만 원 비싸게는 800만 원까지 오른 운동화들이 있다. 물론 내가 그 가격에 구매한 것은 아니고 운이 좋게도 2017년에 현재 800만 원 선까지 가격이 오른 나이키 오프 화이트 더텐 에어조던1 하이 시카고를 시작으로 당첨 운이 좋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땐 그런 화제가 될 운동화들로 작업을 할 시기였고 난 그 흐름을 잘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2019년부턴 당첨이 잘 안되더라.(웃음)
Q. 스니커 헤드라 불릴 정도로 스니커를 많이 수집하고 아끼곤 하는데, 작업하기 아깝거나 그러진 않았는가
A. 우선 브랜드에서 마케팅용으로 작업을 할 땐 보통 두 족 이상씩 보내주기도 한다. 그래서 크게 해체하는 부분에 있어 아깝진 않다. 하지만 당첨이 돼서 작업을 해야 할 땐 해야 하는 걸 알 면서도 못하고 미룰 때가 종종 있다. 작업하라고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나이키 덩크 티파니(Nike Dunk SB High Diamond Supply)는 신어도 된다는 얘기에 몇 번이고 작업실에서 발만 넣어보고 결국 해체했고, 최근 오렌지 랍스터(Nike x Concepts SB Dunk Low Orange Lobster)의 경우에는 나 자신과 사투를 벌인 끝에 결국 잘 신고 다니고 있다.(웃음)
Q. 많은 브랜드들을 작업해오면서 가장 손꼽는 작업 몇 가지 소개하자면
A.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나이키와 함께한 에어 포스를 주제로 한 <2018 배틀포스> 행사이다.
내가 작업 활동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인데 나이키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아디다스와 함께한 작업도 너무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현재 아디다스 가로수 매장에 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내 작품이 걸려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디오라마와 함께 구성한 작품이 여전히 전시되어 있어서 인 것 같다. 보통 브랜드들과 마케팅을 하게 되면 일회성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현재 3년째 아디다스 매장에서 전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작업은 포틀랜드에 위치한 ‘Industry’와 함께 '나이키 맥 (NIKE MAG, Back to the Future)'을 해체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Industry는 나이키와 함께 일하는 회사로, 2011년 나이키 에어 맥(나이키 맥)이 처음 발매했을 당시 Industry와 나이키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그때 소유하게 된 에어 맥 한 켤레를 나에게 작업 의뢰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끝판왕’으로 언급하던 신발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해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에어 맥은 해체하는 순간순간이 다 놀라웠고 완성된 모습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나이키HQ에서 근무하시는 많은 분들도 직접 만나는 기회도 되었고 여러모로 가장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 든다. 참고로 여전히 Industry 오피스에 전시되어 있다.
Q. 5년 전 단독 전시를 기점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전시를 진행했다.
A. 벌써 5년 전이라니.(웃음) 첫 해외 일정이었던 밀라노에서 열렸던 <White street market> 행사가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장 뜻깊은 전시 행사 중 하나였다. 최근 활발하게 많은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준 스니커즈 디자인 디렉터인 ‘살레헤 벰버리(Salehe Bembury)’를 포함해 정말 멋진 디자이너와 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나 대화도 나누고 많은 영감을 받았었다.그리고 아트모스(Atmos)와 함께 ‘아트모스 긴자’와 ‘아트모스 방콕’ 두 곳에서 전시 및 팝업을 진행했었다. 덕분에 아트모스 디렉터인 코지마 히로후미(Kojima Hirofumi)와 현재는 은퇴하신 전 아트모스 대표 혼묘 히데후미(Hommyo Hidefumi)와도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것은 당시 나의 아트웍이 들어간 옷이 아트모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되었고 이틀 만에 온·오프라인 품절이 되었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말레이시아의 가장 큰 스니커즈 컨벤션인 <Sneaker Lah>행사인데 이틀 만에 5만 명이 넘게 방문할 정도로 큰 행사이다. 말레이시아의 스니커즈 열정과 문화에 다시금 놀라게 됐다. 아무래도 내가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행사를 말 그대로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부러움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모든 해외 일정이 모두 다 좋았지만 해외 일정의 가장 큰 즐거움은 아무래도 ‘공짜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웃음)
Q. 국내외로 다수의 매체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한 아티스트로서 자연스레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 같다.
