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HIPPIES(옐로우 히피스)
YELLOW
YELLOW HIPPIES(옐로우 히피스)
16개의 다리를 가진 의자, 분무기 헤드를 부착한 향수, 농구공 형태의 빈백, 틀니 오프너, 거북이 보드 등 리사이클링을 통해 실험적인 생활·가전·리빙 제품을 만나본 적이 있었던가. 요즘 시대에 목적과 소비만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말 그대로 ‘어떤 것’, ‘stuffs’ 같은 단순한 목적의 생산물을 제작하는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yellowhippiesstudio)의 김진(@kimdenim)을 만나 B급 감성의 실험적인 아트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하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근본 있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의 행보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자.
Q.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Yellow Hippies studio)를 운영하는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옐로우 히피스(Yellow Hippies) 디자인 스튜디오와 팀 옐로우 워커스(Yellow Workers)를 운영 중인 김진입니다.
Q.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릴 적 꿈이 미술 경매사였다. 고전부터 현대미술까지 미술사 공부에 관심이 많았고 미술의 개념에서 디자인 쪽으로 빠져 도시 개발 디자인부터 건축, 인테리어, 광고, 캘리그래피, 패션 등 다양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했고 그렇게 분야별로 알게 되면서 어느 정도 수명이 있다는 걸 느꼈다. 수 십 년에서 수 백년의 사이클을 가진 건축 분야, 몇 년에서 몇 십 년을 가진 제품 분야 그중 가장 사이클이 빠른 건 패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패션 회사를 다니게 됐지만 미술계나 디자인 분야 자체를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 미시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좀 더 거시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 회사에 소속되는 것보다 독립적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폭넓은 작업을 하고 싶어서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를 설립을 하게 되었다.
Q.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Yellow Hippies studio) 네이밍의 뜻도 궁금하다.
A. 이름처럼 약간의 유머러스한 모순을 지향한다. 동양인을 칭하는 은어인 ‘Yellow’와 서양에서 발생한 문화인 히피 문화를 이름에 앞에서 애초에 경계나 구분이 없는 작업을 하겠다는 뜻도 있다.
Q. 과거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술 경매사의 꿈을 꿨다.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경험이 지금의 옐로우 히피스에 녹아들어 있는지 궁금하다.
A. 한 부분에선 공통적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부분은 결국 작업을 하는 나라는 사람이 같기 때문에 개인적인 큰 공통분모로 보자면 행보에선 변화가 없다. 여러 분야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 작업을 할 때 해답이나 응용할 수 있는 부분, 작업 과정 등 많이 녹아 있긴 할 것 같고 영향도 충분히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디자인이더라도 사용목적이나 물성의 특징이 달라졌다. 그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며 작업을 한다.
Q. 미술학을 공부할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많다. 미술이라는 장르에 대한 매력이 무엇인가
A. 처음엔 시각적인 자극에 매료됐던 거 같다. 그렇게 접근하고 흥미를 갖고 점점 더 알아가면서 시각적으로 다른 시선으로 보는 작업도 좋지만 개념적인 접근법에 대해 알면서 개인적인 삶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참 이 오래된 직업군이 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지 느낀다.
Q. B급 감성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디자인과 리사이클의 결합으로 유머스러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A. 사실 B급 감성을 추구한다고 편하게 말하지만 개인적인 기준은 ‘B+’급을 추구한다. 차이가 있다면 A급이 되지 못한 전 등급이 아닌 A급에 속하는 걸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크다.
그런 의미로 작업의 미사여구보다는 작업하는 물질의 근본적인 물성이나 목적성을 많이 집중한다. 예를 들면, 두 달 동안 버려진 의자 다리를 모아서 만든 스툴이 있는데 그걸 예로 들자면 의자라는 물체는 엉덩이를 받치는 판과 사람의 인체에 편한 높이를 가진 다리들(보통 4개의)이 이를 지탱한다. 하지만 버려진 의자를 보면 접합부가 헐거워지거나 다리 하나가 기울어지나 못쓰게 되면 사정없이 버린다. 그렇담 나의 시선은 아직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힘과 사람이 편할 수 있는 높이로 잘려진 같이 버려진 의자 다리 3개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만들어지는데, 포인트는 하나의 사물도 해체적으로 생각해서 각각의 역할을 보고 그것을 분리해서 활용한다면 그것 자체로 리사이클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폐플라스틱을 모아다가 열을 내서 녹이고 그것을 가공해서 실이라는 새로운 목적성을 주지 않더라고 부분부분에 집중하면 같은 사물의 목적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작업을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자기만족인 것 같다. 아직 정신 못 차린 거다. (웃음) 웃긴 건 이런 부분을 재료 사러 방문한 폐차장에서 깨달았다.
