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80~00년대 서브컬쳐를 견인한 전설적인 바버샵, C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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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제임스 르본(James Lebon)이 설립한 영국 런던 소호(Soho)에 위치한 전설적인 바버샵 ‘CUTS’는 전형적인 바버샵에 대항한 급진적인 헤어스타일로 바버샵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당시 ‘CUTS’는 예술, 음악, 커뮤니티, 문화를 아우르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개성 넘치는 청년들이 모이는 바바샵 그 이상의 커뮤니티였다.
CUTS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부터 나오미 켐벨(Naomi Campbell),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그리고 당시 영국 언더그라운드의 왕으로 군림한 골디(Goldie)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일 아이콘들이 고객이었다. CUTS의 이발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는 실험정신으로 무장했으며 특히 면도기를 사용하여 날카롭고 각진 커트를 만들며 시대를 앞서가는 컬러링 기법을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CUTS 바버샵의 탄생
CUTS는 1979년 제임스 르본이 켄싱턴 마켓Kensington Market)에서 'JAMES CUTS'를 열면서 설립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80년대 초 포스트 펑크(Post-Punk)와 로커빌리 스타일(Rockabilly Styles)을 구현하는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90년대 후반의 헤어스타일인 터프티드 업 핀 스타일(the tufted-up fin Style)이 탄생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또한 런던에서 처음으로 ‘Sewn-In Dreads’ 스타일을 도입한 최초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 후 제임스 르본은 켄싱턴 마켓을 벗어나 전통적인 바버샵들의 명성에 도전하는 바버샵을 만들고 싶었고 스티브 브룩스(Steve Brooks)와 팀을 이루어 켄싱턴 처치 스트리트(Kensington Church Street)에 ‘THESE ARE CUTS’를 열었다.
바버샵이지만 1층에는 아트 갤러리가 있고 지하에는 바버샵이 있는 구조였다. 이들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헤어스타일리스들을 영입했고, CUTS는 런던의 스트리트 스타일을 반영한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갔다.
CUTS SOHO, 영국 언더그라운드의 상징
그들은 1984년에 프리스 스트리트(Frith Street)에 ‘CUTS BARBER SHOP FOR MEN AND WOMEN’을 오픈하며 소호에 첫 번째 매장을 개업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이탈리아 전통 이발사들과 젊은 CUTS 직원들이 함께 일하며 남성들만의 공간이었던 바버샵에서 여성 고객들도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콘셉트로 유명세를 탔다. 이런 독보적인 콘셉트는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CUTS의 소호 매장은 곧 트렌디한 소호 청년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1986년 CUTS의 공동창립자인 제임스는 영상 제작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미용을 그만두고 브룩스에게 전적으로 경영을 맡겼다. 전적으로 CUTS의 경영을 맡게된 브룩스는 켄싱턴 매장의 문을 닫고 소호 매장에 집중했다.
1990년이 되자 소호 매장은 이전이 필요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고 브룩스와 기존 직원 3명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고 매장 근처 39번지에 ‘CUTS SOHO’를 오픈했다. 해당 바버샵은 런던에서 '가장 멋진' 바버샵이라는 CUTS의 명성을 공고히 했고 언론의 끊임없는 관심을 받으며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CUTS SOHO는 결과적으로 영국 서브컬처,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당시 방문했던 유명인들의 리스트만 보아도 CUTS가 영국 내에서 가지고 있는 입지를 짐작하기 쉽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네네 체리(Neneh Cherry), 보이 조지(Boy George)를 포함하여 ‘The Prodigy’의 멤버인 키스 플린트(Keith Flint)는 항상 CUTS에서 머리를 손질했다고 하며 단골 고객 중 한명인 골디(Goldie)가 아르마딜로를 형상화한 탈색 헤어스타일을 구상한 곳이 CUTS라고 한다.
* CUTS를 방문한 유명인사: Neneh Cherry, Boy George, Goldie, Naomi Campbell, Fran Healy, David Bowie, Steve McQueen, Alexander McQueen, Rupert Everett, Beastie Boys, Will Self 등.
유명인들이 방문하지만 CUTS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끌벅적하고 친근한 분위기의 CUTS는 헤어 스타일만큼이나 런던의 젊은 크리에이티브 인재들이 모이는 장소로도 유명해졌고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단골 일반 고객들이 섞이며 다양한 문화의 만남의 장이었다. 고객들의 직업군만 보아도 보드 게이머부터 체스 선수, 패션 인플루언서, 가수, 사진작가 등 개성 넘치는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CUTS를 사랑했다는 점이다.
CUTS의 황금기를 담은 사진집, <CUTS by Steve Brooks>
CUTS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브룩스는 단순히 CUTS를 운영만 하지 않았다. 80년대 ~ 00년대 초반 CUTS에서 탄생한 상징적인 스타일들을 35mm 필름에 빠짐없이 기록한 사진집을 제작했다. 자신이 공동 소유한, 런던의 스트릿 문화를 이끈 바버샵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들을 포착하고 유산들을 기록했다.
2018년, ‘Gimme5’와 ‘DoBeDo’는 CUTS의 황금기를 담은 500페이지 분량의 사진집을 공동 출판하며 뉴욕, 런던, 도쿄에서 3개월에 걸쳐 세 번의 출간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모든 출간행사에서 매진을 기록했고 결과적으로 몇 주 만에 전량 매진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해당 사진집은 초판의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2022년에 100페이지가 넘는 미공개 이미지가 추가된 두 번째 에디션을 발간했다. 두번째 에디션이 특별한 이유는 판매 수익금 전액이 뒷부분에서 소개할 사라 루이스(Sahara Lewis) 감독이 20년 넘게 제작 중이었던 CUTS에 관한 다큐멘터리 <No Ifs Or Buts>의 완성 기금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런던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 가운데, 해당 사진집은 80~00년대 런던의 음악, 패션, 문화의 진원지였던 CUTS의 격정적인 모습을 담아 런던의 새로운 세대들에게 당시의 에너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다큐멘터리: <No Ifs Or Buts>
CUTS의 미친듯한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담은 것은 사진집만이 아니다. 1996년부터 시작하여 약 27년이 걸려 사라 루이스(Sarah Lewis)감독은 <No Ifs Or Buts>를 완성하였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1984년 오픈한 소호 샵에 맞춰져 있으며, 다양한 문화권의 청년들의 쾌락주의, 창의성, 자신감뿐만 아니라 많은 멤버들의 마약 중독, 정신 건강 문제, 심지어 자살에 빠지는 모습도 포착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CUTS의 전성기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격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들을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No Ifs Or Buts>는 2022년 10월 20일 <런던 BFI 영화제>에서 개봉이 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현재 해당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은 없는 상태이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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