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SHINYOO(스튜디오 신유)
STUDIO SHINYOO
[ISSUE No.1] STUDIO SHINYOO(스튜디오 신유)
디자인 번역가라는 모토로 활동하고 있는 '스튜디오 신유(STUDIO SHINYOO)'. 번역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특수적인 부분들 속에서 겹치는 공통감을, 공간적으로는 건축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가구를 전이적으로 풀어낸다. 스튜디오 신유의 신용섭 대표(이하 YS)과 유승민 대표(이하SM), 그들만의 스토리를 경청해 보았다.
Q. 자기소개와 직업을 삼게 된 이유
YS 스튜디오 신유에서 신을 맡고 있는 신용섭이라고 합니다. 가구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하고 있어요. 가구 제작은 군 생활할 때, 행보관님하고 맨날 나무 주워다가 내무반에서 쓸 거 만들고 그랬어요. 만든 물건들은 서툴FJt지만, 사용하는 전우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일이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전역 후 파주에 있는 가구 공장에 무작정 일을 했어요. 어느 날 제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던 화장대를 고객님이 공장으로 가지러 오셨어요. 엄청 소중하게 실어서 가져가시더라고요. 그때 ‘아, 이분에게 이 화장대는 삶의 한 켠에 늘 같이 존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구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가 깊이 있게 다가왔어요. 그때 좋은 가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여전히 가구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죠.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행정학과를 1~2년 정도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어 실내 건축으로 남은 2년 동안 학교생활을 마친 게 어제 같은데 말이죠.(웃음)
SM 스튜디오 신유에서 유를 맡고 있고요. 디렉터로서 브랜딩, 마케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소통에 기반한 개론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가장 먼저 배우고 중요하게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송, 수신자 간에 메시지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송신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다뤄요. 이 점이 되게 재밌게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마케팅이나 브랜딩 쪽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후 회사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업무를 병행했어요. 규모가 큰 회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한정적인 업무와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며, 스스로 정체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신용섭 작가가 스웨덴에서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를 같이 해 보자는 제안을 했죠. 당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도 컸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하며 디렉터로서 스튜디오 신유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스튜디오 신유만의 가구 디자인 포인트
A. 클럽하우스라는 SNS 매체를 통해서 '예술의 의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 시간가량 얘기했어요. 제 주된 의견은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작품이나 사물을 봤을 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심층적으로 숨겨진 이야기, 철학적인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에 스튜디오 신유의 가구를 하나하나 디자인할 때마다 다양한 가치를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보는 사람마다 관찰자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렇게 접근하더라도 다양한 층위를 두려고 노력을 했거든요.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작가의 의도가 담길 수 있고,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양하다는 부분을 생각하며 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Q. 가구만의 매력
YS 가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비슷한데, 다른 물건이랑 다르게 느껴졌어요. 사물들을 부피나 질량의 관점에서 분류해 봤을 때, 스마트폰이나 연필 이런 것들은 아주 작고, 또 반대로 건축물 같은 경우에는 아주 크다고 느껴지는데 가구는 대체로 사람과 비슷한 부피를 하고 있어요. 가끔은 어떤 인격체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SM 가구는 스튜디오 신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신용섭 작가의 철학이나 신념을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요. 용섭 작가님의 대답을 듣다 보니, 스튜디오 신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가구가 아닌 다른 것을 디자인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가구라는 게 기본적으로 실용성이 있어야 하고, 견고해야 하며 사람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 목적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제한적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설치 미술처럼 메시지에 포커스를 맞춘 작업을 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IOT에 대한 생각
YS 필요성은 확실히 깨닫고 있고 정말 하고 싶지만, 실물적인 제작과 디자인에 치중하고 있어서 못하고 있어요. 관련된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같이 얘기해 보고 배우고 싶어요.
SM 작품 활동을 주로 하는 편이라 작품 차원에서는 IOT와의 협업은 폐쇄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제품에 대한 욕심도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IOT와 관련된 부분은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너무 기계적인 상황이 오면 그것에 반감하여 고전적인 가구가 다시 각광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Q. 눈여겨보는 디자이너
YS 스웨덴에 있을 때 밀란에서 밀란 퍼니처 페어에서 만난 핀란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그 친구에게 “야 너 언제 한 번 같이 커피 한잔하자”라고 했는데, 나중에 그 친구가 밀란 전시를 끝나고 핀란드로 돌아가는 길에 스웨덴에 있는 저희 집에 들러서 하루 자고 갔었어요. 몇 시간 동안 예술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수다를 떨었죠. 그게 벌써 3년 전이에요. 그 후로 작품을 너무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이 친구가 SNS도 안 하고 웹사이트도 리뉴얼을 안해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정말 기대는 하고 있는데 작품을 새로운 작품을 못 보고 어떻게 만나야 될지 몰라서 아쉬우면서도 내심 활동을 기대하고 있어요.
