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봄엔 꼭 이 노래 들어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이 더 이상 차갑지 않은 계절. 서울재즈페스티벌 2025의 라인업 중 잔잔한 설렘을 자아내는 이름, Kings of Convenience. 노르웨이의 이 듀오는 '사운드트랙 없는 영화' 같은 일상에 조용히 스며들며, 듣는 이의 감정을 은은하게 물들인다. 그들의 음악은 외치지 않고, 오히려 침묵과 여백으로 마음 깊은 곳에 다다른다.

봄의 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마음은 아직 겨울의 뒤편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새 초여름까지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낮의 길이는 길어지고, 옷차림은 얇아지지만, 겨울에 묶여있던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변덕스러운 날씨에 제 입맛대로 ‘편리왕’의 음악을 우리 기분에 얹어 즐겨보자. 때론 작은 기타 스트로크 하나에 하루가 위로를 받고, 무심한 듯 쌓은 목소리에 오래도록 남아있던 피로가 녹는다.

Kings of Convenience의 음악을 따스한 낮잠이라고 소개해 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주 잠깐, 자신에게 허락하는 평온한 틈. 이들이 주는 그 미세한 감정의 떨림은 봄과 초여름 사이, 섬세한 온도에 알맞은 선율이다. 침묵이 더 필요한 날, 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음악이 고마운 순간, 지금 옆자리를 채워줄 다섯 곡을 꺼내본다.


Misread

2004년 앨범 <Riot on an Empty Street>의 대표곡. 마치 누군가의 마음을 잘못 읽고 떠나온 오후. 정적 위에 겹겹이 얹히는 기타와 속삭이는 듯한 화음이 마음을 조용히 두드린다. 담담하지만 공허하지 않고, 슬프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이 곡은 우리의 '오해'에 담긴 따뜻한 뉘앙스를 건넨다.

Kings Of Convenience - Misread / ⓒYouTube

Homesick

<Riot on an Empty Street>, ‘Misread’와 같은 앨범에 실린 곡으로, 이들은 늘 집을 떠나며, 동시에 집을 그리워한다. 현실과 꿈의 사이에서 느끼는 멀미 같은 감정. ‘Homesick’은 그러한 복합적인 그리움을 단 세 줄기 리듬으로 풀어낸다. 창문 너머로 스치는 바람처럼, 짧지만 선명하게 남는다. 듣는 순간, 우리는 저마다의 ‘집’을 떠올리게 된다.

Kings Of Convenience - Homesick / ⓒYouTube

Winning a Battle, Losing the War

2001년 데뷔 앨범 <Quiet is the New Loud>의 첫 곡. 곡명부터 역설적이다. 모든 걸 이긴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을 잃은 날의 이야기. 가볍게 뜯는 기타 소리 사이로 스며드는 그들의 진심은, 마치 친구가 말없이 건네는 안부 인사처럼 소박하다. 특히 이 곡 속 ‘감내한 고통이 지나가고나서야 새로운 하루가 찾아올 것’이라는 뜻이 담긴 가사말은 자욱한 감정을 잠시나마 걷히게끔 한다. 이들은 소음보다 고요함이 더 큰 목소리일 수 있다는 걸 천천히 증명한다.

Kings Of Convenience - Winning A Battle, Losing The War / ⓒYouTube

Mrs. Cold

2009년 앨범 <Declaration of Dependence>의 수록곡. 무심한 척하지만,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 ‘Mrs. Cold’는 Kings of Convenience 특유의 투명한 어쿠스틱과 조금 더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어우러지며, 봄날의 감정처럼 변덕스럽고 덧없는 사랑을 말한다. 듣고 있자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때론 무심할지 몰라도, 서툰 우리의 사랑 안에 머무르고 싶은, 아이러니한 온도차를 견디며 노래와 함께 연인에게 다가가보자.

Kings Of Convenience - Mrs. Cold / ⓒYouTube

Cayman Islands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처럼. 제목은 마치 낯선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내면의 평화를 이야기한다. 고요한 리듬과 부드러운 보컬이 이어지며, 마음을 ‘특정 어느 곳’으로 데려온다. 그곳은 어쩌면, 우리가 평화를 마주할 수 있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모든 걸 잊어도 되는 순간을 위한 노래.

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s / ⓒYouTube

봄의 끝과 여름의 문턱, 그 사이에서 Kings of Convenience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감정을 붙잡아준다. 이 다섯 곡이 당신의 하루에 고요한 여백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말 없이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듯, 조용히 귀 기울여보길. 그들이 만들어내는 고요는 언제나 우리 안에 오래 머무를 것이다.







Editor / 이정민(@jeongmlnl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