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IKYO(세히쿄)
sehikyo
[INTERVIEW] SEHIKYO(세히쿄)
예술의 시선으로 패션을 바라본 이가 있다. 옷과 직물 그리고 패션에 관한 탐구를 하는 프로젝트 '세히쿄(SEHIKYO)'를 운영하는 김서희 패션 디자이너. 그녀는 소비 상품으로써의 의미를 걷어내고 옷의 본래적 의미를 되찾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동시에 끊임없이 예술적 실험과 실천을 통해 '착용'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특유의 실험 과정에 매료된 이들이 세히쿄가 주최한 전시와 프로젝트에서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옷, 그리고 직물에 대한 탐구가 세히쿄 프로젝트에 담겨있다. 세히쿄는 상업적 영역에서 바라보던 패션을 통해 일상에서 멀어진 예술을 우리의 가까이로 가져와 소통한다.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히쿄 프로젝트 대표 '김서희' 디자이너를 만나 그동안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패션 연구 및 실천을 위한 프로젝트 레이블 세히쿄의 시발점
A. 산업 밖에 있는 옷과 직물에 관해 탐구하고 싶었다.
Q. 옷을 입는 방법 안에서 개인적인 형태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옷을 제작. 또는 프로젝트를 제작해오고 있는데, 제작된 의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실존주의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영향을 받은 문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A. 특정한 사조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나는 항상 현재와 과거의 옷과 패션에 영향을 받는다. 빠르고 덧없는 패션의 흐름 속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재밌는 현상이나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비롯한 질문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에 대한 대답에 집중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자료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작업하고 있다. 옷의 이야기는 자료가 방대해서 내가 가진 궁금증에 많은 힌트를 제공해 준다. 힌트를 모아가며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의 미적 취향이 상당 부분 반영되는데 특히 결과물에서 수공예적 성격이 극단적으로 드러났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
Q. ‘Body Engagement’을 시작으로 MMCA(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헀던 패션 전시의 ‘The skirt’, 최근 진행했던 퍼포먼스 ‘Magic Loop’까지 다양한 전시 및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A. 세히쿄가 첫걸음을 내디딘 프로젝트 ‘Ways of Dressing, 입는 방법 (2019)’을 소개하고 싶다.
참여자(착용자)들이 옷을 입는 방식을 기록-공유하는 참여형 워크숍인데, 옷걸이에 걸려있지 않은, 입지 않으면 형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옷을 착용자들이 자유롭게 입고 사진을 촬영해 기록하는 간단한 워크숍이다. 이 프로젝트는 패션 산업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옷’을 중심에 두고 입는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시작하였다. 많은 참여자가 재미있게 참여하였고 옷이 생산-소비가 아닌 생산-착용 방식으로 소통했을 때의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워크숍이었다. 트렌드를 따르되 동시에 자아 표현도 해야 하는 패션(문화)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사는 것(소비)과 입는 것(착용) 가운데 어떤 영역에서 발휘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개인적 문화 요소가 많이 개입되어 있어서 다양한 결과물이 예상되어 앞으로 계속 진행하고 싶은 워크숍이다.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 ‘Magic loop, 매직 루프 (2022)’는 나의 주요 작업적 실천인 ‘옷 만들기’를 소개하는 7분가량의 퍼포먼스이다. 퍼포머들은 중고 시장에서 구매한 출처를 알 수 없는 티셔츠 한 장을 즉흥적인 가위질, 바느질, 뜨개질 등을 통해 변형하는 연쇄적 작업을 이어 나간다. 퍼포머들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옷을 착용하고 작업을 하는데 착용한 옷들을 의인화하여 관람하다 보니 쓸쓸해 보였던 중고 티셔츠 한 장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Q. 여러 프로젝트들에 있어 다양한 부분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떠한 부분에서 영감 또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지 궁금하다.
A. 패션 안의 특정 현상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을 쫓으면서 작업이 진행되기도 하며 패션 밖에서 쓰이는 옷을 접할 때 흥미로운 지점들이 종종 영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셔츠의 커프스 만들기를 검색하는 중에 흥미로운 블로그를 발견했다. 가정에서 수작업으로 옷을 만들어 공유하는 캘리포니아의 한 재봉사의 블로그인데, 자신이 만든 옷과 그와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업로드한다. 읽다 보니 너무 흥미로워 그곳의 거의 모든 글을 정신없이 읽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발견하면 그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탐구로 이어진다. 궁금증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간다. 물론 옷을 작업하는 디자이너, 작가 등은 항상 내게 영감을 준다.
Q. 프로젝트 ‘구멍과 단추’처럼 세히쿄의 프로젝트 작품, 제품의 상업적으로 풀어낼 계획이 있을까
A. 프로젝트를 이루는 옷을 만들 때 상업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 뿐이지 누군가가 그것들을 제품으로 본다면 옷은 언제든 상업적 영역에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것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한다면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진행해 볼 수도 있겠다.
Q. 세히쿄의 프로젝트 안에 있는 옷들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A. 옷을 만드는 작업은 탐구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특정 방식에 집중하여 작업하지는 않지만, 수작업에서 비롯한 불완전함, 느린 시간의 흔적 등이 옷에 담겨있는 것을 좋아한다. 니트 기계를 통해 원단을 제작하여 만들기도 하고, 시간이 지난 옷들을 재활용해 재료를 얻기도 한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 그곳의 원단 시장을 방문하는데 중고 원단이나 재고 원단, 단추 등 흥미로운 재료들을 구매하여 옷 제작에 사용하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결과물의 모습을 미리 생각하고 작업하지 않아서 진행 과정에서 흥미로운 소재를 발견하면 어떤 것이든 사용해 본다.
Q. 세히쿄는 착용자의 주체성 발현을 위해 모든 ‘입는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앞으로의 지속적인 프로젝트와 또 다른 영감을 통해 궁극적인 방향성을 얘기하자면
A. 방향성을 미리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옷과 패션을 탐구하고 작업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방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Q. 약 3~4년간의 세히쿄 발자취는 어땠는가, 그리고 이번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한 해에는 어떠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가
A.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스스로 용기를 얻었다. 그동안 전시, 워크숍, 협업과 강의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왔으며 옷과 패션을 넘어 주변의 사회, 문화적 시각의 범위를 확장하려고 노력해왔다. 옷과 직물 그리고 패션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며 다양한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렌즈를 통해 옷과 패션을 접하는데, 그동안 편협한 시각을 가진 것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될 때의 기쁨이 공존해 왔다. 옷과 직물의 삶은 인간의 주기보다 길며 흥미롭다. 앞으로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세히쿄의 렌즈를 통해 조심스럽게 소개하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세히쿄에게 'FAKE'란?
A. Fashion is Alive and Keeps talking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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