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광고로, 데이비드 린치가 그린 브랜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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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컬트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의 감독 데이비드 린치. <블루 벨벳>(1986),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트윈 픽스>(1990–2017) 등 걸작을 탄생시킨 린치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으로 만든 느낌의 영화를 연출한 독특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몽상가"라고 칭할 만큼 독창적인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린치의 영향력은 영화에 국한되지 않았다. 1988년부터 2014년까지 총 29편의 광고를 연출하며, 영화적 감각과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광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캘빈 클라인, 구찌, 플레이스테이션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위해 제작한 그의 캠페인은 꿈속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 초현실적인 미학을 담아내며 광고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세계적인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린치의 대표 광고들을 통해 그의 독창적인 광고 철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캘빈 클라인 - ‘Obsession’ (1988)>
린치의 첫 향수 광고 작업이었던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Obsession’ 광고는 향수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예술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며, 린치의 독창적인 영화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달빛 아래 촬영된 흑백 광고로 특이한 점은 배우 베니시오 델 토로 (Benicio del Toro), 헤더 그레이엄 (Heather Graham), 라라 플린 보일 (Lara Flynn Boyle), 제임스 마샬 (James Marshall) 별로 다른 버전들이 존재하고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등의 작품에서 발췌한 욕망에 관한 글귀를 내레이션으로 사용했다. 앤젤로 바달라멘티 (Angelo Badalamenti)의 풍부한 신시사이저 음악을 더해 작품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플레이스테이션 2 - ‘The Third Place’ (2000)>
린치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 광고 ‘The Third Place’는 기이한 영상미로 린치의 스타일을 과감하게 녹여냈다. 인간의 몸에 오리 머리가 달린 캐릭터와 끊임없이 변하는 방,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대화가 어우러져, ‘제 3의 공간(The Third Place)’이라는 슬로건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담아냈다.
<구찌 - ‘Gucci by Gucci’ (2008)>
우아한 모델들이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으로 구성된 Gucci by Gucci’ 광고는 브랜드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배경음악으로는 블론디(Blondie)의 ‘Heart of Glass’가 사용되었으며, 금빛 계열의 색감을 활용해 예술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담아낸 매혹적인 연출이 특징이다.
<칼 라거펠트 - ‘Sun Moon Stars’ (1994)>
1990년대의 독특한 감성을 집약한 ‘Sun Moon Stars’ 광고는 작품으로, 다릴 한나 (Daryl Hannah)의 속삭이는듯한 동요와 함께 광활한 우주를 몽환적인 이미지로 담아냈다. 밝은 조명과 밤하늘이 겹쳐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다릴 한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나온 나오미 와츠(Naomi Watts)와의 상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Clear Blue Easy’ (1997)>
15초 분량의 ‘Clear Blue Easy’ 광고는 묘한 긴장감과 섬뜩한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이다. 임신 테스트기를 주제로 한 이 광고는 흑백 화면 속 초조한 표정의 여성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시작된다. 이어서 초침이 임신 테스트기 모양을 하고 Yes와 No를 반복하며 카운트다운하는 장면은 린치 특유의 감각을 엿보게 한다.
비록 그의 대표작들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이 광고는 일상적인 제품에 예술적 요소를 가미해 독특하게 주제를 승화시킨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크리스찬 루부탱 - ‘Louboutin Rouge’ (2014)>
새빨간 밑창으로 유명한 프랑스 럭셔리 슈즈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의 매니큐어를 홍보하는 이 광고는 린치의 가장 최근 작품으로 꼽힌다.
‘루비빌(Loubiville)’이라는 황량한 도시를 배경으로, 연분홍빛 뾰족한 탑들과 은빛 구름 같은 구체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 속에서 아찔한 높이의 힐과 매니큐어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경 음악은 린치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SF 스릴러 스타일로, 광고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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