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가 재해석한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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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인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은<스파르타쿠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 등의 영화를 제작한 거장이다.

완벽주의적인 제작 방식으로 인해 작품 수는 다른 거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각 작품 전부 찬사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탠리 큐브릭은 스릴러부터 디스토피아, 정치풍자,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걸작을 탄생시켰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연출 역사상 최고의 거장이며 우리는 모두 이분의 영화를 모방하느라 허덕였다.라고 평가하며 거장의 업적에 경의를 표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아폴로 달 착륙 화면은 사실 스탠리 큐브릭이 CIA와 계약하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촬영 중간중간에 섞어서 몰래 찍은 가짜 화면이라는 달 착륙 음모설에 연루된 적도 있다. 대중들이 이와 같은 음모설을 믿었던 뜻은 결국 당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혁신적인 특수 효과와 리얼한 우주 비주얼을 구현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준 다카하시(Jun Takahashi) / ⓒWWD

이러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컬렉션들이 있다. 바로 준 다카하시(Jun Takahashi)가 이끄는 언더커버(Undercover)의 컬렉션이다. 평소에도 언더커버의 컬렉션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 영향을 받은 반항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준 다카하시가 재해석한 스탠리 큐브릭 걸작을 반영한 컬렉션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8 S/S Collection (영화 : 샤이닝)

언더커버의 2018 S/S 컬렉션에서 준 타카하시는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1980년개봉된 스릴러 영화인 <샤이닝>의 상징적인 장면을 재해석한 컬렉션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 <샤이닝>은 "Here's Johnny!"라는 명대사와 함께 섬뜩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로 독특한 연출과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의 강렬한 연기, 그리고 스티븐 킹의 원작이 결합된 현대 공포 영화의 바이블로 불린다.

준 다카하시는 <샤이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쌍둥이 소녀’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를을 구성했다. 영화의 OST가 울려 퍼지면서 짝을 지은 모델들이 등장을 하며 기괴하면서도 오묘하게 컬렉션을 구성하였다.

컬렉션의 마지막으로 영화 <샤이닝> 속 쌍둥이가 입었던 하늘색 드레스와 유사한 의상을 입은 모델이 등장하며 마무리가 된다. 영상과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핏방울을 형상화한 붉은 구슬이 달린 드레스가 주는 시각적 효과는 강렬했다. <샤이닝>의 요소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소름 끼치는 비주얼을 훌륭하게 담아낸 컬렉션으로 평가 받았다.


2018 F/W Collection (영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에 이어 2018 F/W 컬렉션에서 준 다카하시는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재해석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명작으로, SF 장르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4개의 주요 장으로 나뉜 영화로 각각 인류의 진화와 미지의 존재와의 접촉을 다루며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특수 효과와 리얼한 우주 비주얼로 큰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영화의 대표 OST만 들어도 해당 영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현대 영화 제작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점이다.

해당 컬렉션의 오프닝부터 전신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 복장의 모델들이 등장했으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문구가 다양한 제품들에 녹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신우주복도 인상적이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형 컴퓨터 ‘HAL9000’의 모습을 한 힙색 또한 등장하는 등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화적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적용한 컬렉션이다.


2019 F/W Collection (영화 : 시계태옆 오렌지)

앞서 소개한 2개의 작품들이 ‘공포영화의 바이블’, ‘SF 영화의 바이블’로 꼽혔다면 이번에 준 다카하시는 ‘서브컬쳐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영화를 재해석했다. 바로 폭력적이면서 시니컬한 비주얼을 담은 걸작이자 문제작인 <시계태엽 오렌지>이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1971년에 개봉된 영화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중 가장 논쟁적이고 충격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극도의 폭력성과 성적 묘사로 인해 큰 논란을 불러일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가상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주인공 ‘알렉스 드라지(Alex Delarge)’가 벌이는 폭력적인 행위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도덕적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해당 컬렉션은 제목 자체가 영화 속 갱단인 '드루그(Droog)'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의상에 영화의 제목과 스틸컷을 과감하게 프린트한 것이 특징이다. 준 다카하시는 컬렉션의 오프닝을 위해 대표 OST인 ‘베토벤 교향곡 9번’을 틀었고 영화의 상징 중 하나인 가면을 쓴 모델들이 차례로 등장 하는 등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정서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준 다카하시는 인터뷰에서 고등학생 때 이 영화를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폭력, 섹스, 젊음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어우러져 저에게 영감을 주었죠. 물론 저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준 다카하시 외에도 당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또한 2022년에 선보인 <The Exquisite Gucci Campaign>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 작품들을 오마주한 캠페인 영상을 선보였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영화계 뿐만 아니라 패션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정 영화는 시대정신을 대변하거나 독특한 스타일을 제시하여,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을 대표할 수 있는 것들이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이다.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과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있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들이 앞으로도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Editor / 노세민(@vactionwithp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