SM 황다영 작가님이요. 2020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영 앰버서더로 선정된 분입니다. 저희가 2019년 영 앰버서더였던 만큼, 새로운 영 앰버서더이신 황다영 작가님이 올해 어떤 활동을 펼치실지 궁금합니다. 저희와는 결이 많이 다른 활동을 하시는 분이에요.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의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작품의 질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고, 시각적으로도 독특한 촉감과 질감이 느껴질 수 있게끔 디자인하시는 것 같아요. 직접 만져 보면 더 재밌는 경험이 가능하고요.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태와 색감을 통해서 과감한 표현을 해내는 분이라, 개인적으로도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가구와 관련된 저작권에 대한 생각
A. 디자인 특허를 낼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호받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작권에 좀 유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대놓고 카피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좀 더 유하게 다뤄도 된다고 생각해요. 법적 공방까지 간다면 시간도 피해도 저희 쪽일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고요. 디자인 업계에서는 다들 정말 예민한 부분이지만, 저까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드는 작품이면 나만의 아이덴티티는 들어가 있는 거고 디테일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자신의 작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런 것들에 신경 쓸 시간에 다음 작업을 생각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Q. 협업을 해 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A. 함께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는 거라면 아이돌이랑 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기본적으로 V라이브나 소통하는 방송 플랫폼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잖아요. 한정된 장소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많은데 그 공간을 멋있게 기획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되면 패션이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기대 이상의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작업에 있어 영향을 주는 사람을 꼽자면
YS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정말 근면하고 성실하시거든요. 하루도 안 쉬고 매일 일하시는데 그걸 보면서 책임감과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제 사업을 하는 것이 처음이니까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도 많이 생각나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20년 전에 입으시던 잠바도 입거든요. 그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어요.
SM 저는 신용섭 작가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요. 용섭 작가는 질문이 많은 편이에요. 저한테는 보면 당연한 건데 그것이 왜 당연한 건지에 대해 의문을 계속 가져요. ‘A가 B래’라고 말을 건넸을 때 ‘A가 왜 B인데?’라는 질문을 통해서 다른 방식으로 사고가 계속 열리는 거예요. 내가 생각할 때는 당연한 거였지만 의문을 품고 연구를 할 수 있구나 하며 다른 시선을 갖게 된 거죠. 두 번째는 제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적이고, 논리보다는 직관을 따르는 편인데 용섭 작가는 철저하게 논리 구조나 인과 관계에 따른 프로세스로 모든 게 진행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필요한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성향과 조화돼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죠.
Q. 숲과 선에 집중했던 이번 작품 이후에 작업에 영감을 받은 것이 있다면
A. 디자인을 할 때, 재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고, 구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작가분들 중에서는 재료를 가지고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저희는 새로운 구조를 주로 연구해요. 다음 작업에는 가볍지만 효과적인 구조물, 예를 들어, 다리 교량이나 구조적인 사물들을 생각해 보고 싶어요. 다리 교각 디자인이 요즘 많이 끌려요. 크고 아름답잖아요. 이번에 선보였던 직선과 관련해서 반대로 곡선이 될 것 같진 않아요. 다리를 지탱하는, 무게 하중 밸런스를 나누는 것에 초점이 될 것 같지만 크게 생각해 보진 않았습니다.
메시지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앞으로 '잃어버린 근대'에 대해 다뤄 보고 싶다는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이 특수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가 중간에 끊겼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디자인하는 것들이 맥락이 끊겨 있는데,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면 좀 더 한국적인 아이덴티티가 뭔지 좀 더 정확하게 보여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도전하고 싶은 타 장르
A. 나이 들어서 나중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대안 학교를 설립하고 싶기도 하고, 작은 공방을 운영하면서 맞춤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의자여야 해요. 그 이유가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거든요. 앉는 습관도 다르고 생활 패턴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개개인에 대해 맞춤 의자를 만들고 싶어요. 그게 최종적인 꿈이 아닌가.
Q. 후배를 양성할 기회가 온다면
A. 저희가 대안 교육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인데, 특정한 종목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 학교를 하나 만들고 거기서 삶을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들을 알려줘보고 싶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세금이에요. 사회에 나가서 만약 자영업을 하게 되면 세금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배운 적이 없어요. 내가 사회에 던져졌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기술들을 배워야 하지 않나. 가구 얘기로 돌아와서 얘기해 보면,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막상 필드에 나와서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달고 활동을 해 보니까 정답이 없더라고요. 아무 정답이 없는데 모두가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으니까 더 개발하고 정제해서 좋은 무언가를 나타내주면 되는 거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신감도 많이 심어 주면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키는 것을 도와주고 싶어요.
Q. 꿈꾸는 이들에게
YS 좋은 거 많이 보는 게 중요해요. 많이 보고, 경험해야 나중에 내재돼서 어떻게든 풀려나간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여행도 많이 다니는 편이었고, 복합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는데 학교를 갔을 때 교수님도 "너가 가구를 계속하고 싶으면 맨날 보는 가구 말고, 여러 가지 가구를 봐라"라는 말을 해주셔서 여러 공간에 가서 경험을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스웨덴에서 2년 정도 살았었는데 그 경험도 도움이 많이 됐고, 밀라노 퍼니처 페어에 참여해서 다른 작가들을 만났던 것도 도움이 되고, 그런 것들이 지금에 와서 풀리는 기분이 들어요.
SM 좀 더 대충 해도 괜찮다. 비난받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애초부터 시작할 생각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자는 마음을 버리고 일단 해보고 수정을 해 나가야 진행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처음부터 압박감을 심고 시도하려는 기회조차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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