A. 션우더스푼의 샤라웃과 하입비스트, 하이스노비타, 스니커 프리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많이 알려지게됐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카피캣이 되게 많아졌다. 해체한 스니커를 그대로 그래픽화해서 이것저것 프린팅 해서 판매하는 여러 업체도 있었는데, 잘 소통을 통해서 판매 중지하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선을 넘었지만 괜찮았다. 문화적인 차원에서 용인이 됐고 이해를 했으니깐 가장 큰 에피소드는 나이키 글로벌에서 내 아트웍을 그래픽화해서 백팩을 발매한 부분이다. 일개 아티스트로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으니 노이즈 마케팅으로 올렸던 일화가 있는데 나이키 코리아 쪽에서 모두 언팔했더라. 서로 팔로우를 하고 있던 사이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브랜드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든다. 고소를 해서 이길 수도 없는 거고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Q. 나이키와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는 문제 인가
A. 그렇진 않다. 이건 순전히 나이키 코리아와의 관계 인거지 나는 내 가능성을 바탕으로 더 나아가 나이키 글로벌 혹은 조던 브랜드 글로벌과의 가능성도 보고 있다. 나는 한국에 있지만 내 작품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원래 싸우고 투닥 거리면서 더 친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웃음) 스니커신에서 상징적인 나이키면서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내가 변함없이 사랑하는 브랜드이고 실제로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나이키 관련 해체 작업은 꾸준할 거다. 이전에 있던 일들을 털고 앞으로 계속 나만의 아트웍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Q. 농구, 힙합, 러닝, 바이크, 패션, 애니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기로도 유명하다. 취미들이 직업적으로 또는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가
A. 간단하게 풀어서 얘기할 수 없다. 좋아하는 많은 취미들이 나름 세세하게 연결고리가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취미가 직접적인 삶에 연관이 되어 주진 않지만 취미를 하면서 만나거나 알게 된 이들로 인해 상당한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다양한 영역의 스펙트럼에 대한 확장성에는 많은 영향을 준다.
Q.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라고 인터뷰를 진행해온 적이 있다. 모든 직업에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결과까지의 많은 과정에 있어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다. 과정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너무 집착을 하지 않은 탓일까, 역시 가난하다.(웃음) 사실 작가 활동이 돈이 안된다기보단 본격적인 활동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던 본업인 영상, 사진 관련 일을 전부 내려놓았다. 너무 당연히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스니커즈 문화에서 내 입지가 생기고 그로 인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 정말 한치의 고민도 없이 돌아섰다. 그 덕에 작가라는 활동을 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생기지만 정말 1년 정도는 작가 활동을 통해 벌어들여지는 비용은 거의 없었다. 틈틈이 영상과 사진 쪽 일을 파트타임으로 진행하면서 그 부분을 채워나갔지만 이 역시 턱없이 부족해 현재까지 마이너스가 꽤 쌓여있다.
쉽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다 보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는 걸 깨달았지만 멈출 수 없었고 하지만 그에 따른 인정과 내가 문화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인지하면서 즐겁게 여전히 작가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이젠 정말 작품을 판매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웃음)
Q. 해체 스니커 아트웍을 판매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A. 맞다. 개인 의뢰가 많은 편이었는데 여태 한 번도 판매를 하진 않았다. 판매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 문제이다. 스니커 문화 상 스니커 자체의 리셀가의 변동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 금액에 맞춰 아트웍 판매가를 설정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가격이 오르내리는 부분들이 나는 조금 조심스럽다. NFT로도 판매를 진행했었지만 쉽게 체감이 되질 않아서 본격적으로 금액선정이나 사인, 라이선스 등 아트웍 실물 판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5~6월쯤 개인전에 있을 예정인데 처음으로 한정 수량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웃음)
Q. 새로운 영역에 꿈꾸고 있다. 스니커 해체 아티스트에서 전반적인 문화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로 가는 방향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A. 스니커즈만을 다루다 보니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명확히 느끼고 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자동차 브랜드 통신사 등 재미있는 곳들에서 광고 제안을 받는데 아무래도 운동화라는 너무 명확한 정체성 때문인지 늘 마지막 까진 가지 못하더라. 그래서 그 외의 영역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도전할 예정이다. 물론 운동화를 다루는 작업은 절대로 놓은 생각은 없고 질문 그대로 전반적인 문화를 아우르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루디인다하우스(rudyindahouse)에게 ‘FAKE'란?
A. Fake 운동화는 사지도 신지도 맙시다!! 이런 의미에서 Fake는 내가 추구하는 가장 반대되는 의미 중에 하나이고 가장 기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진짜, 진정성은 더욱 빛을 발하고 나 스스로도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Fake는 없어져야 하지만 내가 진짜라는 걸 더욱 증명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 이다. 가짜들아 더욱 발버둥 쳐라! 나는 진짜로 남을 테니!!
Fake Magazine Picks
웨스 앤더슨이 제작한 단편 영화 같은 광고 6선
YELLOW HIPPIES(옐로우 히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