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AAVYYY(웨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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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2] WAAAVYYY(웨이비)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티셔츠를 만들고 있는 웨이비 김도영입니다. SNS 아이디를 하필 웨이비로 정해버려서 대부분 웨이비로 불러주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영어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좀 부담스러운데, 다들 웨이비라고 불러주시다 보니 저도 이제는 어디 가서 웨이비라고 소개를 하게 되는 거 같아요.

Q. 그럼 사실 웨이비 보다 김도영 자체로 불리는 걸 좀 더 선호하는 편인가?

A. 김도영 작가님이나 도영 님이 편하긴 해요. 웨이비님 하면 제가 무슨 래퍼가 된 느낌이라서 조금 낯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웨이비가 기억에 남긴 하죠. 미국에 있는 ‘Jaeki Cho’라는 형이 제 브랜드 이름을 ‘파도타기’라는 명칭과 연결시켜 주셨는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활동명 ‘웨이비’와 흘러 흘러 파도처럼 흘러가는 제 삶과 맞아서 제가 작업하는 그래픽 티셔츠 브랜드 ‘파도타기’를 운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비전공자였던 김도영이 그래픽아티스트로 전향하게 된 계기. 그래픽 디자인의 시작점은?

A. 사실 대학 시절부터 계속 티셔츠를 만들고 있었고 졸업 후 자연스럽게 광고인의 길이냐, 티셔츠 제작의 길이냐를 선택해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왔어요. 야근 지옥인 광고의 길을 간다면 티셔츠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티셔츠를 포기하기엔 지금 이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을 했어요. 생각보다 어려운 점들이 많지만, 후회는 없는 선택이에요. 친구들과 우연히 티셔츠를 만들게 된 뒤부터 점점 글씨에 사진이 붙다 보니 재미있고 열정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그래픽적으로 관심이 생겼어요. 이미지가 섞인 지금의 모습이 되기 전에는 그냥 글씨 한 줄이 들어간 티셔츠였어요. 친구들이랑 모임의 이름을 따서 모임의 이름이 적힌 티가 저의 시작점인 것 같아요.

Q. 웨이비. 김도영의 작업물에 대해서 랩티셔츠, 한국의 Pen & Pixel, B급 티셔츠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김도영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작업물을 이야기하자면

A. 제가 만드는 건 부대찌개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온 재료들로 한국적인 맛을 내는…. 랩티, 한국인, 영어, 한글이 섞인, 어떻게 보면 혼종이지만 그만의 매력이 있는 작업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Q. 힙합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트렌디한 의류를 원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웨이비의 티셔츠를 보았을 텐데, 티셔츠 하나 안에서 디테일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의 요소나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다면?

A. 인물 고유의 매력과 제 색깔을 잘 섞으려고 노력해요.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해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거죠. 웃긴 사람의 티셔츠를 만들어도 멋있게, 멋있는 사람의 티셔츠를 만들어도 재밌게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어요. 메시지는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지만 가볍지는 않은 티셔츠를 만들고 싶어요.

Q. 처음 시작점에 박재범, 기린의 <CITY BREEZE>의 커버가 있다. 5년 전과 지금의 김도영의 작업 방식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사실 지금 제가 엄청 힘든 시기예요. 일상을 노출하고 작업물 올리는 것도 적어지고, 처음에는 아티스트, 래퍼들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결국 업으로 발전되면서 저의 예상과 다른 인간적인 모습들을 계속해서 겪다 보니 조금 번아웃이 온 것 같고 변화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정말 팬으로서가 아닌 업으로서 이끌어가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좋은 아티스트들과 좋은 회사에 일하는 사람들, 소속되어 있는 비지니스 파트너 등 다양하게 만나봤을 때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작업물이나 결과물 그리고 사람들로 인해 받는 상처 등으로 이번 한해가 정말 힘들었어요. 근본적으로 제 그래픽 작업물은 그 문화를 좋아하고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작업을 할 수 있었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가라앉고 나니깐 지금은 되게 힘이 많이 빠지고 지친 상태예요. 근래에 조금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재정비 후에 다시금 멋있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업 방식보다는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어요. 처음에만 해도 단순히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면서 저의 개인적인 일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새부턴가 어린 친구들에게 티셔츠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다거나, 자신이 만든 티셔츠를 평가해달라는 등의 디엠이나 이메일을 정말 많이 받아요. 거리에는 커다란 글씨에 실사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티셔츠들이 유행하고 이제는 분명 한국에서 어떤 흐름이 생겨난 것 같아요. 그 흐름의 중심에는 당연히 저도 함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통해 이 문화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 최대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물론 이 문화에 대해서 배워가는 중이지만요.