Q. 아트웍 제품과 상품으로 나누어져 있다. 아카이브 몇 가지 소개 부탁한다.
A. 옐로우 히피스의 목적은 아트웍이 메인이다. 아카이브 작업들이 스튜디오를 오픈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요즘 시대에 목적과 소비만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들을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정말 말 그대로 ‘어떤 것’, ‘stuffs’ 같은 단순한 목적의 생산물들이다. 스튜디오 굿즈는 부가적인 생산물에 가깝다. 작업을 좋아해 주는 분들과 나누고 그들이 소장하고 소비할 수 있는 스튜디오의 살점 같은 것들에 가깝다. 그리고 작업자의 호구지책을 위한 느낌이랄까.(웃음)
Q. 실용성보다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느껴진다. 아카이브에 있어 주로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A. 저장하고 소장하는 하는 편이다. 평소에 말장난, 스탠드-업 코미디도 좋아하고 웃긴 사진과 밈도 두고두고 활용하려고 한다. 리사이클링하고 폐기물을 활용해 작업하는 편이다 보니 산책하면서 길거리 골목골목의 폐기물을 확인하고 주워오는 게 가장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들은 뭘 주워 오셨나 궁금해하기도 하고, 뭐랄까 저장 강박인 거 같다. (웃음)
Q. 영감을 받은 이후 진행되는 작업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가
A. 아이디어 노트가 집과 작업실 곳곳에 있는데 지나다가 “오 이거 만들면 웃기겠는데” 하는 것들이 있으면 메모를 한다. 그리고 날을 잡아 분류하고 그중에 당장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을 뽑아 진행한다.
Q. 갑작스레 만들어진 작업 스타일이 아닐 것 같다. 지금의 옐로우 히피스의 작업물 이전에 선보였던 작업물 또한 궁금하다.
A. 어릴 때부터 뭔가 이런 병맛 장르를 좋아했다. (사실 병맛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를 들면 잭애스나 로봇배틀, WWE, B급 영화 그런 뭔가 하류 문화라고 불리는 것들의 자연스러움과 날것에 흥미를 가졌고, 그것을 성장하면서 배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무언가로 만드는 것들이 된 것 같다. 패션디자인을 했을 때도 공간을 디자인 했을 때도 지금도 궁극적인 결은 같다.
Q. 대중이 작품성 있는 제품들과 아트웍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가
A. 시장도 작다 보니 그냥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대중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단순히 웃고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누군가의 작업물을 본다는 것이 무언가를 얻거나 감동을 하거나 배운다거나 그런 관계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패션과 인테리어, 아트웍 등 몇 년 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 않은가. 우리가 생산자이긴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이기에 무의식적인 흐름에 있어 자연스럽게 대중들도 영향을 받아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업의 목적은 개인 만족인 부분도 크게 있기 때문에 내가 잘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작업의 성과가 중요하다. 받아들이는 건 개개인의 몫이다.
Q. 아트 스튜디오로서 고충이 있다면
A. 아트 스튜디오라서 있는 고충은 없는 것 같다. 따지자면 개인적인 삶의 이렇게 독립적으로 공간을 운영해 본 적이 없어서 초반에 힘들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Q. 각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스튜디오나 아티스트적인 행보를 걸으며 발생하는 금전적인 부분과 고충을 빼놓을 수 없다.
A. 그렇다. 금전적인 부분은 해결 안 됐다.(웃음)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 발생하는 고충은 어떤 일이든 가지고 있지 않나. 고충이나 스트레스는 사실 지워지는 스트레스가 있고 지워지지 않고 가져가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금전적인 고충에 있어 만약에 누가 500만 원을 주면 결국 그 돈으로 또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 거 같고, 여타 다른 고충에 있어 감내 안 한다 해도 피해 줄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다른 고충이라면 어떻게 더 좋은 작업을 게으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정도인 것 같다.
Q. 결국 대중성과의 간극을 맞추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 일 것 같다.
A.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답게 하고자 한다. 오히려 머릿속에서 어떤 작업을 만들어야겠다 하면 그 만드는 과정만으로도 힘들다.
Q. 자신만의 아트웍을 선보이면서 활동하는 여러 디자이너 또는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직업적인 즐거움이 참 좋다. 어찌 됐든 나는 요즘 참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우연찮게 즐거운 직업을 업으로 삼으며 살아가는고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하셨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 직업이든 그 직업 안에서 성취를 하려면 어차피 피똥 싸야 하는 건 어느 업이나 똑같기 때문에 ‘오히려 선택한 직업의 장점과 라이프 스타일의 장점에 더 집중하면서 꼭 이뤄내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도 해 주고 싶다.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고 또, 다 같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있고,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이 있는가
A. 지금 있는 작업에서라면 점점 더 크고 사이즈가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공간이나 공공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지만 아직 다른 영역에 도전을 하기엔 본인의 영역도 아직 탐구를 끝내지 못했다. 아직은 먼 날의 이야기일 거 같다. 딱히 꿈이나 큰 계획은 안 세우는 편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어디로 가야겠다는 방향은 알기에 계획을 세우는 게 딱히 의미가 없다. 그때그때 새로운 기회도 오고 상황도 변하니 그냥 상황에 대처를 잘 하자뿐이다. 어차피 가야 할 방향 키만 잘 잡고 있으면 되니깐. 그렇기에 모든 기회는 환영이다.
Q.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A. 지금처럼 다양한 작업을 하고 개인적으로나 스튜디오로써 역량이 더 깊고 발전되기를 바란다. 스케줄적이라면 올해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가 태국 방콕에도 오픈을 했고 7월에 첫 개인전을 하려 한다. 망했다 할게 너무 많다.(웃음)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옐로우 히피스 스튜디오와 김진에게 'FAKE'란?
A. 나의 FAKE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다. 현재나 과거보단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일어나는 일들에 가슴 설레는 것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즐겁고 나도 그런 에너지를 풍기고 싶다. 단순하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근본 있는 즐거움. 좋아하는 말을 인용하자면 “내가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순간들은 컴퓨터 앞이 아닌 푸른 하늘 아래였다”
(The place where I realized precious was always under the sky, not in front of compu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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