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시뮬레이션이다

D

삶을 살아가다보면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하는 근간을 흔드는 물음이 떠오르곤 한다. 또는 이유나 현상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정보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한없이 작아지며 우리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은 물론이며 태양계의 다른 행성, 나아가 방대한 우주까지 우리는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의문과 관념론적 사유를 기반으로 나오게 된 가설인 ‘시뮬레이션 가설’은 갈수록 여러 과학적 추측들이 덧붙혀지며 하나의 주장으로 자리잡았다.

‘시뮬레이션 가설’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말그대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이다. 알 수 조차 없는 누군가에 의해 생성된 가상의 세계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우주를 꾸려가고 있다는 가설인데, 중요한 것은 이 시뮬레이션은 영원히 반복된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 속 사람들은 또다른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내고 그 시뮬레이션 속 사람들 또한 전과 같은 형태로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가상세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설에 의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무한의 굴레 속에서 스쳐가는 한 부분이다.


<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달의 탄생 과정 >

" We live in a society that is strongly dependent on science and technology, but few know about science and technology.(우리는 강렬하게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과학과 기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 / 칼 세이건(Carl Sagan)

New Supercomputer Simulation Sheds Light on Moon’s Origin / ⓒNASA YouTube

시뮬레이션 가설을 뒷바침하는 한가지 의문점 중 하나는 달의 탄생에 있다. 지구를 공전하는 대표적인 위성인 달은 현재까지도 완벽하게 그 탄생에 대한 과학적 사실이 밝혀진 바가 없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수백만년에 걸쳐 성간 물질이 결합하며 달이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가장 유력한 ‘충돌론’ 즉, 원시 지구와 다른 원시 행성의 충돌로 인한 조각들이 뭉쳐 달이 되었다는 설을 기반으로한 NASA의 고도의 시뮬레이션 결과, 달의 형태를 갖추는데에는 약 3시간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사실 이 또한 완벽한 이론은 아니기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가상세계에 대한 무지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영화 >

What's real? How do you define real? If you're talking about what you can feel what you can smell, you can taste and see then 'real' is simply an electronic signal interpreted by your brain.(진짜가 뭔데? 어떻게 정의할 수 있지? 너가 어떻게 느끼는지, 냄새를 맡는지, 맛보는지, 바라보는지? 이런 걸 뜻하는 거라면 너가 말하는 ‘진짜’는 뇌가 해석하는 전자신호에 불과해.) / 영화 <매트릭스> 中

ⓒYouTube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인간의 기억부터 모든 세상의 정보들과 실체들이 AI로 인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AI에게 지배된 세상 속 인간들은 그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속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전개된다. 작중에선 주인공을 포함한 몇몇의 반란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은 가상현실 속에 살아가며 그들은 그곳이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들만의 현실을 살아간다.

가상세계를 만든 미지의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과 그들을 인지하는 순간 알게되는 세상의 모순과 위협들로 부터 인류를 구원해낸다. 작중에선 가상현실의 세계 즉, 매트릭스를 넘어 광활한 우주적 공간을 마주하게 된 주인공 ‘네오’는 미지의 존재들로 인해 설계된 인간들의 비참한 현실들을 확인하게 되며 그곳을 탈출하게 된다.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그곳을 창조해 낸 존재들의 알 수 없는 두려움들을 잘 표현해낸 작품 매트릭스를 통해 시뮬레이션 가설에 대한 감독의 자세를 확인해 볼 수 있다.

ⓒworldview

< 가상 세계 속 가장 중요한 가치 >

만약 이 세계가 가상세계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삶을 대해야 할까? 누군가는 가짜 세상이라는 이유로 여러 일들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누군 모든 일들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디터의 생각은 다르다. 그 어떤 것도 진짜라고 정의할 수 없는 세상이 온다면 나만의 진리를 찾는거다. 내가 정의한 나의 세계를 진짜라고 생각한다면 가상의 현실도 결국 진짜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행위가 무지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도피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도피는 결국 삶의 의미를 거짓으로 정의하고 결국 또 다른 가짜 세상에 갇히게 될테니. 가상 현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은 분명 우리에게 삶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굳건한 믿음으로 삶의 다양한 요소에 의미를 부여해 단단한 나의 세상을 만들어간다면 ‘시뮬레이션 가설’이라는 하나의 정의되지 않은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허물고 의미를 뒤섞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ditor / 김수용(@_ful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