Q. 웨이비의 티셔츠에서는 힙합신과 트렌디한 인물들이 눈에 띈다.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의 팬심과 리스펙하는 마음에서 인물들이 선정되었다고 얘기하였는데, 협업파트너나 주제 선정, 인물들을 선택하는 기준 또한 궁금하다.

A. 저는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이 좋습니다. 워낙 색이 강해서 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일수록 티셔츠를 만드는 일이 너무 재밌고 또 쉬워져요. 결과물은 더 좋아지고요. 티셔츠를 사람들이 입을 때의 기쁨도 있지만 만들 때의 기쁨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아티스트의 티셔츠를 제작하였고, 그들 또한 공연이나 개인적으로 착용한 의류 사진들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많은 래퍼들과의 협업, 브랜드와의 티셔츠 제작 및 개인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A. 작업한 거의 모든 티셔츠가 기억에 남는데, 그 중 ‘태진아 티셔츠’랑 ‘송대관 티셔츠’를 같이 만든 게 있어요. 그중에 태진아 티셔츠를 전달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티셔츠를 태진아 선생님께 가져다가 드리기 위해 직접 운영하시는 카페에 방문한 날이 너무 재밌있었어요. 함께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인스타에 업로드해주셨는데,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쿨한 남자의 향기가 굉장히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웃음)

Q. 서던 힙합 앨범 커버 느낌의 Pen&Pixel 장르 느낌과 미국의 길거리들에서 쉽게 눈에 띄는 관광상품, 머천다이즈의 느낌이 든다. 작업 시 영감받는 부분들이 있는가?

A. 말씀해주신 것들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Pen&Pixel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아트웍,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각종 그래픽의 티셔츠, 해외 아티스트의 머천다이즈,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20달러 이하의 랩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영감을 받아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 문화와 이 세계에 있던 모든 티셔츠들을 존중해요. 모든 티셔츠가 그 자체로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Q. 인스타 속 AR 필터 또한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그래픽 티셔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진행해왔던 또 다른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필터는 어떻게 보면 창작욕에 대한 해소 수단이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니까 큰 기쁨이 되더라고요. 사실 어떤 필터는 정말 창의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스스로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들도 있어요. 확실한 건 이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웃음) 그리고 아직 계획은 없지만 NFT 관련해서도 꼭 재미있는 이슈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것들, 추후에 진행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A. 미국에서 만들 수 없는 걸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한국인으로서의 오리지날리티가 강한. 그래서 트로트 가수 티셔츠를 종종 만들어왔거든요. 가능한 한 빨리 기회를 만들어서 랩티가 아닌 ‘트롯티’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요즘 SNS로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진아, 김흥국 님 같은 경우에는 나이 차나 세대 차이가 있다 보니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작업을 컨택하는 남다른 방식이 있는가?

A. 태진아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직접 카페를 운영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 번 방문한 끝에 만날 수 있었어요. 김흥국 선생님은 운 좋게 자메즈 형을 통해서 연락이 닿았지만, 직접 만나서 일 얘기를 나누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웃음) 이를 제외하고 보통 먼저 연락이 오는 편이에요. 제가 티셔츠를 잘 만드나 봐요. 그리고 처음 티셔츠를 시작하고 나서 데모테잎 돌리듯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뿌리고 다녔는데, 그때 저를 알게 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운과 노력이 섞였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Q. 김도영 작가 그리고 웨이비. 본인의 작업물로써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우리는 각자의 색깔일 때 더 빛난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유명인들만 봐도 완벽한 사람이기보다는 저마다의 매력이 빛나는 사람들이잖아요. 완벽해지려고 하거나 누군가를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나다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티셔츠에 담는 사람들도 모두 그런 사람들입니다.

Q.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작업 중이다. 프리랜서로 신에서 이름을 알리고 자리를 잡기까지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걱정이 있었을 텐데.

A. 정말 어려웠고, 피를 말리는 느낌도 받아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걱정보다는 비현실적인 꿈에 취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아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 거예요. 현실 위에 서 있지만 꿈을 바라보기 때문에 결코 힘들지 않은. 비록 이제껏 제가 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았지만, 제 꿈을 바라보면서 최대한 열심히 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그래픽 아티스트로 몇 년간 작업해오고 있다. 그래픽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이나 태도 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A. 내가 받은 영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저도 항상 노력하는 부분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을 때 굉장히 애매한 무언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작업에 있어서 답을 찾으려 하는 게 아니라 길을 찾으려 한다면 분명 답까지 갈 수 있을 거예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웨이비, 김도영에게 ‘FAKE’란?

A. 저에게 ‘FAKE’란 ‘정성’입니다. 누군가 제 티셔츠를 봤을 때 ‘어, 이게 웃긴 건지 멋있는 건지 모르겠다.’ 혹은 ‘단순히 웃긴 티셔츠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제가 긴 시간과 고민을 그래픽에 겹겹이 쌓아놓은 정성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