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NGANO(장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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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NGANO(장가노)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페이크 매거진(@fakemagazine_official)과 아트 셀렉숍 보이드(@the_bvoid)와 함께 협업 인터뷰 콘텐츠 을 선보인다. 은 아티스트의 '일탈'이라는 소재로 작가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아티스트는 스트릿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작가 특유의 선과 멋을 담은 장가노(@_zangano)이다.

Q. 장가노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일러스트, 회화 작업을 하는 장가노라고 합니다.


Q. 울산에서 서울로 자리 잡은지 9년이 지났다. 서울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을까.

A. 15년도 2월 즈음에 올라와 9년 차가 된 서울 주민입니다.. 계기는 사실 별게 없게 없어요.(웃음) 대학교를 대구에서 다녔었는데 학교랑 잘 맞지도 않고 학비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2학년 1학기까지만 다니고 휴학을 했어요. 그러고선 1년 동안 일만 하며 지냈는데 당시 친하던 학교 형이 서울대학교 교류학생 프로그램으로 상경하게 되면서 저에게 할거 없으면 서울에 올라와서 지내다가 군입 대를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 큰 뜻 없이 올라오게 됐어요.

ⓒfake magazine

Q. 화면 속 요소들의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명암 표현 등 그림의 시각적인 부분을 위해 묘사의 기본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A. 일단 제가 그런 그림을 좋아함에도 이유가 있지만 초기 작품들과 그림의 방향을 그렇게 잡은 건 나름의 무기를 만들기 위함의 이유도 있었습니다. 16년도쯤 슈프림, 스투시와 같은 스트릿 브랜드들의 하입을 받고 힙합 문화의 부흥으로 일러스트 쪽에서도 그런 취향이 많이 묻어난 그림들이 나왔어요. 과거 일러스트라고 한다면 게임 쪽 산업이나 출판 쪽에서 사용되는 이미지 등 정확한 산업 안에 들어가게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제가 대학생이었던 시절쯤부터는 김정윤 작가님과 같은 작가 포지션의 그림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시기적으로 SNS에서도 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했고, 자연스럽게 스트릿 브랜드 옷을 입은 이미지가 많아졌어요. 당시 대중들은 이러한 방식의 그림들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그림 실력 자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느꼈어요. 저는 그 안에서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고 차별성을 위해 캐릭터와 배경을 함께 그리는며 치밀하고 구성 높은 퀄리티를 택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배경과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함께 그리는 것은 꽤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고요. 기본기에 충실한 그림들을 위해 세부적인 부분부터 하나씩 노력했어요.


Q. 추구하는 미술적 지향점이 확실히 느껴진다.

A. 제가 하고싶은 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중심에 두고, 어렸을 적 영향을 받은 서브컬처에 대한 이미지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Q. 스페인어로 게으름뱅이라 불리는 ‘장가노’, 유독 그림에는 게으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갈고닦고 조이고, 새로운 작업을 위해 원하지 않는 그림도 많이 그려보고 있다.

A.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림에 대한 꿈을 갖고 난 뒤 만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크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는게 꿈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체감이 될 때쯤 여전히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남는 게 목표였고 그에 대한 방법으로 그림으로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으면 50살, 60살이 돼도 그림을 그리며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벽화부터 웹툰 어시스트, 캐릭터 디자인, 캐리커처, 광고, 스토리보드, 인체 드로잉 레슨 등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했어요. 화풍도 가리지 않고요. 사실적인 그림부터 시시하다고 느껴질만한 캐릭터까지 원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버텨오는 것을 가능케 했던 건 드로잉이었어요. 매번 새로운 걸 배웠어요. 그림에는 너무 많은 미적인 방향성과 그림이 좋게 보일 수 있는 방법적인 것들에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느끼게 됐어요.

저는 당장 내 손에 쥔 몇 가지의 선택지 중에 제 방향성을 고르는 게 싫었고, 그림에 한해서는 못해서 못 그린다는 선택지가 싫었어요.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한 가지를 골라서 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저는 항상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 초심자로써 임하려고 자 합니다.


Q. 가끔 그림에도 게을러질 때가 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어내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다면.


A. 그림에서의 슬럼프는 사실 스포츠에 그것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퍼포먼스가 줄거나 기량의 한계가 느껴지고 그림이 전과 같이 즐겁지 않다면 그때가 성장하기 직전입니다. 그때를 조심해야 돼요. 억지로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미가 아닌이상 직업이고 직업에는 책임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 말고도 직장인분들도 매일 출근이 하기 싫지만 하는 것처럼 저도 하기 싫으면 억지로라도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집중하게 되고 해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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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NGANO

Q. 어반 브레이크부터 다양한 아트 페어와 전시에 참여했다. 최근 부산에서도 전시를 선보였는데, 매 전시마다의 기획 구성 및 작품의 선정에 대한 비하인드 또한 궁금하다.

A. 어반브레이크나 행사장에서 했던 라이브 페인팅은 보통 콘셉을 정해서 진행을 하는 편이에요. 몇 번을 제외하고선 장띵이라는 작가와 같이 했기 때문에 함께 그릴 수 있는 포맷에 그림으로 작업해야 해서 함께 하는 부분에 대한 조율과 기획을 해요.

최근 개인전 같은 경우는 제가 처음으로 갤러리에서 진행한 개인전이에요. 비교적 작은 면적의 공간이지만 아크릴 작업으로 넘어가고 나서의 첫 전시이기도 해요. 기획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 많이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 개인전은 제 과거의 작업과 아크릴로 넘어가게 되면서의 중간 다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시였으면 했어요. 전시 타이틀을 ‘방황에는 비용이 든다’라고 정한 것도 그동안 해오던 방식을 바꾸는 데 많은 기회비용이 든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건식 재료에서 아크릴로 넘어가던 과정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었기도 했어요. 헤멜 때는 항상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전의 저는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방황할 수조차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년 즈음 부터는 헤매더라도 버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저의 방식대로 나아가고자 했어요.

Q. 과거 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작업물로 애니메이션 작업 <The Monster In The City>를 꼽았다. 이후 많은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지금의 장가노가 좋아하는 작업물 몇 가지를 꼽아 달라.

A. 예전 연필 작업 중에는 <Nagative nancy>라는 작품과 최근 아크릴 작업 중에는 <hexagon> 이라는 작업이 맘에 들어요.

Q. 재료로 바꾼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A. 아크릴로 재료를 바꾼 지 1년이 채 안된거 같아요. 전시활동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뒤로부터는 건식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장에서도 건식 재료는 그저 드로잉 작품으로 치부될 뿐이었어요. 연필그림을 포기했다기보단 제가 페인팅을 하는 작가이면서 하게 될 연필그림은 다른 의미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표현에 대한 한계도 맞이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서 바꾸게 된 거 같아요.


Q.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연필이라는 소재를 누구보다 잘 쓰기 위해 노력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A. 당시, 전시활동을 주로 할 건지 일러스트를 할 건지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화 작품을 한다는 생각만 있고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3달이 걸려도 완성된 작업물에 대한 반응이 좋고 내가 만족스러우면 괜찮았지만 미술시장에서 제가 되게 애매한 입장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림을 판매의 목적으로만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전시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갤러리나 플랫폼에 내가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개인적인 수입이야 제가 일을 해서 벌 수도 있지만 페어나 전시는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깐 그런 사람들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져왔어요. 그래서 제가 작업을 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바라보는 세상과 제 입장의 간극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게으름뱅이의 네이밍을 가지고 있지만 좋아하는 것들(그림, 야구, 스트릿 컬쳐)에는 욕심이 묻어난다.

A.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힘듦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잘하면 더 욕심이 나고 더 노력하는 그런 선순환을 나는 지향하기 때문에 그런 욕심이 있는 거 같아요.


Q. 취미의 또 다른 면으로 일탈을 설정했다. 장가노에게 일탈을 꼽자면

A. 제 생각에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게 취미라고 생각해요.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일탈을 꼽자면 과거에는 야구, 지금의 저에게는 할부결제…(웃음)

ⓒfake magazine

Q. 학창 시절부터 장가노에게 야구란 빼기 어려운 키워드이다. 야구의 매력이라면

A. 처음엔 야구가 주는 분위기를 좋아했어요. 피쳐가 공을 던지기 전의 긴장감이라던가, 인플레이 상황에서 찰나의 선택에 결과가 달라진다던가, 승부처의 순간을 다 같이 숨죽여보는 그런 것들. 야구 소재의 만화도 많이 보다 보니 투수의 구종이나 투구폼, 타자의 수 싸움 등 그런 것들을 공부하고 알아나가는 게 재밌었어요. 일단 제가 축구나 농구를 잘했다면 야구를 덜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해요.(웃음)


Q. 야구라는 스포츠는 개개인이 즐기기 어려운 일탈이기도 할 것 같다. 가령 인원수가 맞춰져야 한다든지 어느 정도의 사이즈가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던지.

A. 맞아요. 그런 이유 때문에 대학교를 간 이후로는 야구를 못 즐긴 거 같아요. 자취방에 TV가 없어서 경기도 안 챙겨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어요.


Q. 선수를 꿈꾸기도 했었을지 궁금하다.

A. 같이 하던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서 로고도 만들고 유니폼이랄 것도 없지만 티셔츠도 맞추고 다른 동네 친구들과 같이 팀을 나눠 경기도 했어요. 울산의 오래된 사회 야구단인 ‘불개미 야구단’에 연락해 배우기도 하고 그만큼 연습도 많이 하고 좋아했어요. 하지만 선수를 꿈 꿀 정도는 아니죠.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웃음) 워낙 아마추어들이 즐길 수 있는 리그나 활동 반경도 되게 적고 학창 시절에 운동을 하나씩 하잖아요. 축구를 하든 농구를 하든 푹 빠지는 스포츠가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게 야구였을 뿐이에요.


Q. 어릴 적 야구와 함께 태권도도 오래 배웠다고 알고 있다.

A. 책가방에 야구 글러브랑 태권도복만 있었어요.(웃음) 야구는 좋아했지만 태권도는 오래 다녔어요. 땀을 안 흘리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두 가지 모두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fake magazine

Q. 그래서인지 그림 소재로도 야구가 많이 등장한다. 지금의 작업에 어떤 연결점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A. 야구에 필요한 장비나 유니폼은 되게 일상적이지 않은 편이에요. 공을 잡기 위해 그물이 달린 손 같은 글러브라든지 날카로운 징이 박힌 스파이크라든지 마름모꼴, 부채꼴에 그라운드라든지 비일상적이에요. 그런 디자인들을 저는 좋아해요. 작업에도 녹아있고요.


Q. 대부분 성인 된 이후 어릴 적 취미와 일탈을 올곧게 즐기기 어렵다.

A. 저도 처음에는 취미라는 얘기에 음주라고 적고 지우기를 반복했어요. 일만 열심히 하고 살지 취미 생활을 어릴 때처럼 하지는 못하니깐요.


Q. 앞으로의 활동은 어떤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KBO의 협업 작업도 기대해 볼 수 있을지

A. 최근에 친한 장띵 작가가 한화이글스 구단 쪽 일러스트 작업을 했고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간 저도 제가 응원하던 팀인 두산 베어스와 일을 하게 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fake magazine

Q. 장가노로써, 서종렬로써 사람들에게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A. 명료해요. 좋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고 기억됐으면 좋겠고, 얄팍하지 않고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장가노에게 'FAKE'란?

A. 그림을 그리는 명분이 순수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외부에서의 성공과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노력의 지속성이 길어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본인이 아닌 외부로부터 찾고 동기부여를 하게되면 금방 지칠 거에요. 긴 시간을 투자해야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오랫동안 좋은 창작활동을 하려면 그 계기는 항상 순수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